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위해] 그녀의 얘기를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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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위해, 미래를 위해,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여성 30인의 메시지



작가 정세랑

꽤 많은 시간을 쓰레기에 대해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필요보다 너무 많은 물건들이 생산되어서 제대로 쓰이지 않고 버려진다는 것에 대해서요. 지구상의 다른 동물들이 만드는 쓰레기에 비해 우리가 만드는 쓰레기는 지나치게 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개선되거나 해결될 수 있는 방법으로 과잉생산, 과잉소비의 악순환이 깨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또 물건이 마지막으로 쓰레기가 되는 순간까지 고려되어 생산되면 많은 것들이 달라질 거라고 예상해요. 재활용되기 쉬운 소재, 단일 소재로 생산된다면요. 저는 여러 환경 단체에 기부하고 생명다양성 재단의 이사이기도 해요. 가까운 곳에서부터, 속한 분야부터 바꿔나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최근 몇 년 동안 책을 낼 때 제작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고요. 재생지를 쓰고 더 나은 잉크를 쓰고 코팅을 제거하거나 줄였습니다. 언젠가 수명이 다할 때 순하게 타고 순하게 묻히기를 바라면서요. 전자책이 최대한 신속히 출간되도록 의견도 모읍니다. 우리 시대가 맞닥뜨린 문제들은 숨막힐 정도로 거대해서, 개인은 짓눌리는 느낌을 받기 쉬운 듯해요. 그렇지만 각자 선자리에서 조금씩 해나가다보면 연결되고 증폭되는 것들이 분명 있을 거라 믿어요.

정세랑 /작가 2010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동명 원작 소설을 썼고, 그외 저서로 ‘이만큼 가까이’, ‘피프티 피플’, ‘지구에서 한아뿐’, 에세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등이 있다.



뮤지션 요조

환경 이슈에 관심을 가지니 늘 자연스럽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다. 이를테면 당장의 한 끼를 해결하는 일, 고양이 사료를 사는 일상적인 일부터 서점을 운영하고 앨범을 준비하는 일까지. 책방을 운영하면서 몇 년 동안 이른바 ‘굿즈’라고 하는 것들을 만들지 못했다. 마음 한켠에는 ‘책방의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티셔츠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욕심이 생기면서도, 또 내가 나서서 쓰레기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찾은 방법 중 하나가 사람들에게 안 쓰는 천가방이나 티셔츠를 받아서 실크스크린으로 책방의 이름을 새기는 것이었다. 또한 뮤지션으로서 ‘앨범’이라는 물성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이번 새 앨범을 LP로 제작하기로 했는데, 일단 소재가 플라스틱이라는 점에서 꺼려지는 마음이 생긴다. 보다 친환경적인 제작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음악의 퀄리티가 상당히 떨어져서 수용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사고 싶은 사람의 수만큼만 딱 맞게 제작을 하기 위해 사전 주문을 받기로 했다. 이렇게 모든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이 때론 괴롭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제 이런 일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다 같이 조금씩 피곤하게 살면 좋겠다. 모두가 매 순간 고민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요조 /뮤지션 뮤지션이자 작가. 책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오늘도, 무사’ 등을 통해 소소하지만 하루하루 소중한 일상을 담아냈다. 2015년 처음 ‘책방무사’를 열었고 현재 제주와 서울 홍대앞에서 이어 나가고 있다.



KBS 기자 양영은

이 사회의 문제는 하나만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총체적이고 다양합니다. 우리는 다양하고 심각한 문제의 원인을 부지불식간에 서로 제공하고 있으며 또 해결책이 있음에도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죠.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은 단견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하게 앞만 바라보고 자신과 직접적인 문제에만 신경을 쓰는 태도는 기후위기나 국제정세 등 더 거시적이고 중요한 문제를 외면하게 합니다. 이런 단견적 인식과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 나만이 옳다는 착각과 보고듣고 싶은 의견만을 골라서 취하는 확증편향의 태도는 문제의 해결을 더욱더 요원하게 해요. 너무 바쁜 현대사회, 갈수록 심해지는 개인화와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환경 속에서 이타성은 줄어들고 공생과 공존, 인류애는 사라지고 있어요. 내가 먼저라는 어찌보면 당연해보이는 생각들이 쌓여 심화되고 있는 생명경시나 사회 양극화, 기후 위기 등의 근본적 문제들에 대해 우리는 문제를 공감하며 인식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얼마나 실제로 행동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학교를 졸업하면 언론이 학교라는 표현이 있죠. 생각하는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우리는 의식적으로라도 지속적으로 배우고 습득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언론은 목소리가 없거나 약한 자들을 대변해야 하고요. 언론 전체를 보면 환경이나 동물권등의 의제에는 상대적으로 중요도와 관심도가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동물들이 잘 사는 나라가 사람들도 잘 살 수 있는 나라라는 믿음으로 개인적으로라도 다양한 노력을 할 계획입니다.

양영은 /기자 KBS 보도본부 기자. 정치부와 국제부, 사회부 등을 거쳐, 10년 가까이 KBS 아침뉴스타임 앵커를 맡았고 현재 KBS 뉴스라인 ‘글로벌 브리핑’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18 ‘LISTE TO HE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18  SEP OCT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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