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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이 환영받는 세상

김현성



어떤 사람이 착한 사람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거나, 착한 사람의 정의를 내리기에 앞서 착한 사람이라는 표현 자체가 조금 낡은, 현대사회에서는 유효하지 못한, 애초에 개념적으로 환영받거나 긍정적으로 인식되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번 특집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착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읽는 것에서조차 알 수 없는 거부감과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고 있다. ‘착하다’는 생각보다 복잡하고 중의적이며 어려운 말이다. 누군가를 착하다고 말하는 순간, 이상하게도 그 사람은 순진해 빠졌다거나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되어 버리는 분위기가 사회를 지배한다. 현대사회에서 ‘착하다’는 말은 칭찬과 위로, 때로는 안타까움이 혼재된 구시대적인 단어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착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듣고 자라지만 어른이 될수록 세상은 조금씩 다른 규칙을 들이밀고 강요한다. 너무 양보하지 말 것, 너무 쉽게 믿지 말 것, 너무 솔직하지 말 것, 착하다는 소리보다는 영리하다는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할 것. 착한 사람은 종종 조롱받거나 따돌려지기 십상이다. 그런 행동의 이유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죄책감과 자격지심을 숨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성공하는 방법은 많이 배웠지만,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은 애써 잊으려고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과거에 사회적으로 존경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할 때,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던 사람, 자신의 이익보다 옳다고 믿는 일을 선택했던 사람, 힘이 없는 존재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던 사람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존경받는 사람들은 어떤가? 입지전적 성공으로 세계 경제를 주무르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으로 우주 개발사업을 하며 그 유명세가 더 엄청난 자본을 끌어들이는 능력을 가진 부자들, 엄청난 능력과 매력, 인기를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업계를 누비는 초대형 스타들, 다양한 능력으로 부와 명예를 휘어잡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 이들의 인기와 존경의 이유에 ‘착하다’라는 덕목은 필수조건 리스트에서 빠진지 오래다. 조금 까칠하고 괴팍하고 소란스럽고 관심을 끄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오히려 인물을 평가하는 긍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성격이 나쁘고 타인을 조롱하고 심지어 폭력적이어도 능력이 특출하고 패션 센스가 뛰어나고 사람들을 휘어잡는 매력이 있다면 만인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시대이다.

이렇게 소위 착한 사람에 대한 시선과 인식이 과거와는 달라진 시대에도 묵묵하게 선함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착함은 약함이 아니다. 이타심은 조롱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조금 포기하면서도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능력이고,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더 나은 미래를 선택하는 용기이며, 무엇보다 가장 약한 존재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다. 오보이는 지난 17년 동안 수많은 동물과 사람들을 만나며 한 가지 사실을 배웠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았다. 거대한 구호를 외치는 사람보다 길에서 다친 고양이 한 마리를 병원으로 데려가는 사람, 이름도 남기지 않고 보호소에 사료를 보내는 사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봉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아주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착한 사람은 뉴스를 크게 장식하지 않는다. 착한 사람은 눈에 띄지 않는다. 착한 사람은 인정받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사람들 덕분에 겨우 무너지지 않고 버틴다. 물론 선함의 기준에도 질문은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희생은 착함일까. 자신을 돌보지 않는 배려는 건강한 선택일까. 착한 척하는 사람과 정말 선한 사람은 어떻게 다를까. 이 특집은 그런 질문도 함께 던져보려 한다. 우리는 착한 사람이 되자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대신 믿어보려 한다. 조금 더 다정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가장 약한 존재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고.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들의 결정과 선택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약자들은 조금 미련한 선함, 묵묵히 행하는 선행, 눈에 띄지 않는 실천에 의지하고 기대기 때문이다. 착한 사람이 환영받는 세상, 오보이는 여전히 그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 편집장 김현성



* 기사 전문은 OhBoy! No.140 ‘KIND HEART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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