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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고양이, 그리고 여성

독자들이 보내온 조금 더 흥미롭고 아름다운 여성과 고양이에 대한 얘기들
멋진 여성들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고양이들로 가득한 생각과 글, 사진과 그림들 치명적인 귀여움, 끝을 알 수 없는 사랑스러움, 밀당의 천재들
그리고 모두의 관심이 절실한 길 위의 생명들에 대한 얘기들까지

                                                      


눈초리를 뱉는다;

눈초리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눈에 나타나는 표정을 말한다. 표정 있는 눈빛이 눈초리 이다. 스페인에서 보름간 봉사 활동을 하며 처음으로 아주 ‘곁’에서 고양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일어나면 숙소 테라스에서 놀고 있는 삼형제에게 ‘Buenos días!’ 아침 인사를 건네고 하루를 시작했다. 짧은 시간 이었지만 이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보송보송 귀여워 보다 내 가슴을 간지럽혔던 건, 이들의 눈초리였다. 눈 으로 말을 건네 오는 순간이 있다. 집사가 아닌 나는 이 친구들이 무얼 원하는지, 어디 불편한 건 아닌지 알 수 없어 열심히 정보를 찾았고, 상대의 행동이나 표정 변화를 관찰하고 대화를 하고 싶다는 표현일 수 도 있다는 내용을 보았다. 경계의 시선이 아닌 이상, 나도 눈을 지그시 감아 인사한다. 그리고 내 맞은편에 다가와 앉은 이에게서 눈의 소리를 듣는다. 들린다. ‘오늘 기분 어때?’ 저 섬세한 눈을 내게 말해주면 어떨 까? 눈의 언어를 말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면, 저 표현의 굴곡은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알 수 있을 텐데. 동그라미 세모 네모 별 마름모인 마음들을 헤아릴 수 있을 텐데. 고양이의 눈초리를 보며 나를 생각한다. 입의 소리를 삼키고 눈으로 외치며 ‘알아서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그쳐야 한다. 그것은 말이 되어 음성이 되어 당신에게 닿아야 한다. ‘알아서 좀 알아주지.’는 나의 고약한 버릇이었다. 불편한 말이 성가시고 싸움을 회피하고자 눈으로 때리고 말을 삼켰다. 내가 간직하고 있던 그 섬세한 눈의 언어를 말로 전했다면 추측, 오해 같은 미운 것들로 상처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노력한다. 눈초리로 알 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말’한다. 그래서 난 눈초리로 추측한 이 친구들의 말을 더욱 알고 싶었다. 봉사 마 지막 날이 되었다. 어디 있지? 그 날따라 삼형제는 늘 있던 곳에 없어 내심 걱정되었다. 스페인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세 명의 이름을 붙여 주었었는데, 나는 보고 싶은 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삼형제를 찾았다. 사 부작. 숙소 옆 야외 창고에서 눈초리를 느꼈다. 그윽한 막내의 눈초리를 읽는다. ‘그동안 고마웠어.’ 고양 이의 눈초리에서 ‘나’라는 여자의 말을 들었다. 삶에서 필요한 그 말은, ‘눈을 말로 해.’ 여자의 섬세한 눈 을 뱉는다. 큰 소리로. 행동으로. / 글과 사진 임진아

                                                                

눈 마주치기                     

어렸을 때 나는 고양이를 무서워하는 아이였다. 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밤마다 동네 고양이들이 울기 시작했는데, 그 소리가 겁이 나서 한참 동 안 귀를 막고 있었다. 어릴 때 기억 때문인지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도 고양이는 항상 다가가기 어렵고 두려운 존재였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매일 아침 SNS에 올라온 고양이 사진을 찾아보며 잠에서 깬다. 길에서 혹시나 고양이를 마주치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로 산책을 나가고, 주머니에는 고양이 사료를 챙겨 다닌다. 난 언제부터 고 양이를 좋아하게 된 걸까? 이 시점을 되짚어 생각하다 보니 4년 전 베 를린에 머물렀을 때 친구가 찍어줬던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장소는 베 를린의 독립서점 Motto. 뉴욕에서 놀러 온 친구와 함께 이곳을 방문했 다가 의자 위에 얌전히 앉아있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보았다. 마침 나도 위, 아래 모두 검은 옷을 입고 간 터라 괜한 동질감이 느껴졌던 걸 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문득 얼굴이 궁금해서 쭈그려앉아 고 양이와 눈을 맞추는 순간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그렇다.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된 것은 고양이와 처음으로 눈을 마주친 그 순간부터이다. 그 이후로 길에서 보이는 고양이들을 눈여겨보기 시작했고 그 존재들이 너 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지금은 사정상 고양이를 키울 수는 없지만, 길 에서 만난 고양이들에게 받은 사랑을 보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나는 고양이들의 작은 몸짓에 위로를 받으며 살아가는데 그 위로를 받고만 있기에는 너무 미안하니까. 고양이는 그렇게 내 삶에 들어왔다. 혹시 고 양이와 사랑에 빠지기를 원한다면 먼저 고양이와 눈을 마주쳐보기를 권 한다. 무릎을 굽혀 고양이와 오랫동안 눈을 마주쳐본 사람이라면 분명 고양이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임희선

