
재난 상황 속 동물들
위험 속에 남겨지는 동물들 [반려동물]
2020년 1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자 와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하자 도시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기차와 버스, 항공편은 물론 자가용을 비롯한 모든 교통수단 이용이 중단되며 지역 밖과의 이동이 전면 금지됐다.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망망대해의 외딴 섬처럼 고립됐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났을 까. 우한에 남겨진 반려동물의 안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명절연휴전며칠집을비웠다가돌아갈수없게된사람들,곧왕래가될 것으로보고일단몸을급히피한사람들이집에홀로남겨진반려동물을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봉쇄 전 다른 지역에 있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 람이500만명정도이니남겨진동물이족히5만마리는될것이라는추산 도 나왔다. 거기에 보호자가 격리치료를 받으면서 홀로 남겨진 동물들도 적 지 않은 수였다. 더 심각한 상황에 대한 소식도 들려왔다. 반려동물을 매개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두려움에 유기하거나 심지어 건물 밖으로 던져 죽이는 일까지 발생하기에 이른 것이다.
재난상황에 반려동물이 남겨지거나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것이 이번 만의 일 은 아니다. 가깝게는 2013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또 긴급 대피하면서 약1만여 마리로 추정되는개 와 고양이들도 같이 고난을 겪었다. 대략 4분의 3가량이 지진과 쓰나미로 죽거나 방치된 상태에서 굶어 죽었다고 전해진다. 살아남은 몇몇은 배회하며 목숨을 이어갔고, 위험을 무릅쓴 사람들로부터 구조돼 가족의 품으로 돌
아가거나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소와 돼지, 닭 등의 처지는 더 가 혹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살처분되기 시작해, 먹을 것을 찾아 축 사를 나와 돌아다니던 녀석들까지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오오타 야스스케의 책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과 ‘후쿠시마의 고 양이’에 재난을 겪은 동물들의 여러 모습이 담겨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찾아 보아도 좋겠다.)
우한에 남겨진 동물들은 어떻게 됐을까? 봉쇄가 짧게 끝나지 않겠다는 전망이 나오자 지역내외 동물보호단체와 활동가들이 협력해 굶주림을 겪는 동물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이미 세상을 떠난 동물들을 배웅 하는 것 또한 그들의 몫이었다. ‘누구라도 우리 집에 들어가 반려동물 먹이 를 챙겨달라’는 SNS의 호소에 도움을 자청한 이웃도 있었고, ‘홀로 남은 반려동물을 돌볼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글에 2천 여 명이 응답하기도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기 위해 대피를 포기한 사연도 들렸다. 전세기에 반려동 물 탑승이 불가하자 현지에 남기를 결정한 유학생, 교민도 있었다. 그렇게 76일이 흘러 드디어 봉쇄 조치가 해제되고 소수의 운이 좋았던 사람들과 동물들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기동물’이 된 이들은 여전히 동물보호단체의 돌봄을 받으며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동물과 함께 살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에 크고 작은 재난 을 반복해 겪으면서 해외 몇 국가에서는 재난 상황시 반려동물과의 대피 요령을 제시하고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엄청난 피해와 사회적 갈등을 겪었던 미국의 관련 법(Pets Evacuation and Transportation Standards Act)이 대표적이다. 이 법에는 반려동 물과 동반할 수 있는 대피소를 제공하고 반려동물 구조활동을 실시해야 한 다는 내용이 명시 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행동 요령에는 반려 동물이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으니 가까운 사람에게 맡기는 등 스스로 대책 을 마련하도록 안내하고 있는데, 몇 년 전 포항 지진과 강원도 산불이 발생 했을 때 이 점이 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밖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별다 른 지침이 없어 담당자의 판단이나 여건에 맞게 대응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 몇 지자체에서 반려동물 임시 돌봄을 지원하고 있다. 가족 모두가 격리 치료를 받으면서 반려동물을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며 관련 문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호자가 입원 할 때 반려동물도 지정 동물병원 등 임시보호 시설로 옮겨지고, 보호자가 치료를 마칠 때까지 보호를 받는다. 서울시는 무료이고 경기도와 인천시, 울산시, 광주시 등에서는 보호자가 일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지자체 마다 다르지만 대개 한 마리당 하루 3만5천원 정도다.
