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SE ARE A FEW OF MY FAVORITE TH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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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좋아하는 물건, 그들의 직업과 작업, 물질과 욕망에 관한 솔직한 얘기들. 


이코복스 커피 대표 이우석

이우석 | 이코복스(IKOVOX) 커피 대표 |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인 ‘이코복스’를 12년째 운영하고 있다. 어렸을 때 ‘좋은 소리’에 매료되어 다양한 오디오를 컬렉션해왔다. 이코복스도 독일의 카메라, 렌즈 등 광학용품과 극장용 전문 오디오 메이커인 ‘자이스 이콘(Zeiss Ikon)’의 스피커 모델명에서 따온 것이다. 


요즘 디자인은 금방 소비돼 버려요. 하나를 만드는 데에 오래 걸리지도 않고, 너무 자주 바뀌고 또 서로 뽐내려다 보니 디자인 자체가 공해가 돼 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어요. 조선 왕조가 500년인데 그동안 기와집이 바뀐 게 아니잖아요. 현대의 디자인은 바우하우스가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지금도 그 틀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바우하우스 쪽의 프로토타입 디자인에 대해 나름대로의 고찰을 해 왔어요. 매장의 가구나 소품도 다 그런 느낌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프로토타입으로 연출을 해보려고 했고요. 커피 포장은 군용 전투식량 MRE를 보고 만든 거예요. 군용 디자인은 메시지 전달만 정확하고 거품이 없어요. 오히려 메시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 화려하거나 디자인적인 요소는 억제하고 질리지 않게 하죠.


오디오도 마찬가지인데요. 요즘에는 정말 예쁜 디자인도 많고 하이엔드 제품들이 유행처럼 소비돼요. 저는 초기의 디자인, 프로토타입에 마음이 많이 갔어요. 또 그 때를 대표하는 음악은 그 시대의 스피커에 가장 잘 어울리거든요. 제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다 보니 193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그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 모델을 컬렉션하게 됐어요.



갤러리 그레파이트온핑크 대표 구나윤

구나윤 | 갤러리 그레파이트온핑크(Graphite on Pink) 대표 | 미술 전문 출판사이자 갤러리 그레파이트온핑크를 운영하고 있다. 세상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을 알리는 전시 기획을 한다. 매해 비평지 ‘GRAVITY EFFECT’도 발간하고 있다.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고 홍보하는 일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꼭 신진 작가와 중견 작가를 구분하지는 않고, 경력이 있고 많이 알려진 작가여도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발굴하죠. 출판사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출판사로서의 느낌과 맞는, 프린트나 실크스크린처럼 인쇄와 관련된 작업을 좀더 선보이는 편이에요. 

다양한 전시 기획을 하지만 요즘 제 개인 컬렉션은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아요. 고양이 3마리와 같이 살고 있고, 이제 3년정도 되었거든요. 자꾸 고양이 작품이 눈에 띄더라고요. 제가 가져온 그림은 배우리 작가님의 그림인데요. 최근 고양이 그림을 계속 그리시는 분이에요. 꼭 고양이만 그리시는 것은 아니지만 노석미 작가님 그림도 소장하고 있고요. 요즘 NFT 아트 거래도 활발해지고 있는데, 그 쪽에서도 고양이가 그려진 작품을 많이 샀어요. 꼭 작품이 아니고 소품 같은 걸 살 때에도 고양이가 그려져 있으면 더 마음이 가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고양이 관련된 작품만 보여주는 전시를 해 보고 싶어요. 개인 컬렉션 전시로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디자인 컨설팅 기업 데이라이트 CD 성정기

성정기 | 제품디자이너. 데이라이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경험이 만드는 차이를 소중히 생각하면서, 그 안에서 싹튼 생각으로 또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이려고 한다. 최근에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생각을 만드는 디자인’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열었다.


요즘에는 디지털로 표현되는 인터렉션이나 UX(User Experience) 쪽으로 디자인이 많이 쓰이고 제품디자이너는 점점 소중한 직업이 되고 있어요. 하지만 어쨌든 세상에는 물성이 있는 물건이 존재해요. ‘메타버스(metaverse)’도 ‘메타포(metaphor)’가 있어야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거든요. ‘의자’에 대한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가상 세계에서도 그것이 존재하지 않겠죠. 물성으로서 처음 경험하게 하는 장치로 제품디자인이 많이 쓰이고 있고, 저는 그에 더 나아가 생각을 더 확산시킬 수 있는 디자인을 하고 싶어요. 제품디자인이라는 것은 보여지는 형체도 중요하지만 실제 그 제품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행동과 감정에 대한 측면에서도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시 의자를 예로 든다면, 봤을 때 물성이나 형태로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앉는다’는 단순한 기능을 넘어 ‘앉아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가치도 전달할 수 있는 것이죠. 제품디자이너는 그런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배려를 하는 것이에요.


디자인이라고 하는 산업군이 전체 산업의 성장과 함께 가는 것이다 보니까, 예전에 비해 제품디자인의 영역이 굉장히 축소되고 있는 건 확실해요. 예전에는 워낙 제품이 없다 보니 계속 만들어도 괜찮았는데 요즘에는 무엇이든지 굉장히 많이 존재하고, 디자이너로서 새로운 무언가를 디자인하는 것에 강한 욕구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어요.



