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동물을 사랑한다면 입양만이 유일한 길이다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과 단체들
고인숙 | 함성향 (안젤라) | 강병권 (BK) | 김태은 | 이하은 한예지
다온레스큐 | 포인핸드 | 사단법인유행사 | 동물자유연대 | 동물권행동 카라
위액트 | 양평군 유기동물보호센터 품 | 전국 지자체 입양센터 | 오보이센터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그 마음에 의한 행동으로 상처 받고 고통 받는 동물들이 있다는 사실은 모르거나 알아도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려동물은 사랑하지만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는 논외로 친다고 해도 말이다. 이건 반려동물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결정으로 동물들이 고통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애써 모른척 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반려동물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생명을 사고파는 행위의 심각성을 부정하고 평생 새끼만 낳다가 외롭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견들에 대한 스토리를 알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돈을 주고 산 그 반려동물을 판매한 산업의 이면에 존재하는 학대와 방관, 차가운 자본주의의 얼굴을 외면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다. 동물을 사는 것은 동물을 학대하는 것이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얼마나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아주 단순하고 명확한 진실이다. 이건 그렇게 결핍된 인간들에 의해 고통받는 동물들을 위해 인생을 바친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다. 수익추구를 동물 사랑으로 포장하는 시스템과 무심하고 이기적인 소비자들에게 학대받는 동물들을 위해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다.
IT'S NOT DIFFICULT!
이하은 한예지 모델
소장님의 부재로 갈 곳을 잃은 갈월리쉼터 동물들에게 평생 가족을 찾아주고자 애쓰고 있다.
@lhaeun96 @yejihhhan
이하은 동물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예지언니가 입양한 ‘치즈’였어요. 몇 달만에 눈빛과 행동이 아예 달라진 걸 보고 놀랐거든요. 유기견은 친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사랑을 주면 바뀔 수 있다는 걸 목격하고 다른 아이들도 궁금해졌어요. 사실 제 첫번째 아이는 가정분양으로 데리고 왔거든요. 강아지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유기견을 데려오면 제대로 못 해줄 것 같다는 걱정이 커서 그랬는데, 조금 알고 나니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정분양이라고 말만 하지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더 알아볼걸, 발로 뛰면서 더 찾아볼걸’ 후회가 들면서 ‘강아지들이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해 사람들이 더 알았으면 좋겠다. 저처럼 무지로 인해 아이들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들을 모아서 봉사단을 만들고 보호소 봉사를 다닌지 2년 정도 됐어요. 생각보다 보호소 봉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아요. 입양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SNS에서 우연히 보고 전주에서 데리고 온 저희 두번째 아이 얘기를 하고 싶어요. 처음에 아빠는 쉽지 않을 거라며 반대를 하셨는데, 실제로 보시고선 마음을 바꾸시더라고요. 만약 유기견 입양 생각은 있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확신이 없다면 일단 직접 한번 보시라고 말씀해 드리고 싶어요. 입양을 하지 않더라도 가서 보는 게 마음을 많이 움직이는 것 같아요.
한예지 저는 어릴 때부터 강아지랑 함께 살았어요. 우유 주머니에 넣어서 버려진 걸 동생이 데리고 온 아이였습니다. 그 후로 버려진 동물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하다가, 성인이 되고 독립을 하면서 입양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포인핸드를 통해 아이를 보러 갔어요. 그렇게 첫째 ‘치즈’를 데려오게 됐는데, 겁도 많고 사람을 무서워하다가 저한테 차차 마음의 문을 열어 주고 활발해진 치즈를 보니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이후에 보호소에도 가게 되고 자연스럽게 여러 상황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게 생각했어요. 내가 거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는데, 일손은 항상 모자란 게 현실입니다. 잠깐이지만 산책을 할 수도 있고 밥을 줄수도 있고요. 또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아이들한테 중요한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 계속 이어가게 돼요. 마음은 있는데 망설이는 사람들한테 ‘일단 가자’고 하면서 같이 다니고 있어요. 펫숍에서 사지 않고 유기견을 입양하는 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가족을 맞는다는 건 무겁고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만, 유기견이라고 해서 또 따로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봐요. 저는 믹스견과 품종견에 대한 인식 차이도 크다고 생각하는데 입양 홍보를 하다 보니까 믹스견 아이들은 입양 문의가 정말 없더라고요. 그것 또한 다르지 않고, 내가 정말 평생을 책임지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PAW IN YOUR HANDS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
전국 보호소의 유기동물을 세상에 알려 입양을 돕고,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pawinhand.kr @pawinhand_official
포인핸드 10년, ‘입양문화센터’로 새로운 도약