위기 속에서 우리는 항상 ‘동물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의견을 마주 하게 된다. 전례 없는 위기와 공포에서 다른 무엇보다 나자신, 우리 인간종의 생존을 우선시 하는 것이 당연한 욕구인지도 모른다. ‘모든 생명은 동등하다’는 구호가, 이타적이고 정의로운 행동에 대한 기대가 ‘나부터 살고 봐야 하는’ 위기 앞에서는 전혀 무겁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자신의 입장을 선택할 수 없는 동물과 결정권을 가진 인간의 기울어진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그 균형을 무너뜨린것 또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극한상황에서 더 큰피해를 입는 것은 언제나 힘없고 약한 존재들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며 인종, 계급, 신체조건 그 무엇과도 상관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존엄성을 지켜왔다. 그 사실을 잊지 말고 너무 늦지 않은 때에 상대적 약자를 배려하고 돕는 마음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동물에게까지 가 닿기를 바란다.
우리를 살리기 위해 죽는 동물들 [실험동물]
작년 12월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적어도 1년 반 가량, 길게는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은 속도였다. 우리 나라도 2월 말부터 접종이 시작될 예정인데,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여느 신약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여러 실험동물이 쓰였다. 코로나19가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실험에 적합한 동물을 찾는 것이 시작 이었다. 일단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야 하고 인간과 유사한 반응을 보여 야 한다. 아무래도 가장 좋다고 여겨지는 동물은 인간과 생물 분류가 동일 한 원숭이등의 유인원이다. (인간도 유인원에 속한다.) 실험에는 주로 붉은 털원숭이나 필리핀 원숭이라고도 불리는 사이노몰거스 등이 사용된다. 물론 이런 ‘비인간 영장류’는 시험에 충분한 수를 확보하기 어렵고 시설이나 시 험 인력 조건 등이 까다롭기 때문에 다른 동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을 타진 한 다음 순서에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그야 말로 ‘속도전’이었기에 영장류 실험으로 빠르게 넘어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면서 영장류 실험과 관련한 예산 또한 크게 확대했다.
실험동물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하얀 쥐는 사육 비용이 저렴하고 많은 수로 번식하기 쉽기 때문에 다양한 후보물질을 검증하는 데에 흔히 사용된다. 하 지만 감염병 실험에는 적합하지 않은데, 쥐와 사람의 감염 수용체 단백질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는 사람의 단백질 을 갖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쥐가 사용됐다. (실험을 위한 쥐의 유전자 변형 은 1980년대부터 시작 됐고, 지금은 암과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 각종 질 환과 비만, 탈모 등의 유전자를 가진 질환모델 쥐가 개발돼 있다.) 쥐와 달 리 인간과 유사한 감염 수용체 단백질을 갖고 있는 햄스터도 코로나19 백 신 개발에 중요하게 쓰였고, 폐 구조가 인간과 비슷한 페럿(흰족제비)도 각 종 실험을 통해 코로나19에 관한 지식을 얻기 위해 이용됐다.