광고대행사 ADL 대표 김곤수

김곤수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패션 브랜드의 비주얼을 표현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을 한다. 브랜드의 정체성 또한 어떠한 대상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시작으로 발현되기에 디렉팅 과정이 곧 브랜드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패션을 나누는 방식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스타일’이죠. 스트리트 패션, 빈티지, 스포츠 이런 것들이요. 이것들은 매우 빨리 변하기 때문에 저는 스타일로 나누는 아이템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저는 스타일에 민감하지 않은 ‘타임리스(timeless)’ 디자인을 좋아하는데요. 유행에 앞서 가지도, 그렇다고 뒤떨어 지지도 않으면서 기본적으로 튼튼한 것들, 그냥 무던하게 오래갈 수 있는 물건들이 좋아요. 패션 쪽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역설적이게도 물건을 고르거나 선택하는 것 자체가 별로 좋지 않더라고요. 별로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들고 제 성향에 맞지 않아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아이템만 계속 쓰고 반복해서 사요. 그게 그냥 편해요. 물론 그 아이템을 고르기까지 많은 것들을 써봤죠. 신발도 수백 켤레씩 있었던 때도 있었고요. 써 가면서 그 물건의 가치를 느끼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결국 나에게 맞는 것 한 두개 정도로 좁혀지더라고요. 그게 그 사람만의 스타일이 생기는 과정인 것 같아요. 사실 트렌드라는 것은 ‘트렌드’라고 정리가 되는 순간 이미 트렌드가 아닌 것이거든요. 트렌드는 자연발생적이고 동시대성을 띄고 있는 것이에요. 예를 들면 저하고 아무 상관없는 독일의 어떤 그래픽 디자이너가 저와 같은 음악을 듣고 있다, 아무런 정보 없이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도 그러하다면 그게 바로 트렌드의 시작이죠. 우리가 만나는 트렌드는 어떠한 매체를 통해 정리되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는 것인데, 결국 소비자들을 현혹하기 위한 하나의 정보가 아닌가 싶기도 해요. 내 안에 뭔가 채워지지 않는 것들, 정서적인 부분들을 물건이나 금전적인 것들로 채우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또 그런 부분을 교묘하게 이용해 매출을 일 으키기도 하고요. 저는 물건이 주는 기쁨을 추구할수록 더 상실감이 커지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다 보니 오히려 무의미하게 느껴져요. 물건을 아무리 사봐도 현대인이 갖고있는 허무함 같은 것들은 결코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조금 다른 무언가에서 내적 충만함을 찾는 노력을 더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공간 스타일리스트 이소선

이소선 | MODULELAB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인테리어 공간 플래닝과 스타일링, 비쥬얼 디자인을 한다. 가구와 조명, 오브제, 그림을 사랑하는 이유로 LIVING CULTURE CONCEPT STORE ‘소프트빔(SOFTVIM)’을 운영하고있다.

 

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보면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알 수 있고, 소유품들이 삶을 표면적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수록 적게 소유하고 좋은 물건을 즐기는 삶에 가까이 있고 싶어요. 내게 좋은 물건이란 되도록 단순하고 엉뚱하거나 자유로워서 오래 보아도 매력을 잃지않는 묵직함과 장인 정신이 묻어있는 물건들입니다. 항상 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만 젊은 시절부터 나의 취향은 상당히 일관적이었다고 생각해요.



건축가 이진오

이진오 | 건축가. 건축사사무소 SAAI 소장 | 의미와 가치를 간직한 오래된 건물을 발굴하고 새로운 사용자들에게 중개하는 ‘초현실부동산’을 여러 전문가들과 운영하고 있다. 공간에 대한 기록과 리서치, 스토리 발굴 작업을 수행할 뿐 아니라 부동산 중개 이후 새로운 사용자와 함께 공간기획, 리모델링 설계, 콘텐츠 제작을 통합적으로 진행한다. 초현실부동산에 대한 구상이 구체화된 ‘페이지 명동’ 프로젝트(과거 한국YWCA연합회관)가 대표적이며, 홈페이지에서 현재 거래 중인 건물도 확인할 수 있다. surrealestate.kr


실은 제가 별로 소유에 집착하는 편이 아니라서 주제를 들었을 때 내가 좋아하는 게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또 계속 생각하다 보니까 좋아하는 게 많은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 ‘안경’에 대한 글을 쓰기도 했고요.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 무엇인지 좁혀나가는 데에 꽤 생각이 필요했어요. 그렇다고 물건을 아주 안 사는 것은 아니고, 사실 사무실 이사를 하면서 인터넷 쇼핑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배송을 받고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이 아닌 경우가 있더라고요. ‘실제로 보고 만져봤더라면 달랐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싸고 빠르니까 인터넷 쇼핑을 하게 되고, 또 쉽게 너무 많은 것들을 사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가급적이면 비싸더라도 대면 소비를 하려고 해요. 사람을 만나면 물건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고 단골이 될 수도 있고요. 가격이나 빠른 배송이 기준이 아니라 샀을 때의 이야기가 담기는 소비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요.


건축은 사실 인터넷 쇼핑을 하기 어려운 것이죠. 비싸서 이기도 하고, 태생적으로 땅에 뿌리 박는 녀석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건축가들도 인터넷 쇼핑을 당해요. ‘인스타 아키텍트’라는 말이 있거든요. 인스타그램에 자기 작업들을 올리고 계속 홍보를 하는 거죠. 주택 설계 시장이 커지니까 클라이언트 층도 젊어 졌고 건축가들도 일찍 독립을 하거든요. 스케치나 지어지지 않은 작업이라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그걸 통해 실제로 집을 짓는 행위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그러다 보니까 건축이 이미지화 돼 있어요. 이미지로 팔려야 되니까요. 그런데 저는 제가 배운 것이 그렇지 않아서인지, 성정이 그래서인지 그렇게 팔리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 기사 전문은 OhBoy! No.114 ‘MY FAVORITE THING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14 JAN FEB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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