포인핸드 앱을 개발한 지 10년이 지나다 보니 어느 자리에 가도 ‘포인핸드를 통해 입양을 했다’는 분들을 한 두 분씩 꼭 만나게 돼요. 그동안 포인핸드가 플랫폼으로서 자연스럽게 운영이 됐지만 좀 더 주도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이끌어내는 일, 커뮤니티와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복합문화공간인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를 계획하게 됐어요. 유기동물 입양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입양에 필요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에요. 또 많은 분들과 만나면서 협업할 수 있는 기회들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보호소’로 둔갑하는 신종펫숍,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요
‘포인핸드가 경쟁자로 삼아야 하는 대상이 뭘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처음에는 비슷한 서비스도 없었고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게 포인핸드의 역할이라면 결국엔 경쟁자는 ‘펫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가 플랫폼으로서 중립적으로, 대중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그렇다보니 누군가를 비판하는 액션을 취하는 게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이에요. 펫숍이 불법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점점 기업화, 프랜차이즈화 되고 그 과정에서 ‘보호소’라 스스로를 칭하면서 마케팅을 하고 입양하려는 사람들을 속이는 펫숍들이 생기니 이건 제대로 알려야겠다 싶어요. 이런 신종 펫숍들은 유기하는 사람과 입양하는 사람에게 이중으로 돈을 벌면서 이미지는 좋게 가져가고 있죠. 선을 넘어가고 있어요. 한 회사가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안착하니까 모방하는 곳도 많아지고 이름만 다르게 해서 여러 개의 지점을 운영하면서 세를 넓히고 있거든요. 영리하다고 표현을 해야할지, 아직 법제화되어있지 않은 영역을 교묘하게 잘 파고들어서 돈을 벌고 있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만의 잘못은 또 아니에요. 품종견, 새끼동물을 분양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정말 많거든요. 펫숍에서 반려동물을 사는 것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는 또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니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고 홍보하는, 조금은 선량해 보이는 신종 펫숍을 선택하는 거죠. 분명히 모르는 척하면서 데려오시는 분들도 상당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심리를 그들이 잘 이용하는 것일 뿐, 사실 수요가 없다면 아무리 마케팅을 잘해도 그렇게 성장할 수가 없어요.
유기동물 문제의 핵심, 지자체 보호소에 많은 관심을
포인핸드가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정확히 지자체 보호소의 유기동물 문제예요. 일반적으로 유기동물이 신고되고 구조되는 곳은 지자체 보호소거든요. 근본적인 해결을 하자는 거죠. 지금은 봉사자분들이나 동물보호단체가 지자체 보호소에서 2차적으로 구조를 해서 입양을 보내는 일들이 많아요. 입양 절차나 판단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까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요. 저는 좀 더 체계가 마련되고 지금 이뤄지고 있는 봉사나 입양의 과정이 시스템 안으로 안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다 지금까지 지자체 보호소 스스로가 제대로 서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지자체 보호소도 주체적인 의지를 가지면 입양을 훨씬 활성화시킬 수 있어요. 예산도 더 확대할 수 있고요. 최근에 직영 보호소가 많아지고 있는데, 직영화하려는 노력이 필수예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사업을 위탁 받는 입장에서는 마진을 많이 남기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정말 많이 해야 해요. 사람들이 유기동물 정보를 한번 본다고 입양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SNS 운영도 해야 하고, 꾸준하게 보호소가 운영되는 모습,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보여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몰라요. 많은 분들도 지자체 보호소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어요. 지자체 보호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고 비난도 많이 하죠. 그런데 정말 많이 바뀌고 있어요. 최대한 많은 유기동물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면서 안락사를 거의 하지 않는 곳도 있어요. 지자체 보호소를 비난하기 전에, 유기동물 구조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질문을 하고, 잘하는 곳은 더 응원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내어 주셨으면 합니다.
DOG'S POINT OF VIEW
다온레스큐
소도시 보호소의 유기동물을 구조, 임시보호하며 오보이와 유기견 거리입양제를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with_daon_
입양 상담을 하시면서 힘든 점이 많으실 것 같아요. 입양 상담에 대해 준비를 하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요. 입양 상담을 하는 절차 자체를 불쾌하게 생각하시기도 하고요. 저희는 우선 반려견의 입장에서 이 분의 성향, 상황과 맞을지를 생각해요. 활발한 성향의 강아지는 보호자분도 활발하셔서 같이 뛰고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고, 좀 조용하고 차분한 강아지는 많은 것을 강요하지 않고 내버려 두시는 성향의 보호자분이 맞을 거예요. 심지어는 경제적인 여건을 어필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좋은 아파트에 사는지 재산이 많은지는 여쭤보지도 않을뿐더러 중요한 게 아니에요. 경제적인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더라도 반려견과 오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더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걸 잘 설명해 드리는 게 솔직히 좀 힘들어요.
