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_전범선
동물을 몇 ‘마리’가 아닌 몇 ‘명’이라고 부르는 이 남자는 글 쓰고 노래하는 전범선이다. 민족사관고등학교와 미국의 다트머스, 영국 옥스포드 대학을 거쳐 귀국후 결성한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의 리더이자 보컬, 동물권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의 자문위원, 책방 풀무질의 대표, 두루미 출판사의 발행인으로 비거니즘을 전파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쓰고 노래하며 세상과 소통한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생명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겠다는 이 사람,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는 로큰롤이야말로 비거니즘 그 자체라고 얘기하는 이 남자. 멋지다.
자기소개요? 보통 글 쓰고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말 합니다. 글 쓴 것으로 강연도 하고 말도 하지만, 쓰면서 주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쓰는 행위가 저한테 제일 중요해요. 사실 노래도 노래를 하는 행위보다는 노래를 쓰는 게 중요하고요. 그런데 소개를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최근에 좀 변화가 있었거든요. 텍스트라는 게 우주의 무한한 정보들을 인간의 언어로 환원해서 일렬로 세우는 것인데 되게 인간 중심적인 행위처럼 느껴져서, 사는 것, 하는 것, 삶을 사는 행위,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이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몸담고 계시는 ‘동물해방물결’과 하고 계시는 역할에 관해서도 얘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17년에 시작한 단체이고, 말 그대로 동물해방을 내걸고 차별을 철폐하고자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어요. 이전에 동물단체는 많이 있었지만 비거니즘, 동물보호나 동물복지가 아니라 동물해방, 동물권을 전면에 내세운 건 저희가 처음이었어요. 저의 오랜 친구인 이지연 대표와 윤나리 사무국장이 창립을 했고, 저는 거드는 역할만 했죠. 단체 강령을 만들고, 정책적인 고민거리가 있을 때 함께 의논하고요. 처음 저희 문제의식은 ‘한국에 비건이 많아져야 한다. 비건들이 없으면 동물해방이 안 된다.’라는 것이었어요. 페미니즘은 2010년부터 다시 리부트되면서 페미니스트가 많아졌고, 사실 저희 주변에는 페미니스트로 먼저 정치화를 한 다음에 해방 사상을 확장하면서 비거니즘까지 관심을 갖게 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페미니즘은 지난 선거에 굉장한 쟁점이 될 정도로 정치적 의제화가 됐는데, 비거니즘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알더라도 하나의 트렌드나 취향으로 여기죠. 물론 운동력 차원에선 그게 되게 중요하지만, 여의도에서는 먹히지 않잖아요. 비거니즘이 정치 세력화되고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려면 한국화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저의 화두였어요. 비거니즘과 동물해방, 동물권이 서양 근대의 철학 개념이지만 사실 인도 철학에 영향을 받은 것이고 동양이 원조인데, 아이러니하게 한국에서는 ‘비건’하면 서양의 부르주아 문화를 들여오는 것처럼, 개고기를 먹는 우리 민족의 무언가를 공격하는 것처럼 여긴단 말이에요. 그게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너무 싫었어요. 그렇게 따지면 한국인들은 소고기 안 먹었고 우유를 분해할 유전자도 없고 그거야말로 서구화의 산물인데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외국에서 서양 비거니즘 운동의 한계를 너무 많이 봤어요. 비건이냐 아니냐를 나눠서 도덕적 순결성을 강조하고 비건이 아닌 사람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처럼 여기는, 선과 악을 가르고 빛으로 어둠을 정복하려고 하는 그런 거요. 그런 건 음과 양의 조화가 있는 동양의 방식이 아니잖아요. 비거니즘이 한국에서 진짜 뿌리를 내리려면 한국의 어떤 운동의 계보, 우리의 흐름과 맞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5년 동안 책도 쓰고 번역하고 활동하면서 내린 결론은 ‘비거니즘은 살림이다.’라는 거예요. 한국의 기존에 존재하는 생명살림운동과 한살림운동, 동물해방 운동이 어떻게 좀 어우러져서 나갈 수 있을까, 그래서 비거니즘과 동물해방, 동물권이 한국에 어떻게 자리 잡게 할 것인가 그런 연구를 하는 게 제 역할이에요.
아까 정치 세력화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셨잖아요. 정치적 의제화가 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으세요?
물론 지금도 돼지들이 살처분되고 있고 고기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고 답답함이 앞서고 우울함이 들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거니즘이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건 큰 변화예요. 이제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도 비건이 뭔지 알 걸요. 그리고 지난 대선 때 비건이라는 말이 공약에 처음 들어갔고 동물권 정책도 비교적 많이 다뤄져서 정치권에서의 호응은 어느 정도 있었다고 봐요. 그리고 작년에 저희가 정의당 장혜영 의원님하고 ‘물결’ 창간 2주년 기념 대담을 국회에서 했었는데요. 장혜영 의원님이 비건 지향이라고 밝혀주시기도 했고, 탈축산, 탈육식 이런 말들이 오고 가는 게 감동적이더라고요. 생각보다 한국은 뭐든지 변화가 늦게 일어나지만 바뀌기 시작하면 빨리 정신없이 바뀌니까, 비거니즘도 지금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생각을 해서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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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_전범선
동물을 몇 ‘마리’가 아닌 몇 ‘명’이라고 부르는 이 남자는 글 쓰고 노래하는 전범선이다. 민족사관고등학교와 미국의 다트머스, 영국 옥스포드 대학을 거쳐 귀국후 결성한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의 리더이자 보컬, 동물권단체인 동물해방물결의 자문위원, 책방 풀무질의 대표, 두루미 출판사의 발행인으로 비거니즘을 전파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쓰고 노래하며 세상과 소통한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다른 생명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겠다는 이 사람,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는 로큰롤이야말로 비거니즘 그 자체라고 얘기하는 이 남자. 멋지다.
