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MAKER’S DESK

조회수 406

책 만드는 사람들의 책상

모든 책상은 언뜻 비슷비슷하고 닮아 있는 듯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각각의 공간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은 무대와도 같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책상도 그렇다. 편집자, 기획자, 디자이너, 인쇄 전문가. 
책 한 권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 그들이 사용하는 책상 위의 다양한 풍경. 
책상 위에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 책상에서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 생각하고, 쓰고, 저장하고, 마감에 쫓기다 잠시 기절한 듯 엎어져 잠도 자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 
가장 개인적이고 개성적이며 의외로 많은 것을 얘기해 주는 책 만드는 사람들의 책상.




오연경  미메시스 | 편집장

회사 내부에서 이사를 여러 번 했는데, 최근 쓰고 있는 공간은 혼자서 사용하는 곳으로 책장과 테이블 두 개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책상으로, 다른 하나는 미팅용으로 쓴다. 출근하면 보통 모든 물건을 책상 위에 꺼내 놓고 쓰는 맥시멀리스트 타입인데, 별의별 물건이 다 나와 있다. 편집할 때 주로 사용하는 프릭션 지워지는 볼펜을 비롯해 독서대, LED 등, 편집 매뉴얼과 일정표 외에도 립밤핸, 드크림, 미니 선풍기, 물컵, 보온병, 안경, 심지어 삶은 달걀도 올려 둘 정도다. 대신 퇴근하기 전에 이 물건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고 서랍속 으로 사라진다. 출퇴근 때는 무조건 책상 위를 비워 두는데, 일종의 강박증이 된 듯하다.  뉴욕 3부작 | 폴 오스터



신동원  사이언스북스 | 편집장

요즘 젊은이들은 잘 쓰지 않는 쌀집 계산기, 모나미 수성펜 24색, 모나미 형광펜 파스텔 5색(라일락색 강추), 입사 20주년 기념 휴가로 스위스에서 사 온 라젤리 버베나 티백, 백제 쌀국수 라면스프(멸치맛 강추) | 중학교 때 선물 받은 쿠키몬스터 손거울 | 키보드 다리가 부러져서 흔들림 방지를 위해 받쳐 놓은 한 글자도 쓰지 않은 2025년과 2018년 예스24 다이어리 | 촬영을 위해 폐지 수거 장소에서 도로 들고 온 <창문 너머로> 교정지 묶음, 부모님이 농사 지으신 오이와 자색 양배추 도시락 

사진에 나와 있지 않지만 2017년에 <비행기 대백과사전>을 읽고 보낸 독자의 편지도 파티션에 붙여 두었다. 마지막 줄이 항상 힘이 되는 문구. 

To : 사이언스북스 편집부 안녕하세요. 저는 청주 원봉중...에 다니는 항공에 관해서 관심이 많은 학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여느 때와 같이 항공에 관한 서적을 보다 오류를 발견해 재출판하실 때 고치시라고 알려드립니다. 41p 토머스 소프위드 출생 연도... 61p 페어리 장거리 단엽기 제작 연도... 72p 에어론카 100 제작 연도... 이 세 가지 오타를 발견하였습니다. 앞으로 더 더욱 많은 책 만드시고 오타가 있더라도 기죽지 마시고 열심히 해 주세요. 찡긋 >_<  창문 너머로 | 제인 구달



함지은  북디자인 스튜디오 상록 | 대표

올해 초, 출판사에서 독립해 사무실을 얻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낮과 밤, 주말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이 책상 앞에서 보냈다. 외부 미팅이나 인쇄 감리로 자리를 비운 시간을 빼면, 깨어 있는 시간의 거의 전부였다. 얼마 전 누군가 “지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책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즐겁고, 새롭고, 재미있다. 이 책상 앞에서 이어갈 가을과 겨울도 기다려진다.  클라리스 리스펙토르 시리즈 서울국제도서전 특별판 리커버 <야생의 심장 가까이> <아구아 비바> <별의 시간> | 을유문화사



김다희  민음인 | 수석 디자이너

보통 출판사는 도서전을 준비하며 봄에 많이 바쁘고 여름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편인데, 어찌하여 이번 여름은 그렇지 못한지...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듯 하지만 예전에는 종이책만 마감하면 몇 종의 서점 홍보용 피오피를 제작하는 것 말고는 마무리 수순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전자책 제작도 해야지, 서점 이외에 다양한 채널의 도서 홍보를 위한 자료들도 같이 고민해 봐야지, 하나라도 독자에게 더 가닿기 위한 도서와 연결된 굿즈도 만들어야지 업무의 품이 길어졌고 다양해졌다. 

모니터에 띄어둔 시안은 9월 출간 예정인 <독쑤기미>라는 책으로 근미래에 펼쳐질 ‘멸종’과 ‘사고 판다’는 컨셉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주인공 독쑤기미를 현상수배 포스터의 주인공처럼 만들었다. 수많은 책이 내 하드에서 오고 나가지만 모든 책이 다 찌릿찌릿한 전기가 통하는 것은 아닌데, 이 책은 블랙 코미디 같은 원고도 재밌고 컨펌이 날까 걱정했던 디자인 방향도 일사천리로 통과되어 속도감 있고 즐겁게 만드는 중이다. 