그럼 입양을 희망하시는 분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까요? 펫숍이 아니라 입양을 고민하시는 건 정말 좋은 마음이지만, 아직까지는 입양이라고 하면서도 소비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하시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저 아이에게 맞는 사람일까, 우리 집이 맞는 환경일까, 내가 저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기보다는 ‘우리 집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면서 따져 보는 거죠. 색상부터 크기, 털이 얼마나 빠지는지, 얼마나 짖는지, 마킹을 하는지 안 하는지 같은 거요. 밑바닥에 ‘동물은 내가 원하면 키울 수 있다. 내가 동물을 고를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관점을 반려동물의 입장으로 바꾸셨으면 해요.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최선의 가족을 만나게 해 주기 위해서라는 걸 많은 분들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네. 30대, 40대라도 미혼이시거나 동거하시는 분들, 신혼부부 중 아이가 없는 경우에는 부모님 상담을 같이 진행하는데, 그 부분이 특히 어렵거든요. ‘이 나이에 부모 허락을 받아야 되냐’고 기분 나쁜 내색을 많이 보이세요. 하지만 질문을 드릴 수밖에 없는 게, 아이가 생겼을 때 파양이 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신중히 입양자를 결정한다고 해도 방치하거나 파양 하는 일이 생기니까 점점 까다롭게 볼 수밖에 없어요. 지난 5년 동안 여러 일을 겪으면서 강조해야 될 것들이 자꾸 생기다 보니까 입양신청서 항목이 계속 늘어났어요. 저희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을 준비가 되셨는지를 여쭙는 것이라는 걸,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는 걸 받아들여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21 ‘LAST HOME LAST HOP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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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hBoy! No.121 MAR APR 2023 LAST HOME LAST HOPE 구매하기 |
진정 동물을 사랑한다면 입양만이 유일한 길이다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과 단체들
고인숙 | 함성향 (안젤라) | 강병권 (BK) | 김태은 | 이하은 한예지
다온레스큐 | 포인핸드 | 사단법인유행사 | 동물자유연대 | 동물권행동 카라
위액트 | 양평군 유기동물보호센터 품 | 전국 지자체 입양센터 | 오보이센터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그 마음에 의한 행동으로 상처 받고 고통 받는 동물들이 있다는 사실은 모르거나 알아도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려동물은 사랑하지만 육식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는 논외로 친다고 해도 말이다. 이건 반려동물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결정으로 동물들이 고통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애써 모른척 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반려동물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외모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다. 생명을 사고파는 행위의 심각성을 부정하고 평생 새끼만 낳다가 외롭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견들에 대한 스토리를 알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돈을 주고 산 그 반려동물을 판매한 산업의 이면에 존재하는 학대와 방관, 차가운 자본주의의 얼굴을 외면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다. 동물을 사는 것은 동물을 학대하는 것이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얼마나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아주 단순하고 명확한 진실이다. 이건 그렇게 결핍된 인간들에 의해 고통받는 동물들을 위해 인생을 바친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다. 수익추구를 동물 사랑으로 포장하는 시스템과 무심하고 이기적인 소비자들에게 학대받는 동물들을 위해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다.
IT'S NOT DIFFICULT!
이하은 한예지 모델
소장님의 부재로 갈 곳을 잃은 갈월리쉼터 동물들에게 평생 가족을 찾아주고자 애쓰고 있다.
@lhaeun96 @yejihhhan
이하은 동물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예지언니가 입양한 ‘치즈’였어요. 몇 달만에 눈빛과 행동이 아예 달라진 걸 보고 놀랐거든요. 유기견은 친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사랑을 주면 바뀔 수 있다는 걸 목격하고 다른 아이들도 궁금해졌어요. 사실 제 첫번째 아이는 가정분양으로 데리고 왔거든요. 강아지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유기견을 데려오면 제대로 못 해줄 것 같다는 걱정이 커서 그랬는데, 조금 알고 나니 실수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정분양이라고 말만 하지 그렇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더 알아볼걸, 발로 뛰면서 더 찾아볼걸’ 후회가 들면서 ‘강아지들이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해 사람들이 더 알았으면 좋겠다. 저처럼 무지로 인해 아이들을 아프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들을 모아서 봉사단을 만들고 보호소 봉사를 다닌지 2년 정도 됐어요. 생각보다 보호소 봉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렇지 않아요. 입양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SNS에서 우연히 보고 전주에서 데리고 온 저희 두번째 아이 얘기를 하고 싶어요. 처음에 아빠는 쉽지 않을 거라며 반대를 하셨는데, 실제로 보시고선 마음을 바꾸시더라고요. 만약 유기견 입양 생각은 있는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확신이 없다면 일단 직접 한번 보시라고 말씀해 드리고 싶어요. 입양을 하지 않더라도 가서 보는 게 마음을 많이 움직이는 것 같아요.