자기소개요? 보통 글 쓰고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말 합니다. 글 쓴 것으로 강연도 하고 말도 하지만, 쓰면서 주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쓰는 행위가 저한테 제일 중요해요. 사실 노래도 노래를 하는 행위보다는 노래를 쓰는 게 중요하고요. 그런데 소개를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최근에 좀 변화가 있었거든요. 텍스트라는 게 우주의 무한한 정보들을 인간의 언어로 환원해서 일렬로 세우는 것인데 되게 인간 중심적인 행위처럼 느껴져서, 사는 것, 하는 것, 삶을 사는 행위, 무언가 되어가는 행위 이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몸담고 계시는 ‘동물해방물결’과 하고 계시는 역할에 관해서도 얘기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17년에 시작한 단체이고, 말 그대로 동물해방을 내걸고 차별을 철폐하고자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어요. 이전에 동물단체는 많이 있었지만 비거니즘, 동물보호나 동물복지가 아니라 동물해방, 동물권을 전면에 내세운 건 저희가 처음이었어요. 저의 오랜 친구인 이지연 대표와 윤나리 사무국장이 창립을 했고, 저는 거드는 역할만 했죠. 단체 강령을 만들고, 정책적인 고민거리가 있을 때 함께 의논하고요. 처음 저희 문제의식은 ‘한국에 비건이 많아져야 한다. 비건들이 없으면 동물해방이 안 된다.’라는 것이었어요. 페미니즘은 2010년부터 다시 리부트되면서 페미니스트가 많아졌고, 사실 저희 주변에는 페미니스트로 먼저 정치화를 한 다음에 해방 사상을 확장하면서 비거니즘까지 관심을 갖게 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페미니즘은 지난 선거에 굉장한 쟁점이 될 정도로 정치적 의제화가 됐는데, 비거니즘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알더라도 하나의 트렌드나 취향으로 여기죠. 물론 운동력 차원에선 그게 되게 중요하지만, 여의도에서는 먹히지 않잖아요. 비거니즘이 정치 세력화되고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려면 한국화가 되어야 한다는 게 저의 화두였어요. 비거니즘과 동물해방, 동물권이 서양 근대의 철학 개념이지만 사실 인도 철학에 영향을 받은 것이고 동양이 원조인데, 아이러니하게 한국에서는 ‘비건’하면 서양의 부르주아 문화를 들여오는 것처럼, 개고기를 먹는 우리 민족의 무언가를 공격하는 것처럼 여긴단 말이에요. 그게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너무 싫었어요. 그렇게 따지면 한국인들은 소고기 안 먹었고 우유를 분해할 유전자도 없고 그거야말로 서구화의 산물인데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외국에서 서양 비거니즘 운동의 한계를 너무 많이 봤어요. 비건이냐 아니냐를 나눠서 도덕적 순결성을 강조하고 비건이 아닌 사람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처럼 여기는, 선과 악을 가르고 빛으로 어둠을 정복하려고 하는 그런 거요. 그런 건 음과 양의 조화가 있는 동양의 방식이 아니잖아요. 비거니즘이 한국에서 진짜 뿌리를 내리려면 한국의 어떤 운동의 계보, 우리의 흐름과 맞아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5년 동안 책도 쓰고 번역하고 활동하면서 내린 결론은 ‘비거니즘은 살림이다.’라는 거예요. 한국의 기존에 존재하는 생명살림운동과 한살림운동, 동물해방 운동이 어떻게 좀 어우러져서 나갈 수 있을까, 그래서 비거니즘과 동물해방, 동물권이 한국에 어떻게 자리 잡게 할 것인가 그런 연구를 하는 게 제 역할이에요.
아까 정치 세력화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하셨잖아요. 정치적 의제화가 좀 되어가고 있는 것 같으세요?
물론 지금도 돼지들이 살처분되고 있고 고기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고 답답함이 앞서고 우울함이 들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거니즘이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건 큰 변화예요. 이제 길 가는 사람 붙잡고 물어봐도 비건이 뭔지 알 걸요. 그리고 지난 대선 때 비건이라는 말이 공약에 처음 들어갔고 동물권 정책도 비교적 많이 다뤄져서 정치권에서의 호응은 어느 정도 있었다고 봐요. 그리고 작년에 저희가 정의당 장혜영 의원님하고 ‘물결’ 창간 2주년 기념 대담을 국회에서 했었는데요. 장혜영 의원님이 비건 지향이라고 밝혀주시기도 했고, 탈축산, 탈육식 이런 말들이 오고 가는 게 감동적이더라고요. 생각보다 한국은 뭐든지 변화가 늦게 일어나지만 바뀌기 시작하면 빨리 정신없이 바뀌니까, 비거니즘도 지금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생각을 해서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20 ‘A BETTER COMPAN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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