인간 문명과 과학기술이 쌓아 올려지는 바탕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통 과 죽음이 있었다. 우주선에 실려 고통스럽게 죽은 라이카, 탄광에 동행 했던 카나리아, 파블로프의 개 등 ‘인간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은 딱한 생명들 을 인간들은 낭만적으로 소비하며 그들의 원하지 않은 고통을 모른척 한다. 윤리적 연구와 대체실험 등으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현실적인 성과는 아직 미미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1년 동안 희생된 동물들을 위로하는 위령제 따위로 스스로의 마음은 조금 편해질 수 있겠지 만 희생된 동물들의 고통과 슬픔을 돌이킬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재난의 원인으로 주목받는 동물들 [축산동물]
코로나19의 원인으로 꼽히며 손가락질 받는 동물이 있다. 바로 박쥐다. 이 전 우리를 위협했던 사스(SARS)나 메르스(MERS)의 코로나바이러스도 박쥐로부터 기인 했다고 밝혀진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염자가 발생하 지 않아 크게 알려지지 않은 헨드라바이러스, 니파바이러스, 에볼라바이러 스도 마찬가지다. 사실 박쥐는 포유류 중 가장 많은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박쥐가 현대 대부분의 전염성 질환의 기원이라는 사실이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만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에도 증상을 보이지 않는 절묘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고, 다른 동물이나 인간은 그렇지 않을 뿐이다. 문제는 박쥐가 아니라 박쥐와 사람이 접촉할 일이 잦아진 환경이다. 인간이 박쥐 서식지에 들 어가거나 박쥐를 잡아먹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러한 행동 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헨드라바이러스와 니파바이러스는 박쥐에서 기인 한 바이러스가 가축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 사례다. 박쥐가 먹다 만 과일, 남기고 간 분뇨에 말과 돼지가 감염됐고, 그 다음 인간에게 넘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쥐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가축과 인간에게 는 극심한 감염 증상을 불러일으켰고, 사람의 치사율이 50~60% 가량으로 상당히 높았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거주지와 목축지가 확대되고 박쥐의 자연 서식지는 줄어들면서 야기된 일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가축은 단일 품종으로 밀집 사육 돼 감염에 취약하기에 쉽게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다. 최근 영국의 한 연구에서는 식생이 변화하면서 박쥐 종이 증가했고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 또한 커졌다며, 기후변화가 바이러스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논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또한 축산업과 무관하지 않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또한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인간의 과잉된 육식습관이 이번 팬데믹을 불러왔다는 평 가와 또 다른 팬데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은 결코 비약이 아니다.
팬데믹을 완전하게 없애는 건 아마도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다음 팬데믹을 최대한 늦추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건 가능하다. 공중 보건에 신경을 쓰고 야생동물 섭취를 자제하고 백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육식 자체를 줄이고 단계적으로 공장식 축산업을 도태시키는 것이다. 인류가 육식을 멈출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방 법으로는 지구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 조혜민
* 기사 전문은 OhBoy! No.108 ‘PANDEMIC&ANIMAL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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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상황 속 동물들
위험 속에 남겨지는 동물들 [반려동물]
2020년 1월, 중국 우한 지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망자 와 확진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하자 도시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기차와 버스, 항공편은 물론 자가용을 비롯한 모든 교통수단 이용이 중단되며 지역 밖과의 이동이 전면 금지됐다. 나갈 수도 들어올 수도 없는,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망망대해의 외딴 섬처럼 고립됐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났을 까. 우한에 남겨진 반려동물의 안위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명절연휴전며칠집을비웠다가돌아갈수없게된사람들,곧왕래가될 것으로보고일단몸을급히피한사람들이집에홀로남겨진반려동물을 걱정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봉쇄 전 다른 지역에 있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 람이500만명정도이니남겨진동물이족히5만마리는될것이라는추산 도 나왔다. 거기에 보호자가 격리치료를 받으면서 홀로 남겨진 동물들도 적 지 않은 수였다. 더 심각한 상황에 대한 소식도 들려왔다. 반려동물을 매개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두려움에 유기하거나 심지어 건물 밖으로 던져 죽이는 일까지 발생하기에 이른 것이다.
재난상황에 반려동물이 남겨지거나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것이 이번 만의 일 은 아니다. 가깝게는 2013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또 긴급 대피하면서 약1만여 마리로 추정되는개 와 고양이들도 같이 고난을 겪었다. 대략 4분의 3가량이 지진과 쓰나미로 죽거나 방치된 상태에서 굶어 죽었다고 전해진다. 살아남은 몇몇은 배회하며 목숨을 이어갔고, 위험을 무릅쓴 사람들로부터 구조돼 가족의 품으로 돌
아가거나 안전한 곳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소와 돼지, 닭 등의 처지는 더 가 혹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살처분되기 시작해, 먹을 것을 찾아 축 사를 나와 돌아다니던 녀석들까지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오오타 야스스케의 책 ‘후쿠시마에 남겨진 동물들’과 ‘후쿠시마의 고 양이’에 재난을 겪은 동물들의 여러 모습이 담겨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찾아 보아도 좋겠다.)