한예지 저는 어릴 때부터 강아지랑 함께 살았어요. 우유 주머니에 넣어서 버려진 걸 동생이 데리고 온 아이였습니다. 그 후로 버려진 동물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하다가, 성인이 되고 독립을 하면서 입양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포인핸드를 통해 아이를 보러 갔어요. 그렇게 첫째 ‘치즈’를 데려오게 됐는데, 겁도 많고 사람을 무서워하다가 저한테 차차 마음의 문을 열어 주고 활발해진 치즈를 보니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것 같아요. 이후에 보호소에도 가게 되고 자연스럽게 여러 상황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게 생각했어요. 내가 거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는데, 일손은 항상 모자란 게 현실입니다. 잠깐이지만 산책을 할 수도 있고 밥을 줄수도 있고요. 또 사람을 만나고 어울리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아이들한테 중요한 시간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 계속 이어가게 돼요. 마음은 있는데 망설이는 사람들한테 ‘일단 가자’고 하면서 같이 다니고 있어요. 펫숍에서 사지 않고 유기견을 입양하는 건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가족을 맞는다는 건 무겁고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지만, 유기견이라고 해서 또 따로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봐요. 저는 믹스견과 품종견에 대한 인식 차이도 크다고 생각하는데 입양 홍보를 하다 보니까 믹스견 아이들은 입양 문의가 정말 없더라고요. 그것 또한 다르지 않고, 내가 정말 평생을 책임지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PAW IN YOUR HANDS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
전국 보호소의 유기동물을 세상에 알려 입양을 돕고, 사지 않고 입양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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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핸드 10년, ‘입양문화센터’로 새로운 도약
포인핸드 앱을 개발한 지 10년이 지나다 보니 어느 자리에 가도 ‘포인핸드를 통해 입양을 했다’는 분들을 한 두 분씩 꼭 만나게 돼요. 그동안 포인핸드가 플랫폼으로서 자연스럽게 운영이 됐지만 좀 더 주도적으로 좋은 콘텐츠를 이끌어내는 일, 커뮤니티와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복합문화공간인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를 계획하게 됐어요. 유기동물 입양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입양에 필요한 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에요. 또 많은 분들과 만나면서 협업할 수 있는 기회들이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보호소’로 둔갑하는 신종펫숍,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요
‘포인핸드가 경쟁자로 삼아야 하는 대상이 뭘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처음에는 비슷한 서비스도 없었고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게 포인핸드의 역할이라면 결국엔 경쟁자는 ‘펫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희가 플랫폼으로서 중립적으로, 대중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했었고 그렇다보니 누군가를 비판하는 액션을 취하는 게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이에요. 펫숍이 불법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점점 기업화, 프랜차이즈화 되고 그 과정에서 ‘보호소’라 스스로를 칭하면서 마케팅을 하고 입양하려는 사람들을 속이는 펫숍들이 생기니 이건 제대로 알려야겠다 싶어요. 이런 신종 펫숍들은 유기하는 사람과 입양하는 사람에게 이중으로 돈을 벌면서 이미지는 좋게 가져가고 있죠. 선을 넘어가고 있어요. 한 회사가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안착하니까 모방하는 곳도 많아지고 이름만 다르게 해서 여러 개의 지점을 운영하면서 세를 넓히고 있거든요. 영리하다고 표현을 해야할지, 아직 법제화되어있지 않은 영역을 교묘하게 잘 파고들어서 돈을 벌고 있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만의 잘못은 또 아니에요. 품종견, 새끼동물을 분양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정말 많거든요. 펫숍에서 반려동물을 사는 것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는 또 아니란 말이에요. 그러니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고 홍보하는, 조금은 선량해 보이는 신종 펫숍을 선택하는 거죠. 분명히 모르는 척하면서 데려오시는 분들도 상당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심리를 그들이 잘 이용하는 것일 뿐, 사실 수요가 없다면 아무리 마케팅을 잘해도 그렇게 성장할 수가 없어요.
