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letter from 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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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반달가슴곰 입니다.    


나는 반달가슴곰입니다. 그리고 사육 곰이기도 합니다. 30년쯤 전에 한국 사람들이 동남아 각 지역에서 반달가슴곰을 수입해서 기르기 시작했다고 해요. 우리의 담즙이 건강에 좋다는 낭설 때문에 곰을 수입해서 키우는 곰 농장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길러지는 곰들을 사육 곰이라고 불러요. 하지만 사육 곰이 기 이전에 반달가슴곰인 우리는 멸종 위기종으로 세계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어요. 그래서 곧 수입은 금지됐지만 농장에서 곰들이 계속 태어났죠. 저도 그런 농장에서 태어났어요. 곰들이 계속 태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우리를 모두 중성화했지만 이미 태어난 우리의 삶이 나아지거나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주진 않았어요.  

                   

저는 어릴 때 화천의 한 농장으로 팔려왔고 쭉 이곳에서 자랐어요. 어릴 때는 같은 방 친구들과 같이 지냈었는데 어디론가 떠나기도 하고 죽기도 해서 이제 저 혼자예요. 다른 방들에도 이제 친구들이 한 마리씩 밖에 남지 않았어요. 전국적으로도 저 같은 사육 곰은 이제 369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 요. 다른 농장에는 우리가 살아있는 채로 가슴에 관을 박아서 담즙을 빼내기 도 한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담즙을 뺄 때 너무너무 아프다고 하는데 생각만 해도 무서워요. 죽는 것도 무섭지만 산 채로 가슴에 관을 꼽고 담즙을 계속 뽑히는 건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이에요.

                       

시멘트 바닥과 철창으로 만들어진 화천 농장에서 20년 가까이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날들을 보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못 보던 사람들이 농장에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한참 우리를 요리조리 살피더니 사라지고 그다음에 나타날 때는 맛있는 것을 잔뜩 들고 왔어요. 그 뒤로 그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 맛있는 것도 주고 집도 깨끗이 치워주고 있어요. 저는 수박이랑 멜론을 제일 좋아하고 옆방 친구는 땅콩이랑 밤을 좋아해요. 어느 날은 나를 내실에 가둬두고 바깥쪽 방에서 불을 번쩍번쩍하더니 더 이상 옆방의 곰이 손을 내밀어 나를 때릴 수 없게 벽이 튼튼히 졌어요. 장마철에 방이 축축하면 발바닥이 불어서 계속 상처가 나서 아파요. 그래서 장마철에는 항상 발을 디딜 수 없을 정도로 발에 상처가 많이 났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둥글고 큰 타이어 방석을 만들어준 뒤로는 그 위에 올라가서 발을 말릴 수 있고 그 위에서 쉴 수도 있어서 좋아요. 매일 두 번씩 주는 달콤하고 푹신한 것 속 쓴 알갱이 들을 넣어 놓은걸 알지만 쓴 알갱이가 잘 안 빠져서 그냥 먹어주기로 했어요. 먹고 나면 다리가 좀 덜 아픈 것 같기도 하구요. 요즘은 커다란 은색 상자 같은걸 가져와서 거기 들어가면 맛있는 것을 주기도 하고 방 밖으로 손을 내밀 어서 막대기를 잡으면 달콤한 물을 입에 뿌려주기도 해요. 너무 재밌고 맛있어서 계속 하고 싶어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마 숲속에 살았을 거라고 해요. 저는 숲속이 뭔지 잘 모르지만 좋은 곳인 거 같아요. 인간들이 가끔 방 안으로 넣어주는 나무를 갖고 노는 게 참 재밌는데 그런 게 엄청 많은 곳이래요. 그리고 엄청 넓어서 실컷 뛰어다닐 수 있고 높은곳에 올라갈 수도 있대요. 매주 오는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는 내 방에서 나가면 죽는거라 절대로 방에서 나가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 저도 방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어요. 제 소원은 이제 숲에 가보는 것이에요. 그 사람들이 내년에 나를 숲 같은 곳에 데려가 주고 싶다고 했어요. 저도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 동물권행동 카라 고현선 활동가

    

* 기사 전문은 OhBoy! No.112 ‘A LETTER FROM YOUR DOG’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12 SEP OCT 2021
A LETTER FROM YOUR D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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