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AL CHARM

조회수 651

체헐리즘 남형도 기자 | 체험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따뜻한 기사

체헐리즘. 뜻을 알지 못하는 단어지만 왠지 뜻을 알 것 같다. 언제부턴가 온라인 이곳저곳에서 눈에 띈다. 남형도 기자는 그저 데스크에 앉아있지 않는다.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게 있으면 현장으로 향한다. 현장에 가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가능한 모든 것을 직접 체험하고 공유한다. 학대 당한 고양이로, 뜬장 안과 한겨울 1미터 줄에 묶인 개로, 쓸개즙을 뺏기는 곰으로의 삶이 어떤 것인지 느껴본다. 취재를 통해 기사를 쓰는 기자로서, 타인과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한 사람으로서 남형도는 현장으로 향한다.




자기소개와 함께 연재하고 계시는 <남기자의 체헐리즘>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저는 머니투데이 디지털뉴스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기자생활 자체는 2010년 말부터 시작했고 <남기자의 체헐리즘>을 연재한 것은 2018년 여름부터였어요. 벌써 한 5년 반이 지났네요. 지금까지 140개, 150개 정도 기사가 쌓였어요. 제가 있는 부서가 온라인 기반이어서 비교적 자유롭게 취재를 할 수 있는 게 장점이거든요. 팀장이 된 다음 자유로운 기획을 하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남기자의 체헐리즘>을 시작하게 됐어요. ‘체험’과 ‘저널리즘’을 합쳐서 그렇게 지었는데요. 관심 없는 주제에 대한 기사는 사람들이 잘 보지 않으니 어떻게 하면 보실까 계속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였어요. 또 저널리즘을 생각하는 언론인들이 현장에 좀 더 깊이 들어가서 취재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같이 담겨 있었어요. 기자가 현장에 가서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왜곡 없이 잘 담아내기만 해도 저널리즘의 기본은 잘 지키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네이버 기자 구독자 수 1위도 하시고, 많은 인기와 응원을 받으시는데요. 사람들이 <남기자의 체헐리즘>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 요?

사실 어떤 메시지를 내든 완전히 새롭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얘기하는 것들 대부분이 과거에서부터 계속 문제가 되어왔던 것들이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겠죠.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누군가의 눈에는 이상해 보이더라도 잘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게 한가지 이유인 것 같고요. 다른 하나는, 그냥 제가 ‘진짜 알리고 싶다’는 마음을 엄청 담거든요. 글을 통해서 전달이 되는지, 그런 마음으로 쓰면 아시더라고요.


준비 과정을 생각해 보면 ‘이게 혼자 할 수 있는 일인가’ 싶을 정도예요. 주제를 잡고 섭외를 하는 것부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어도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으면 진행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요.

주제는 늘 고민하고 있어요. 리스트업을 해 두고, 섭외도 바로 되는 것이 아니니까 이곳저곳 시도해 놔요. 고민을 많이 하게 돼요. ‘이걸 너무 뻔하지 않게, 어떻게 하면 잘 풀어낼 수 있을까’하는 고민들이요. 그게 참 힘들어요. 그렇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면 잘 쓰고 싶은 마음이 들고, 고민을 계속 이어가게 돼요.


기사를 읽다 보면 체험하시는 현장의 느낌을 잘 전달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신다는 느낌을 받아요. 기록을 어떻게 하시는지, 기사화할 때 어떤 부분을 특히 신경 쓰시는지 궁금해요.

기사를 읽는 사람이 잠깐이라도 기사 속의 사람이 된 것처럼, 마치 간접 경험을 하듯 느꼈으면 하거든요. 그래야 그 상황에 몰입을 하고 공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현장감을 주고 오감을 자극하도록 묘사를 잘해야 하니까, 취재 현장에서부터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어떤 게 보이고 들리는지, 무슨 냄새가 나는지, 만졌을 때 어떤 느낌인지, 맛 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찾고, 이걸 어떤 언어로 표현하면 사람들이 비슷하게 느낄까 고민을 하는 거죠. 그렇게 해야만 나중에 글로 쓸 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보통 체험을 하는 동안 녹음기를 계속 차고 있거든요. 그런 요소나 감정, 중요하게 꼭 담겨야 하는 것들이 떠오르면 말로 뱉으면서 녹음을 해서라도 기록을 해요. 이후 글을 쓸 때 추구하는 것은 ‘쉬워야 한다’는 것이에요. 계속 편하게 읽혀서 읽다 보면 어느새 끝에 도달해 있었으면 하는 거죠.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고 고치고, 또 보고 고치고 계속 반복이에요. 그리고 거기에 기억에 남을 만한 한 문장은 어떻게든 넣으려고 애를 써요.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 내용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문장 하나는 챙겨갈 수 있게끔이요.


개농장이랑 유기동물보호소, 도살장 앞, 농장동물 보호시설도 다녀오셨고, 동물학대 이야기 같은 동물 관련한 주제를 꾸준히 다루고 계신데요. 혹시 계기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했어요. 모란시장에서 데려왔던 아롱이라는 강아지와 17년 동안 살았고, 수의사가 되고 싶은 꿈도 있었어요. 또 그런 개인적인 것과는 별개로, 취재하면서 느낀 게 있는데요. ‘이게 가장자리의 이야기다’라고 생각해서 취재를 했는데, 알고 보면 그 바깥에 또 가장자리가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시각장애인, 지체장애인보다 전국에 3천 명 정도밖에 안 되는 안면장애인 이야기는 더 드러나지 않는 거예요. ‘이분들의 이야기는 누가 해줄까’ 생각하면서 계속 찾아서 들어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된 게 동물들이었어요. 가장자리 중에서도 가장 가장자리에 있는 존재가 동물이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들이 동물 중에서도 개나 고양이는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그밖에 소와 돼지 같은 동물들은 완전히 다르게 대하잖아요. 개 중에서도 소형견과 대형견, 반려견과 번식장 개, 개농장의 개가 또 다르고요. 이렇게 겹겹이 쌓인 것들을 들여다보면서 얘기가 나오지 않는 부분, 우리가 모르고 있는 것들을 드러내고 논의해 나가고 싶었어요. 이걸 우리가 받아들이는 데에 정말 긴 시간이 걸리겠죠. 그렇지만 사람들이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이야기를 한번 접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도살장 앞 돼지에 대한 기사를 썼을 때 좋지 않은 댓글도 많이 달렸거든요. ‘그래서 너는 고기 안 먹냐’ 뭐 이런 내용이었죠. 그런 식으로 반응을 하더라도, 죽음을 앞둔 그 돼지의 얼굴을 한번 본 것과 안 본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그 모습을 계속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물들은 말을 못 하니까 사람의 언어로 대변해 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리고 동물에 대한 문제는 인간 위주로 돌아가는 폭력, 우리 지구와 환경에 대한 문제까지 다 연관되어 있잖아요. 결과적으로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려면 빼놓고 할 수가 없어요.



* 기사 전문은 OhBoy! No.125 ‘14TH ANNIVERSAR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25 NOV DEC 2023
14TH ANNIVERSARY!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