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RO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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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MATIONS, MUSIC, VIDEOS, COMMERCIALS, MOVIES & DRAMAS

영상 콘텐츠에서 레트로 감성을 구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직접적인 방식은 이야기의 배경 자체를 과거로 설정하는 것이다. 시대극이나 복고풍 시리즈처럼, 세트와 의상, 소품이 자연스럽게 특정 시기의 정서를 불러온다. 또 다른 방법은 영상의 질감이나 색감, 편집 리듬을 통해 과거의 감각을 재현하는 것이다. 각기 다른 형식의 시각 콘텐츠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복고’를 해석한다. 어떤 작품은 향수를 자극하고, 어떤 작품은 과거의 형식을 빌려 새로운 이야기를 쓴다. 창작자들이 감정과 분위기를 조율하는 하나의 미학적 언어로 창조한 레트로 감성의 오보이 픽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광고들.



ANIMATION

나쁜계집애 : 달려라 하니 | 2025

독하게 돌아온 ‘나애리’와 영원한 라이벌 ‘하니’는 경기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40년 만에 돌아온 신작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의 배경은 80년대가 아닌 현재지만 그 시절의 기억에 더해 주인공들의 헤어스타일과 애니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충분하게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아직 대한민국의 애니메이션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둘리와 머털도사, 영심이와 달려라 하니 등 추억의 애니메이션들이 복고의 코드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구룡 제네릭 로맨스 | 2025 

오래된 거리의 감각, 낡은 간판, 빛 바랜 외벽, 구식 전광판, 담배와 라이터 등 레트로 감성 가득한 소품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80~90년대 아시아 도시의 정취를 그대로 불러온다. 단순히 복고를 차용한 게 아니라, 레트로와 SF가 만나 시간을 다시 상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스콧 필그림 테익스 오프 | 2023

캐나다 인디 밴드 신을 배경으로 한 이 애니메이션은, 픽셀 아트와 90년대 게임 연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화면에 삽입되는 격투 게임식 이펙트와 만화적인 과장 연출은 당시 청소년 문화의 코드를 흥미롭게 재현한다. 꿈속에 나오던 운명의 여자 라모나 플라워스를 마침내 만난 스콧은 그녀의 사악한 전애인 7명을 모두 무찔러야 한다.


란마 1/2 | 2024

MAPPA 스튜디오가 원작을 재해석하며 부활시킨 《란마 ½》은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들을 곳곳에 숨겨뒀다. 원작의 미학을 계승하면서도, 더 선명한 색채와 부드러운 움직임을 더해 ‘현대적 복고’의 경계를 넘나든다. 원작 애니메이션의 도입부나 장면 구성들을 거의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을 통해, “기억 속 이미지가 지금의 화면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감각이 강하게 느껴진다.


BNA | 2018

독특한 소재와 기상천외한 연출로 알려진 Trigger 특유의 화려한 색채와 독특한 세계관의 작품, 80~90년대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보이던 동물인간 콘셉트와 미래 도시 설정. 네온사인이 가득한 도시, 구식 아케이드 같은 공간과 캐릭터들의 의상을 통해 레트로한 ‘미래상’을 보여준다. 과거의 상상력이 현재의 프로덕션에 얹히며 생겨나는 이질적 매력이 포인트다.


하이스코어 걸 2| 018

오타쿠가 첫사랑을 오락실에서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90년대 오락실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당대의 게임기와 실제 타이틀을 정교하게 재현한다. 가정용 콘솔, 아케이드 기판, CRT 모니터의 질감까지 집요하게 되살려, 보는 이로 하여금 당시 오락실 특유의 공기와 소리를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레트로는 곧 ‘세대의 생활감’을 되살리는 힘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MUSIC VIDEOS

