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_수의사 설채현
동물과의 소통은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동물이 사람처럼 생 각하고 행동한다는 희망과 착각은 과연 동물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수의사이자 놀로(knollo) 행동클리닉 원장인 설채현 에게 동물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물었다.
수의대를 졸업, 미국에서 동물행동학 공부 후 트레이너 자격까지 취득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이어간 계기가 있으신가요?
수의대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의학적인 부분이 아니라 행동학적인 것이었어요. 학교에서는 행동학을 전혀 배우지 않아서 혼자서 책을 찾아 보고 조금씩 관심을 가질 때쯤, 결혼한 그 당시의 여자친구 반려견이 문제행동을 보였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정보로 교육을 하면 당연히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안 되는 거예 요. 당시만 해도 개를 기계처럼 생각한 거죠. ‘간식만 주면 말을 다 잘 듣는다’ 는 식으로요. 이 아이들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국내 정보만으로는 분리불안이 치료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때 반려견이 버려지는 이유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됐는데, 전세계적으로 50~60%는 문제행동으로 버려진다고 하더라고요. 행동학적 문제를 해결해서 반려견이 버려지지 않게 하고 안락사 당하지 않게 하는 것도 수의사가 할 일이 겠다라는 생각에 미국에 잠깐이나마 연수를 가서 전문의들의 진료방법을 보게 됐고, 교수님 추천으로 트레이닝 방법도 배우게 됐죠.
진료 과정이 일반적인 동물병원 진료와는 좀 다를 것 같아요. 보통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요?
예약을 하시면 저희 트레이너들이 전화 사전 상담을 통 해 어떤 문제행동이 있는지 여쭤보고, 그 다음 저한테 오셔서 상담을 하게 됩니다. 뭔가 감정적인 문제가 있고 불안이나 두려움이 너무 큰 경우라면 약물을 처방하기도 해요. 사람의 정신건강의학과 약물 같은 거예요. 그리고 저희 트레이너와 함께 트레이닝이 진행돼요. 사실 저는 훈련이라는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행동수정이나 교육이라는 단어를 주로 써요.
수의학적 처치와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는 건가요?
네, 그렇죠.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의학적 문제로 강아지들이 문제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문제행동이라고 생각해서 트레이닝을 해도 잘 안 좋아지는 경우 중의 일부분은 의학적인 문제로 통증이 있거나 호르몬성 질환에 의해 감정이 변화하는 경우, 아니면 신경계 쪽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 것들로 인해서 행동학적 문제가 생긴 건데 의학적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죠.
내셨던 책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되지 말라’는 스승님들의 말씀을 떠올린다, ‘개는 개다’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이 아이들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 누구도 100% 장담해서 얘기할 수 없어요. 그래서 내가 다 아는 것처럼, 뭔가 속단하고 단정해서 말하는 것보다 레퍼런스가 있는 내용들을 얘기해주는 걸 좋아해요. 혀를 날름거리는 것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얘기드릴 수 있는 건 그 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쌓아온 지식과 서로의 얘기를 통해서 ‘이게 맞는 것 같다’고 동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바디랭귀지 같은 것을 명확하게 공부하고 정보를 잘 이용하는 것은 좋지만, 과장해서 내가 다 아는 것처럼, 내가 동물의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우려처럼 동물을 지나치게, 섣부르게 의인화할 때 불거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세요?
결국 상대방에 대한 오해겠죠. 제가 의인화를 하지 말라는 것은 사람처럼 예뻐해 주고 옷을 입혀주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들을 이해할 때 이 아이들의 능력치를 알고 이해하라는 거예요. 보통 개들의 정신연령이 지금까지의 추측으로는 사람의 만 나이로 2.5세. 그러니까 우리나라 나이로 3~4살 정도라고 하는데요. 사람들이 자신의 개에 대해 얘기할때 보면 본인의 입장에서 ‘나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라는 식으로 생각을 한단 말이에요. 개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보호자나 사람들이 오해를 하게 되겠죠. 오해는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잘못된 것 중의 하나고요.
하지만 사람들은 동물, 특히 자신의 반려동물과 소통하고 싶어합니다. 동물이 나에게 하고자 하는 말도 알고 싶고 내 마음도 전하고 싶고요. 어떻게 해야 동물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정말 딱딱한 얘기일 수 있지만, 우선 공부를 해야겠죠. 공부도 안하고 상대방을, 심지어 말도 안 통하고 종도 다른 동물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심지어 아기를 키울 때도, 연애를 잘 하려고도 책을 읽잖아요. 같은 종에 말까지 통 하는 경우에도 그렇게 하는데, 완전히 다른 언어의 다른 종에 대해서 한 두 마 리 키워봤다고 내가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이죠. 동물들이 어떤 감정, 어떤 본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언어를 쓰는지 알아야지만 이해를 할 수가 있어요. 그래야 소통을 할 수가 있고요.
* 인터뷰 전문은 OhBoy! No.112 ‘A LETTER FROM YOUR DO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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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_수의사 설채현
동물과의 소통은 어디까지 가능한 걸까? 동물이 사람처럼 생 각하고 행동한다는 희망과 착각은 과연 동물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수의사이자 놀로(knollo) 행동클리닉 원장인 설채현 에게 동물과 함께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물었다.
