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 | 물건 이야기(The Story of Stuff)(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미국에서 쇼핑은 거의 신성화된 의례다. 9·11이 발생하자 부시 대통령은 “테러리즘에 대한 궁극적인 복수”로 일상생활을 동요 없이 영위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일상의 활동에는 쇼핑도 포함돼 있었다.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져 아무도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때, 부시 대통령은 국민들더러 “미국은 영업합니다” 팻말을 창문에 걸고 계속 쇼핑하라고 독려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정치인은,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은 우리의 노동자들을 힘겹게 하고 경제를 옥죄는 일이라고 말한다. 쇼핑은 우리의 의무다. 소비주의의 윤리에 감히 도전하는 자들은 비애국적이거나 얼간이라고 낙인찍힌다. 2009년 초, <뉴욕타임스>가 많은 학교에서 소비주의와 환경 문제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서 영화 <물건 이야기>를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을 때, 보수적인 논객들은 내가 미국의 생활방식을 위협하고 있고 어린이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나를 “머리 묶은 마르크스”라고 불렀다.
‘노 임팩트 맨’이라고도 알려진 콜린 베번이 뉴욕에서 1년 동안 가족의 소비를 아주 최소한으로 줄이는 프로젝트로 언론에 보도됐을 때, 그는 수많은 항의편지를 받았고 그중에는 익명의 살해 위협도 하나 있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800년대 중반 월든 호수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단순하게 사는 삶에 대해 글을 썼을 때, 비평가들은 소로를 “남자답지 못하고” “매우 사악하며 이교도적이고” “사회부적응자이며 야만스러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심지어 소비 문제에 대해 활동하는 비영리기구와 운동단체들도 근본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단체가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의 질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활동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억압적 노동환경에서 생산한 초콜릿보다 공정무역 초콜릿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유독한 성분이 들어 있는 면제품을 유기농 면제품으로 바꾸기 위해, 어린이 장난감에서 PVC를 없애기 위해 싸운다. 하지만 소비의 ‘양’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어려운 질문을 꺼내는 사람이나 단체는 거의 없다. “우리가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스템의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이다. 그런데 내 경험상, 우리 사회에서 이것은 그리 환영받는 질문이 아닌 것 같다.
예전에는 자연자원 추출과 제품 생산을 포함해 다양한 활동이 국가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활동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초점은 소비로 옮겨갔다. 1950년대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경제의 궁극적 목적은 더 많은 소비재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안전한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들고, 어린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소비재를 만드는 것이라고?
1970년대가 되면 소비는 문화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사회를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은 ‘소비가 이끄는 경제’가 사리에 맞고, 불가피하며, 좋은 것이라는 가정 속에서 살아왔다. 우리는 이 경제 모델에 아무런 의심 없이 참여하라고 배웠다. 하지만 점점 많은 사람이 이 경제 모델에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나도 그중 한 명이다.
다무어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그해 연말 시즌에 ‘디스커버리’ 신용카드는 새 광고를 내보냈다. 간단한 곡조의 은은한 기타 선율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가운데, 내레이션이 나온다. “우리는 소비자의 나라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잘못된 것이 없습니다. 좋은 물건이 정말 많지 않습니까? 문제는, 좋은 물건이 너무 많아서 지나치게 휩쓸리기 쉽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물질세계는 더 이상 멋진 세계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주는 세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신용카드회사가 그것을 알아준다면 어떻겠습니까? 소비해야 할 시간이 있고, 또 절약해야 할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아준다면 어떻겠습니까? 우리는 빚을 더 적게, 재미는 더 많이 누릴 수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의 물질세계는 더 밝아지겠지요.”
소비주의에 도전하는 신용카드회사라니! 많은 사람이 소비지출과 가계빚 때문에 걱정을 하는 시기에 더 많은 고객을 얻기 위한 전략임이 그렇게 빤히 보이지만 않았다면, 나는 매우 기뻤을 것이다. 어쨌든, 그 광고에서 정말 흥미로웠던 부분은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들이었다. 처음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광활한 초록벌판에 서 있다. 다음에는 부부와 개가 넓은 해변을 거닌다. 그 다음에는 공원 벤치에서 연인이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한 무리의 소녀들이 택시 뒷자리에 우르르 올라타면서 재잘거린다. 이걸 보니 디스커버리 카드가 적어도 어느 정도는 정말 진실을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물건(심지어 ‘근사한’ 물건)이 아니라 가족, 사랑하는 사람,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과 아름다운 자연이라는 진실을 말이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14 ‘MY FAVORITE THING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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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 물건 이야기(The Story of Stuff)(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미국에서 쇼핑은 거의 신성화된 의례다. 9·11이 발생하자 부시 대통령은 “테러리즘에 대한 궁극적인 복수”로 일상생활을 동요 없이 영위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일상의 활동에는 쇼핑도 포함돼 있었다.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져 아무도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를 때, 부시 대통령은 국민들더러 “미국은 영업합니다” 팻말을 창문에 걸고 계속 쇼핑하라고 독려했다.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정치인은,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은 우리의 노동자들을 힘겹게 하고 경제를 옥죄는 일이라고 말한다. 쇼핑은 우리의 의무다. 소비주의의 윤리에 감히 도전하는 자들은 비애국적이거나 얼간이라고 낙인찍힌다. 2009년 초, <뉴욕타임스>가 많은 학교에서 소비주의와 환경 문제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서 영화 <물건 이야기>를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을 때, 보수적인 논객들은 내가 미국의 생활방식을 위협하고 있고 어린이들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나를 “머리 묶은 마르크스”라고 불렀다.
