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EGAN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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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의 비용

일단 독자들이 이 글의 내용이 비거니즘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비거니즘과 지구 환경을 얘기하는 잡지가 자신의 정체성과 가장 연관이 깊은 주제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건 여러분이 더 잘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다만 항상 얘기하는 주제에 대해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해야 할 필요성과 마침 이런 글과 어울리는 도시를 방문한 차에 한 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도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일종의 자아비판적 점검이라고 생각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당연한 얘기지만 비거니즘은 추가의 비용을 요한다. 풀떼기만 먹고 사는데 무슨 돈이 드냐고들 얘기하겠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비건 산업’도 엄연히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체로 물론 그들은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고 동물권을 얘기하지만 수익이 나지 않으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 비건 관련 산업이 태동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으며 어마어마한 R&D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실정에 그렇게 개발된 제품들의 가격들 역시 만만치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쉬운 예로 식물성 패티로 만든 햄버거가 일반 햄버거에 비해 상당히 비싸다는 사실, 이번 방문에서 들렀던 비건 버거체인의 버거 세트 가격이 15달러가 넘는다는 사실 하나만 봐도 ‘비건의 비용’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가 추가의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며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이유는 정말로 설명이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명확하고 당연한 것이다. 믿지 않거나 관심 없는 이들도 많지만 지구의 미래는 비거니즘과 지속가능성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인류가 얼마나 많이 비거니즘을 실천하느냐에 따라 이 별의 운명은 결정될 것이다. 물론 괄목할 변화를 바라는건 아직 요원한 일이지만 나의 건강, 지구의 내일, 동물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추가의 비용을 지불하는 이들은 점점 늘어날 거라고 믿는다. 


이런 사실에 더해 조금 다른 방식으로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이들도 있다. 이 도시에 와서 처음 느낀 건 아니지만 조금 유별난 사람들이 많이보인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른 도시와 달리 LA라는 도시에는 더 다양하고 눈에 띄는 특성이 존재한다. 수많은 배우와 뮤지션, 작가와 스포츠인 등 다양한 유명인들과 더 다양하고 더 특이한 셀러브리티들, 그에 못지않게 유행을 쫓고 소비를 즐기는 일반인들이 섞여서 살아가는 이 도시에서는 모든 것의 본질보다는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비거니즘 역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지만 이 도시의 비거니즘 문화에는 마치 어떤 계급이 존재하는 듯 보인다. 물론 모든 도시가 그러하겠지만 이 도시에서는 그 모습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고 할까. 일반적으로도 마찬가지지만 비건 제품의 소비나 비건 문화를 실천하는 데에도 다양한 계급과 등급이 보인다. 이번에 방문한 한 비건 전문 식당에서 본 사람들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부근에 있는 일반적인 다른 식당도 많이 다르지는 않겠지만 유행과 패션의 거리에 위치한 식당답게 화려하고 멋진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풍경은이 사람들은 비거니즘도 멋있게 실천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작은 비건 디저트 조각 하나의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던 일 역시 기억에 남는다.


LA가 외적인 요소를 유달리 중시하는 도시라는 평가에 반문을 제기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세계의 여느 대도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LA는 유독 보여지는 것에 신경을 쓰고 또 그래야만 하는 도시인 것 같다. 이 도시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은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들의 영향을 받는 일반인들도 많을 것이다. 유명인들은 일단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으면 그게 자의든 타의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성향을 보인다. 조금 멋지고 조금 더 깨어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명 연예인이 어느 날 스타가 되면 자동차를 전기 자동차를 바꾸고 채식을 시작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정치적 성향도 보수보다는 진보 쪽에 가깝다. 특히 미국의 연예인들은 상당히 왼쪽으로 치우친 진보 성향의 인물들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그런 변화는 모두 가식이고 나쁜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논의는 조금 더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지만 어쨌든 그들은 더 나은 가치관, 더 좋은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자신의 유명세와 인지도를 관리하고 신경 쓴다. 이렇게 비거니즘이 어떤 유행이나 과시적인 요소로 작용한다면 그런 현상을 비판하고 비난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실제로 비거니즘이나 동물권, 지구 환경 등의 문제에 관심이 없거나 그런 이슈로 인해 자신이 도적적으로 비판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많은 이들이 이런 취약한 고리들을 찾아 비거니즘을 비판하는 구실로 삼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굶어 죽는 사람들도 많은데 동물권이 웬 말이냐.” “육식이 환경에 좋지 않은 것만큼 아몬드나 아보카도 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비거니즘은 배부른 소리다.” 등등 양비론으로 무장한 육식주의자들에게 빌미를 주는 일은 흔하다.


분명 환경과 동물권을 생각하고 표현하는 외적인 요소들이 (어떤 기준에서든) 세련되고 멋져 보일 필요는 있다. 신세대일수록 시각적인 요소에 반응하고 재미가 없다면 관심도 가지지 않는 특성이 강하기에 어떤주장이나 사상에도 듣는 이들을 설득한 만한 매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객전도’된 주장과 사상은 빛 좋은 개살구이자 허무한 외침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상과 실천의 발란스가 필요한 것이다. 멋있고 세련된 사람들, 조금은 허세에 찌든 사람들, 지구와 동물을 위하는 라이프 스타일도 멋있고 또 그걸 남들이 인정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도시 LA에서 생각해본 비건의 비용은 그래도 지불할 가치가 있고 조금 어려워도 부담해야 하는 의무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우리에게 Planet B라는건 존재하지 않는 건 불변의 사실이니 말이다. | 오보이 편집장 김현성


* 기사 전문은 OhBoy! No.119 ‘L.A. STOR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19 NOV SEP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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