수의대를 졸업, 미국에서 동물행동학 공부 후 트레이너 자격까지 취득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이어간 계기가 있으신가요?
수의대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의학적인 부분이 아니라 행동학적인 것이었어요. 학교에서는 행동학을 전혀 배우지 않아서 혼자서 책을 찾아 보고 조금씩 관심을 가질 때쯤, 결혼한 그 당시의 여자친구 반려견이 문제행동을 보였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정보로 교육을 하면 당연히 나아질 줄 알았는데 안 되는 거예 요. 당시만 해도 개를 기계처럼 생각한 거죠. ‘간식만 주면 말을 다 잘 듣는다’ 는 식으로요. 이 아이들도 감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국내 정보만으로는 분리불안이 치료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그때 반려견이 버려지는 이유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됐는데, 전세계적으로 50~60%는 문제행동으로 버려진다고 하더라고요. 행동학적 문제를 해결해서 반려견이 버려지지 않게 하고 안락사 당하지 않게 하는 것도 수의사가 할 일이 겠다라는 생각에 미국에 잠깐이나마 연수를 가서 전문의들의 진료방법을 보게 됐고, 교수님 추천으로 트레이닝 방법도 배우게 됐죠.
진료 과정이 일반적인 동물병원 진료와는 좀 다를 것 같아요. 보통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는지요?
예약을 하시면 저희 트레이너들이 전화 사전 상담을 통 해 어떤 문제행동이 있는지 여쭤보고, 그 다음 저한테 오셔서 상담을 하게 됩니다. 뭔가 감정적인 문제가 있고 불안이나 두려움이 너무 큰 경우라면 약물을 처방하기도 해요. 사람의 정신건강의학과 약물 같은 거예요. 그리고 저희 트레이너와 함께 트레이닝이 진행돼요. 사실 저는 훈련이라는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행동수정이나 교육이라는 단어를 주로 써요.
수의학적 처치와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는 건가요?
네, 그렇죠.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의학적 문제로 강아지들이 문제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요. 문제행동이라고 생각해서 트레이닝을 해도 잘 안 좋아지는 경우 중의 일부분은 의학적인 문제로 통증이 있거나 호르몬성 질환에 의해 감정이 변화하는 경우, 아니면 신경계 쪽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어요. 그런 것들로 인해서 행동학적 문제가 생긴 건데 의학적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죠.
내셨던 책에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되지 말라’는 스승님들의 말씀을 떠올린다, ‘개는 개다’라는 말을 좋아한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이 아이들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 누구도 100% 장담해서 얘기할 수 없어요. 그래서 내가 다 아는 것처럼, 뭔가 속단하고 단정해서 말하는 것보다 레퍼런스가 있는 내용들을 얘기해주는 걸 좋아해요. 혀를 날름거리는 것을 보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고 얘기드릴 수 있는 건 그 동안 많은 전문가들이 쌓아온 지식과 서로의 얘기를 통해서 ‘이게 맞는 것 같다’고 동의가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죠. 바디랭귀지 같은 것을 명확하게 공부하고 정보를 잘 이용하는 것은 좋지만, 과장해서 내가 다 아는 것처럼, 내가 동물의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하는 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우려처럼 동물을 지나치게, 섣부르게 의인화할 때 불거질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세요?
결국 상대방에 대한 오해겠죠. 제가 의인화를 하지 말라는 것은 사람처럼 예뻐해 주고 옷을 입혀주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들을 이해할 때 이 아이들의 능력치를 알고 이해하라는 거예요. 보통 개들의 정신연령이 지금까지의 추측으로는 사람의 만 나이로 2.5세. 그러니까 우리나라 나이로 3~4살 정도라고 하는데요. 사람들이 자신의 개에 대해 얘기할때 보면 본인의 입장에서 ‘나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라는 식으로 생각을 한단 말이에요. 개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보호자나 사람들이 오해를 하게 되겠죠. 오해는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잘못된 것 중의 하나고요.
하지만 사람들은 동물, 특히 자신의 반려동물과 소통하고 싶어합니다. 동물이 나에게 하고자 하는 말도 알고 싶고 내 마음도 전하고 싶고요. 어떻게 해야 동물들을 가장 잘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정말 딱딱한 얘기일 수 있지만, 우선 공부를 해야겠죠. 공부도 안하고 상대방을, 심지어 말도 안 통하고 종도 다른 동물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죠. 심지어 아기를 키울 때도, 연애를 잘 하려고도 책을 읽잖아요. 같은 종에 말까지 통 하는 경우에도 그렇게 하는데, 완전히 다른 언어의 다른 종에 대해서 한 두 마 리 키워봤다고 내가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는 건 어불성설이죠. 동물들이 어떤 감정, 어떤 본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언어를 쓰는지 알아야지만 이해를 할 수가 있어요. 그래야 소통을 할 수가 있고요.
* 인터뷰 전문은 OhBoy! No.112 ‘A LETTER FROM YOUR DO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12 SEP OCT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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