뮤직비디오에서 하나의 콘셉트이자 주제로서 다뤄졌던 ‘복고’는 점차 영상의 질감과 정서를 통해 레트로 감성을 보다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흐름으로 옮겨가고 있다. 즉, ‘복고’가 더 이상 주제가 아닌 하나의 정서적 언어이자 시각적 소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나 연출, 세트 디자인에 과거의 요소를 끌어오는 대신, 화면의 색감이나 텍스처, 그리고 촬영 방식과 편집 속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식이다. 디-라이트의 〈Groove Is In The Heart〉(1990), 위저의 〈Buddy Holly〉(1994), 비스티 보이즈의 〈Sabotage〉(1994), 다프트 펑크의 〈Around The World〉(1997) 같은 작품들은 레트로 미학을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예로 꼽힌다. 이들은 70~80년대 대중 문화의 조형 언어를 차용하면서도, 당대의 새로운 영상기술과 실험 정신을 결합해 복고를 ‘재해석된 현재’로 제시했다. 반면 최근의 레트로 감성은 더 내밀하고 감각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진스의 〈Super Natural〉은 VHS 특유의 거친 질감과 비디오 노이즈를 세련되게 재현하며, 90년대 뮤직비디오의 미학을 오늘의 감성으로 표현했다. 실리카겔의 〈南宮FEFERE〉는 아날로그 필름과 디지털 그래픽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했고, 새소년의 〈Now〉는 밴드의 거칠고 즉흥적인 에너지를 90년대식 카메라 무빙과 로우파이 질감으로 담아내며 현대적 레트로의 감각을 보여준다. 시대마다 다른 방법론으로 레트로를 변형하여 보여주는 뮤지션도 있다. 1999년 거칠고 어설픈 날것의 복고를 로 선보였던 팻보이슬림은 2024년 를, 디-라이트의 Towa Tei는 신작 을 통해 A.I. 시대의 레트로란 무엇인가를 조금 기괴하면서도 코믹스럽게 풍자하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의 레트로 감성은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거나 향수를 자극하는 차원을 넘어서, ‘과거를 어떻게 기억하고 소비할 것인가’에 대한 문화적 태도를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복고는 ‘시간의 질감’을 다루는 하나의 미학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고, 오늘날의 영상 크리에이터들은 이를 통해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 레트로는 낡은 것인 동시에 ‘손에 닿는 감각’을 복원하는 장치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렇게 레트로는 현재에도 여전히 새로운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



CMs

아이폰 16 | 2025

80~90년대 피트니스 비디오의 VHS 감성과 과장된 제스처, 청춘들의 특권인 엉뚱한 행동이 아이폰의 기능을 설명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광고. 최신 기기가 과거 미디어의 질감 속에서 도드라지는 역설을 만든다. 정작 광고에서 강조하던 첨단 기능이 그리 완벽하지 못했던 건 아쉽지만 말이다.


코카콜라 | 2023

뉴진스가 등장한 이 코카콜라 광고는 일본 80년대의 전설적인 “I feel Coke” 캠페인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원색과 아날로그 감성, 거품경제 직전 일본 쇼와 시대의 풍요로움의 상징과도 같았던 원조 광고를 살아 있는 영상미로, 세대를 뛰어넘어 ‘코카콜라스러운 청춘’의 순간을 재해석했다.


페리에 | 2013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연상시키는 만화풍 일러스트와 말풍선을 활용해 ‘작은 버블은 삼키기 쉽다’는 메시지를 경쾌하게 풀어낸 광고다. 점묘법의 질감, 원색의 대비, 코믹스 특유의 표정 등은 수퍼히어로물 코믹스와 60~70년대 팝아트의 전형적인 요소로, 페리에 특유의 발랄함과 맞물리며 강렬한 시각적 유희를 완성했다. 생수 광고가 레트로 미학에 대한 오마주를 만나 만들어낸 흥미로운 결과물.


부킹닷컴 | 2025

2025 수퍼볼 광고로 공개된 이 광고에는 세서미스트리트의 머펫들이 등장해 익숙한 어린 시절의 추억을 유쾌하게 소환한다.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여행’이라는 테마 속에서 머펫 특유의 해학과 따뜻함을 활용해 브랜드의 친근한 이미지를 강화했다. 현실과 인형 세계가 뒤섞인 이 초현실적 코미디는, 레트로 캐릭터를 현대 광고 감성으로 되살렸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36 ‘RETRO MANIA’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36 SEP OCT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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