                                                                    

겁순이                     

겁순이는 1-2살 추정 코숏 여아로 작년 5월 합정역 부근 대로변에서 2 주 정도 되는 새끼 3마리랑 저희한테 구조되었습니다. 대로변에 버려졌 다는 글을 읽고 모른척 할 수가 없었어요. 마침 다음날 큰 비가 내렸습 니다. 아가들은 다행히 좋은 가정으로 입양되었고, 그렇게 겁순이가 우 리 가족이 되었어요. 구조 당시 발톱이 예쁘게 정리되어 있는걸 보니 누 군가 기르다가 버린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예쁜 걸 보면 어렸을 때는 얼마나 이뻤을까 싶습니다. 인형같이 작고 예쁠 때는 데리고 있고 싶고, 몸집도 커지고 게다가 새끼들까지 딸리면 길가에 버려지는 게 아 직도 바꿀 수 없는 수많은 반려동물들의 처지입니다. 실패없는 광고의 3대 요소가 beauty, baby, beast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장난감, 악 세사리, 포장지, 옷, 가방 이렇게 동물 캐릭터가 없는 제품이 없는데, 한 편에서는 동물들이 끊임없이 버려지고 학대 당하는 세상이 얼마나 큰 모순덩어리인지를 항상 생각합니다. 그리고 겁순이와 함께 살면서 몰 랐던 사실을 하나 알았는데요, 제 배 위에 올라와서 꾹꾹이 하는걸 제일 좋아합니다. 어느 날은 날이 너무 추워서 털스웨터를 입었는데 꾹꾹이 를 하면서 털을 정신없이 엄마 젖 빨듯이 빠는 모습을 보고 너무 슬프다 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도 젖 먹이 시절에 충분히 엄마 품에 있지 못 하고 너무 어렸을 때 엄마와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얘기가 너무 슬픈 쪽으로 흘렀네요. 그래도 어쩌다 보니 이렇게 우리 가족이 되 어서 지금은 잘 먹고, 자고, 놀고 건강하게 우리 가족으로 살고 있습니 다. / 한성아

                                                                       

혜승과 혁이                  

공원에서 운동을 하던 어느 날, 언덕에 앉아있는 고양이를 보았다. 살 곳 을 이리저리 옮기는 길고양이 같아 보였다. 그런데 다음 날, 그다음 날에 도 그 고양이는 공원에 있었다. 여기 사는 고양이인가 싶었다. 공원에서 홀로 지내는 고양이에게 마음이 쓰인 나머지, 나는 고양이를 다뤄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서 그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하얀 털과 노란 눈을 가진 그 고양이는 마치 내가 그의 주인인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의 품에 들어왔다. 고양이의 환대에 감동받은 나는 그 고양이를 보러 공 원에 자주 갔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고양이에게 간식도 주고 등을 쓰다듬 어주면서 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추운 날엔 고양이가 내 무릎에 앉아 품 을 파고들어 자리를 잡고 쉬고는 했다. 고양이와 교감하는 날이 늘어날수 록 이 녀석에게 정이 들었고 이제 이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자는 생각이 들었다. 통통하고 귀여운 몸을 가졌지만 강인한 아이, “혁” 이라는 이름을 주었다. 날씨가 추워지자 나는 공원에서 맨 몸으로 사는 혁이의 안전이 걱 정되었다. 혁이가 따뜻하게 쉴 수 있는 집을 만들어 주었고 사료와 물그릇 도 주었다. 12시가 넘어서 귀가해도 꼭 공원에 들러서 혁이를 보고 집에 들어가고는 했다. 이 아이를 보는 것이 내 하루의 마무리가 되었다. 나의 소원은 혁이가 오랫동안 이 공원에 머무는 것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혼자 밖에서 사는 것이 때로는 위험하고 외로울 것이다. 그러나 혁이가 나를 만 나는 시간만큼은 나의 품속에서 조금이나마 덜 외롭고 덜 쓸쓸했으면 좋 겠다. 비록 혁이와 직접 대화를 할 수는 없지만, 혁이에게 내가 너를 정말 아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고양이 한 마리는 어느새 내 삶의 일부가 되었고, 이제 이 아이 없는 일상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혁이는 내게 큰 존재가 되었다. 나와 혁이는 아름다운 추억을 쌓으며 깊어가는 시간들 속에 항상 함께할 것이다. / 사진 조혜승 글 변현진


* 기사 전문은 OhBoy! No.103 ‘GIRLS & CAT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03 MAR APR 2020
GIRLS & CA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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