우한에 남겨진 동물들은 어떻게 됐을까? 봉쇄가 짧게 끝나지 않겠다는 전망이 나오자 지역내외 동물보호단체와 활동가들이 협력해 굶주림을 겪는 동물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이미 세상을 떠난 동물들을 배웅 하는 것 또한 그들의 몫이었다. ‘누구라도 우리 집에 들어가 반려동물 먹이 를 챙겨달라’는 SNS의 호소에 도움을 자청한 이웃도 있었고, ‘홀로 남은 반려동물을 돌볼 지원자를 모집한다’는 글에 2천 여 명이 응답하기도 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기 위해 대피를 포기한 사연도 들렸다. 전세기에 반려동 물 탑승이 불가하자 현지에 남기를 결정한 유학생, 교민도 있었다. 그렇게 76일이 흘러 드디어 봉쇄 조치가 해제되고 소수의 운이 좋았던 사람들과 동물들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기동물’이 된 이들은 여전히 동물보호단체의 돌봄을 받으며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동물과 함께 살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가운데에 크고 작은 재난 을 반복해 겪으면서 해외 몇 국가에서는 재난 상황시 반려동물과의 대피 요령을 제시하고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엄청난 피해와 사회적 갈등을 겪었던 미국의 관련 법(Pets Evacuation and Transportation Standards Act)이 대표적이다. 이 법에는 반려동 물과 동반할 수 있는 대피소를 제공하고 반려동물 구조활동을 실시해야 한 다는 내용이 명시 되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행동 요령에는 반려 동물이 대피소에 들어갈 수 없으니 가까운 사람에게 맡기는 등 스스로 대책 을 마련하도록 안내하고 있는데, 몇 년 전 포항 지진과 강원도 산불이 발생 했을 때 이 점이 논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밖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별다 른 지침이 없어 담당자의 판단이나 여건에 맞게 대응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 몇 지자체에서 반려동물 임시 돌봄을 지원하고 있다. 가족 모두가 격리 치료를 받으면서 반려동물을 돌보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며 관련 문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보호자가 입원 할 때 반려동물도 지정 동물병원 등 임시보호 시설로 옮겨지고, 보호자가 치료를 마칠 때까지 보호를 받는다. 서울시는 무료이고 경기도와 인천시, 울산시, 광주시 등에서는 보호자가 일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지자체 마다 다르지만 대개 한 마리당 하루 3만5천원 정도다.
위기 속에서 우리는 항상 ‘동물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의견을 마주 하게 된다. 전례 없는 위기와 공포에서 다른 무엇보다 나자신, 우리 인간종의 생존을 우선시 하는 것이 당연한 욕구인지도 모른다. ‘모든 생명은 동등하다’는 구호가, 이타적이고 정의로운 행동에 대한 기대가 ‘나부터 살고 봐야 하는’ 위기 앞에서는 전혀 무겁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자신의 입장을 선택할 수 없는 동물과 결정권을 가진 인간의 기울어진 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그 균형을 무너뜨린것 또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극한상황에서 더 큰피해를 입는 것은 언제나 힘없고 약한 존재들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며 인종, 계급, 신체조건 그 무엇과도 상관없는 한 인간으로서의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존엄성을 지켜왔다. 그 사실을 잊지 말고 너무 늦지 않은 때에 상대적 약자를 배려하고 돕는 마음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동물에게까지 가 닿기를 바란다.
우리를 살리기 위해 죽는 동물들 [실험동물]
작년 12월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적어도 1년 반 가량, 길게는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은 속도였다. 우리 나라도 2월 말부터 접종이 시작될 예정인데,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여느 신약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도 여러 실험동물이 쓰였다. 코로나19가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실험에 적합한 동물을 찾는 것이 시작 이었다. 일단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야 하고 인간과 유사한 반응을 보여 야 한다. 아무래도 가장 좋다고 여겨지는 동물은 인간과 생물 분류가 동일 한 원숭이등의 유인원이다. (인간도 유인원에 속한다.) 실험에는 주로 붉은 털원숭이나 필리핀 원숭이라고도 불리는 사이노몰거스 등이 사용된다. 물론 이런 ‘비인간 영장류’는 시험에 충분한 수를 확보하기 어렵고 시설이나 시 험 인력 조건 등이 까다롭기 때문에 다른 동물로 어느 정도 가능성을 타진 한 다음 순서에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그야 말로 ‘속도전’이었기에 영장류 실험으로 빠르게 넘어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면서 영장류 실험과 관련한 예산 또한 크게 확대했다.