디자이너의 물건은 아니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데 각종 필요한 생필품들이 있다. 사무실이 건조하기 때문에 피부, 손, 머리에 바를 각종 보습제, 빗, 그리고 어깨 통증을 해소하기 위한 두드리는 안마기… 일하는 데 필수품인 스테이플러, 포스트잇, 플래그잇, 테이프, 수정 테이프 등이 함께 한다. 숨겨진 서랍에는 상비약, 무릎 담요, 양산, 우산, 현미밥 햇반과 검은콩 두유가 있다. 모든 직장인이 이렇지는 않을 텐데… 1박 2일 서식도 가능하다. 

신사동에서 19년째 여름을 맞고 있는 내 자리는 가끔은 갈색바닥이 보이지만 두세 개의 마감을 거치고 나면 폭탄이 터진 것처럼 조금의 틈도 없이, 견본서와 교정지, 샘플들이 난무하다. 오늘은 촬영 덕분에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듄 | 프랭크 허버트



김다은  민음사 | 마케터

하나둘씩 모으고 받게 된 굿즈, 피규어존. 귀여운 돼지 피규어들 옆의 치이카와는 매일 지지대에서 떨어져 나 뒹구는 치이카와를 다시 꽂아놓는 게 아침 출근 루틴이다. 어쩌다보니 별명이 ‘밤비’가 되어 후배 민주님이 선물해준 핑크색 밤비. 그밖에도 다양한 피규어 들이 책상위를 점령해 가고 있다. | 요즘 햄스터에 꽂혀 있다. 햄스터는 정말 귀엽다. | 바른말 키링의 레퍼런스가 되어준 오이뮤 산 키링 | 곳곳에 기력이 떨어질 때마다 먹으려 쟁여둔 영양제. | 월초마다 돌아오는 정산을 위한 계산기. | 『반가사유상』 굿즈 중 하나인 엽서. 각종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심신의 평화를 찾기 위해 놓았다. | ‘읽는 마음, 쓰는 존재’라는 이번 해 북클럽 슬로건에 맞춰 제작된 사랑스러운 바른말 키링 2종. | 이번에 새롭게 출간된 워터프루프북. 물에도 젖지 않는 방수 종이로 만들어져 물 속에서도 짧은 소설과 시를 만끽할 수 있다. 많관부. 

귀여운 게 나라를 구한다. 회사에서도 심신의 안정을 취하는 건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하나둘 귀여운 것들을 모으다 보니 어느새 책상이 꽤 북적이게 되었네요. 마케터로서 다양한 굿즈를 기획하다 보니 샘플이 자연스럽게 하나씩 쌓이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받은 피규어 선물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요. 그래도 시대의 유행과 흐름을 읽는 게 중요한 마케터에게 ‘귀여운 것 수집’은 어쩌면 필수 아닐까요?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해봅니다. 이 외에도 상시 들어오는 문의와 갑작스러운 일들을 대비한 메모지, 그리고 틈틈이 건강을 챙기기 위해 쟁여둔 상비 건강식품들이 제 책상을 채우고 있습니다.  여름에 더 좋은 시 | 배수연, 여세실, 박지일, 성동혁, 허주영, 신이인, 김미령, 김복희, 김이듬, 박은지, 채인숙, 황인찬, 박정대, 김경미, 송승언, 김현, 김행숙, 김종연, 김연덕, 허연, 문혜진, 임경섭, 정끝별, 김수영 & 여름에 더 좋은 소설 | 박솔뫼, 이유리



이은혜  글항아리 | 대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 내내, 하루에 10시간에서 12시간 동안 글을 본다. 식사도 주로 책상 앞에서 간단히 할 때가 많다. 늘 앉아만 있으니 작은 작업실이어도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글이 재미없어지면, 읽는 게 버거워지면 어떡하나 고민하지 않는다. 미래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늘 현재와 같을 것 같기 때문이다. 책을 만들어 온 지난 18년 동안 그 현재가 변하지 않았기에, 앞으로의 10년, 20년도 그러할 것만 같다.  나쁜 책 (금서기행) | 김유태



유하은  문학과지성사 | 편집자

제가 오른손잡이인지라 필기도구, 집게, 점착 메모지 등은 책상 오른편에 배치해 둡니다. 교정지도 같은 방향에 모아놓는데, 여러 권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분류하기 쉽도록 최근 정리함을 마련했어요. 시선이 주로 닿는 모니터 근처에는 허브 오일과 크림, 귀여운 소품, 친구와 작가 들로부터 받은 편지 등을 놓아두어 틈틈이 힘을 얻고요. 다만 이렇게 나름의 규칙을 세워두어도 일을 하다 보면 결국 책과 교정지가 잔뜩 쌓이게 되어서, 책상 왼편은 되도록 비워둡니다. 곧잘 너저분해지는 책상은 그때그때 치우기보다는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을 때마다 마음먹고 크게 정리하는 편입니다. 큰 실수에 대한 걱정, 일정 조율과 소통의 어려움, 적절한 교정 기준에 대한 고민 등 편집자로서 느끼는 무게도 함께 한 꺼풀 갈무리되기를 바라는, 일종의 의식처럼요!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 유선혜



* 기사 전문은 OhBoy! No.135 ‘BOOK MAKER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35 JUL AUG 2025
BOOK MAKERS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