유기동물 문제의 핵심, 지자체 보호소에 많은 관심을
포인핸드가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정확히 지자체 보호소의 유기동물 문제예요. 일반적으로 유기동물이 신고되고 구조되는 곳은 지자체 보호소거든요. 근본적인 해결을 하자는 거죠. 지금은 봉사자분들이나 동물보호단체가 지자체 보호소에서 2차적으로 구조를 해서 입양을 보내는 일들이 많아요. 입양 절차나 판단에 대한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까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요. 저는 좀 더 체계가 마련되고 지금 이뤄지고 있는 봉사나 입양의 과정이 시스템 안으로 안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게 다 지금까지 지자체 보호소 스스로가 제대로 서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지자체 보호소도 주체적인 의지를 가지면 입양을 훨씬 활성화시킬 수 있어요. 예산도 더 확대할 수 있고요. 최근에 직영 보호소가 많아지고 있는데, 직영화하려는 노력이 필수예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사업을 위탁 받는 입장에서는 마진을 많이 남기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정말 많이 해야 해요. 사람들이 유기동물 정보를 한번 본다고 입양을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SNS 운영도 해야 하고, 꾸준하게 보호소가 운영되는 모습, 보호소에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보여주지 않으면 사람들은 몰라요. 많은 분들도 지자체 보호소에 좀 더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어요. 지자체 보호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고 비난도 많이 하죠. 그런데 정말 많이 바뀌고 있어요. 최대한 많은 유기동물을 보호하려고 노력하면서 안락사를 거의 하지 않는 곳도 있어요. 지자체 보호소를 비난하기 전에, 유기동물 구조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고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을지 질문을 하고, 잘하는 곳은 더 응원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내어 주셨으면 합니다.
DOG'S POINT OF VIEW
다온레스큐
소도시 보호소의 유기동물을 구조, 임시보호하며 오보이와 유기견 거리입양제를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with_daon_
입양 상담을 하시면서 힘든 점이 많으실 것 같아요. 입양 상담에 대해 준비를 하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요. 입양 상담을 하는 절차 자체를 불쾌하게 생각하시기도 하고요. 저희는 우선 반려견의 입장에서 이 분의 성향, 상황과 맞을지를 생각해요. 활발한 성향의 강아지는 보호자분도 활발하셔서 같이 뛰고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고, 좀 조용하고 차분한 강아지는 많은 것을 강요하지 않고 내버려 두시는 성향의 보호자분이 맞을 거예요. 심지어는 경제적인 여건을 어필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좋은 아파트에 사는지 재산이 많은지는 여쭤보지도 않을뿐더러 중요한 게 아니에요. 경제적인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더라도 반려견과 오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더 좋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걸 잘 설명해 드리는 게 솔직히 좀 힘들어요.
그럼 입양을 희망하시는 분들이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까요? 펫숍이 아니라 입양을 고민하시는 건 정말 좋은 마음이지만, 아직까지는 입양이라고 하면서도 소비한다는 느낌으로 접근하시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저 아이에게 맞는 사람일까, 우리 집이 맞는 환경일까, 내가 저 아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하기보다는 ‘우리 집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면서 따져 보는 거죠. 색상부터 크기, 털이 얼마나 빠지는지, 얼마나 짖는지, 마킹을 하는지 안 하는지 같은 거요. 밑바닥에 ‘동물은 내가 원하면 키울 수 있다. 내가 동물을 고를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관점을 반려동물의 입장으로 바꾸셨으면 해요.
반려동물의 입장에서 최선의 가족을 만나게 해 주기 위해서라는 걸 많은 분들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네. 30대, 40대라도 미혼이시거나 동거하시는 분들, 신혼부부 중 아이가 없는 경우에는 부모님 상담을 같이 진행하는데, 그 부분이 특히 어렵거든요. ‘이 나이에 부모 허락을 받아야 되냐’고 기분 나쁜 내색을 많이 보이세요. 하지만 질문을 드릴 수밖에 없는 게, 아이가 생겼을 때 파양이 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신중히 입양자를 결정한다고 해도 방치하거나 파양 하는 일이 생기니까 점점 까다롭게 볼 수밖에 없어요. 지난 5년 동안 여러 일을 겪으면서 강조해야 될 것들이 자꾸 생기다 보니까 입양신청서 항목이 계속 늘어났어요. 저희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을 구분하는 게 아니라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을 준비가 되셨는지를 여쭙는 것이라는 걸,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는 걸 받아들여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21 ‘LAST HOME LAST HOP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21 MAR APR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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