실험동물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하얀 쥐는 사육 비용이 저렴하고 많은 수로 번식하기 쉽기 때문에 다양한 후보물질을 검증하는 데에 흔히 사용된다. 하 지만 감염병 실험에는 적합하지 않은데, 쥐와 사람의 감염 수용체 단백질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는 사람의 단백질 을 갖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쥐가 사용됐다. (실험을 위한 쥐의 유전자 변형 은 1980년대부터 시작 됐고, 지금은 암과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 각종 질 환과 비만, 탈모 등의 유전자를 가진 질환모델 쥐가 개발돼 있다.) 쥐와 달 리 인간과 유사한 감염 수용체 단백질을 갖고 있는 햄스터도 코로나19 백 신 개발에 중요하게 쓰였고, 폐 구조가 인간과 비슷한 페럿(흰족제비)도 각 종 실험을 통해 코로나19에 관한 지식을 얻기 위해 이용됐다.
인간 문명과 과학기술이 쌓아 올려지는 바탕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통 과 죽음이 있었다. 우주선에 실려 고통스럽게 죽은 라이카, 탄광에 동행 했던 카나리아, 파블로프의 개 등 ‘인간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은 딱한 생명들 을 인간들은 낭만적으로 소비하며 그들의 원하지 않은 고통을 모른척 한다. 윤리적 연구와 대체실험 등으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현실적인 성과는 아직 미미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1년 동안 희생된 동물들을 위로하는 위령제 따위로 스스로의 마음은 조금 편해질 수 있겠지 만 희생된 동물들의 고통과 슬픔을 돌이킬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재난의 원인으로 주목받는 동물들 [축산동물]
코로나19의 원인으로 꼽히며 손가락질 받는 동물이 있다. 바로 박쥐다. 이 전 우리를 위협했던 사스(SARS)나 메르스(MERS)의 코로나바이러스도 박쥐로부터 기인 했다고 밝혀진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감염자가 발생하 지 않아 크게 알려지지 않은 헨드라바이러스, 니파바이러스, 에볼라바이러 스도 마찬가지다. 사실 박쥐는 포유류 중 가장 많은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박쥐가 현대 대부분의 전염성 질환의 기원이라는 사실이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다만 박쥐는 다양한 바이러스에도 증상을 보이지 않는 절묘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고, 다른 동물이나 인간은 그렇지 않을 뿐이다. 문제는 박쥐가 아니라 박쥐와 사람이 접촉할 일이 잦아진 환경이다. 인간이 박쥐 서식지에 들 어가거나 박쥐를 잡아먹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러한 행동 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헨드라바이러스와 니파바이러스는 박쥐에서 기인 한 바이러스가 가축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된 사례다. 박쥐가 먹다 만 과일, 남기고 간 분뇨에 말과 돼지가 감염됐고, 그 다음 인간에게 넘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박쥐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던 바이러스가 가축과 인간에게 는 극심한 감염 증상을 불러일으켰고, 사람의 치사율이 50~60% 가량으로 상당히 높았다.
전문가들은 인간의 거주지와 목축지가 확대되고 박쥐의 자연 서식지는 줄어들면서 야기된 일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가축은 단일 품종으로 밀집 사육 돼 감염에 취약하기에 쉽게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한 다. 최근 영국의 한 연구에서는 식생이 변화하면서 박쥐 종이 증가했고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 또한 커졌다며, 기후변화가 바이러스 발생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논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또한 축산업과 무관하지 않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또한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인간의 과잉된 육식습관이 이번 팬데믹을 불러왔다는 평 가와 또 다른 팬데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은 결코 비약이 아니다.
팬데믹을 완전하게 없애는 건 아마도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다음 팬데믹을 최대한 늦추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건 가능하다. 공중 보건에 신경을 쓰고 야생동물 섭취를 자제하고 백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은 육식 자체를 줄이고 단계적으로 공장식 축산업을 도태시키는 것이다. 인류가 육식을 멈출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방 법으로는 지구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 조혜민
* 기사 전문은 OhBoy! No.108 ‘PANDEMIC&ANIMAL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08 JAN FEB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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