‘노 임팩트 맨’이라고도 알려진 콜린 베번이 뉴욕에서 1년 동안 가족의 소비를 아주 최소한으로 줄이는 프로젝트로 언론에 보도됐을 때, 그는 수많은 항의편지를 받았고 그중에는 익명의 살해 위협도 하나 있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800년대 중반 월든 호수에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단순하게 사는 삶에 대해 글을 썼을 때, 비평가들은 소로를 “남자답지 못하고” “매우 사악하며 이교도적이고” “사회부적응자이며 야만스러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심지어 소비 문제에 대해 활동하는 비영리기구와 운동단체들도 근본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단체가 우리가 소비하는 제품의 질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활동한다. 이를테면, 사람들이 억압적 노동환경에서 생산한 초콜릿보다 공정무역 초콜릿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유독한 성분이 들어 있는 면제품을 유기농 면제품으로 바꾸기 위해, 어린이 장난감에서 PVC를 없애기 위해 싸운다. 하지만 소비의 ‘양’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어려운 질문을 꺼내는 사람이나 단체는 거의 없다. “우리가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스템의 핵심을 파고드는 질문이다. 그런데 내 경험상, 우리 사회에서 이것은 그리 환영받는 질문이 아닌 것 같다.
예전에는 자연자원 추출과 제품 생산을 포함해 다양한 활동이 국가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활동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초점은 소비로 옮겨갔다. 1950년대에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경제의 궁극적 목적은 더 많은 소비재를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안전한 지역사회 공동체를 만들고, 어린이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목적이 소비재를 만드는 것이라고?
1970년대가 되면 소비는 문화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사회를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은 ‘소비가 이끄는 경제’가 사리에 맞고, 불가피하며, 좋은 것이라는 가정 속에서 살아왔다. 우리는 이 경제 모델에 아무런 의심 없이 참여하라고 배웠다. 하지만 점점 많은 사람이 이 경제 모델에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나도 그중 한 명이다.
다무어가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그해 연말 시즌에 ‘디스커버리’ 신용카드는 새 광고를 내보냈다. 간단한 곡조의 은은한 기타 선율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는 가운데, 내레이션이 나온다. “우리는 소비자의 나라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잘못된 것이 없습니다. 좋은 물건이 정말 많지 않습니까? 문제는, 좋은 물건이 너무 많아서 지나치게 휩쓸리기 쉽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의 물질세계는 더 이상 멋진 세계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주는 세계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신용카드회사가 그것을 알아준다면 어떻겠습니까? 소비해야 할 시간이 있고, 또 절약해야 할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아준다면 어떻겠습니까? 우리는 빚을 더 적게, 재미는 더 많이 누릴 수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의 물질세계는 더 밝아지겠지요.”
소비주의에 도전하는 신용카드회사라니! 많은 사람이 소비지출과 가계빚 때문에 걱정을 하는 시기에 더 많은 고객을 얻기 위한 전략임이 그렇게 빤히 보이지만 않았다면, 나는 매우 기뻤을 것이다. 어쨌든, 그 광고에서 정말 흥미로웠던 부분은 마지막에 나오는 장면들이었다. 처음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광활한 초록벌판에 서 있다. 다음에는 부부와 개가 넓은 해변을 거닌다. 그 다음에는 공원 벤치에서 연인이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한 무리의 소녀들이 택시 뒷자리에 우르르 올라타면서 재잘거린다. 이걸 보니 디스커버리 카드가 적어도 어느 정도는 정말 진실을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물건(심지어 ‘근사한’ 물건)이 아니라 가족, 사랑하는 사람,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과 아름다운 자연이라는 진실을 말이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14 ‘MY FAVORITE THING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14 JAN FEB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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