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만들기: 가장 오래 된 욕망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을 사랑하는 사람, 책을 만들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책을 만든다는 일은 때때로 마법 같지만, 종종 무모하고 절망적이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동, 비용에 따르는 체력과 감정의 소진을 겪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기획하고 출판한다. ‘산고의 고통’ 끝에 세상에 어렵게 나온 수많은 책들의 운명도 제각각이다. 어떤 책은 사랑 받으며 침대 맡에 오래 머무르고, 어떤 책은 처음 몇 장을 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책장에 꽂히거나 집 구석 어딘가에 방치된 채 잊혀진다. 그렇게 어떤 책은 삶을 바꾸고, 어떤 책은 조용히 사라진다. ‘책 만드는 사람들’은 늘 그 모호하고 잔인한 운명(읽히지 않는 활자만큼 슬픈 게 또 있을까?)을 알면서도 책을 만든다.
이번 특집은 그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기꺼이 감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편집자,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 인쇄 전문가, 물론 작가들까지. ‘책 만드는 사람’이라 불리는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책 한 권을 완성하는 하나의 부품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지만, 어떤 직업은 자신이 오롯이 참여한 결과물에 이름 석자조차 남기지 못한다. 치킨 프랜차이즈와 유망 자격증을 알아보는 현실주의 은퇴자들도 많지만 마땅한 것 없으면 출판사나 하나 차릴까 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로맨티스트들 역시 많은 게 한국이다. 1등만이 기억되고 베스트셀러만이 살아남는 나라에서 기어코 책을 만드는 일을 한다는 걸 말릴 수는 없지만 치열하고 불확실한 출판 문화와 열악한 환경속에서 기어코 살아남아 이루는 성취에 대한 희열 역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이라는 매체를 둘러싼 환경은 점점 더 혹독해지고 있다. 독자는 줄고, 물류비는 오르고, 무분별한 반품과 무관심 속에 수많은 책들이 묻히듯 사라진다. 침체된 경제와 극단적이고 수동적인 소비문화는 책을 ‘좋아하는 것’과 실제로 ‘구매하고 읽는 것’ 사이의 간극을 더 크게 벌리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가장 근원적인 행위는 이미 유행을 좇는 SNS 전시용 소품으로 전락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책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은, 어쩌면 책의 미래를 가장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믿는 이들일 것이다. 이번 특집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실제 작업 환경과 고민, 선택과 실패, 그리고 어쩌면 독자들에게는 무의미하거나 직접 건넬 일이 없었던 이야기들이다. 그 과정에서 이 특집을 읽는 독자들 역시 ‘나에게 책이란 무엇인가’, ‘책을 만드는 건 어떤 일인가’ 같은 질문들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책을 만든다는 건 정말 근사하고 생산적이며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일인 동시에 가장 고되고 소모적이며 비능률적인 일이기도 하다. 굳이 활자와 문학, 인쇄와 출판의 역사와 경향을 통달하지 않더라도 책이 주는 감동과 통찰, 가치와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종종 지치고 탈진하는 그들은 좁은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좋아하는 책을 만드는 순간만큼 그들의 책상은 마치 마법처럼 가장 자유롭고 신나는 놀이터로 변신할 것이다. | 김현성
* 기사 전문은 OhBoy! No.135 ‘BOOK MAKER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 OhBoy! No.135 JUL AUG 2025 BOOK MAKERS 구매하기 |
책 만들기: 가장 오래 된 욕망
책을 만드는 사람, 책을 사랑하는 사람, 책을 만들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책을 만든다는 일은 때때로 마법 같지만, 종종 무모하고 절망적이다. 적지 않은 시간과 노동, 비용에 따르는 체력과 감정의 소진을 겪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기획하고 출판한다. ‘산고의 고통’ 끝에 세상에 어렵게 나온 수많은 책들의 운명도 제각각이다. 어떤 책은 사랑 받으며 침대 맡에 오래 머무르고, 어떤 책은 처음 몇 장을 넘기지 못하고 그대로 책장에 꽂히거나 집 구석 어딘가에 방치된 채 잊혀진다. 그렇게 어떤 책은 삶을 바꾸고, 어떤 책은 조용히 사라진다. ‘책 만드는 사람들’은 늘 그 모호하고 잔인한 운명(읽히지 않는 활자만큼 슬픈 게 또 있을까?)을 알면서도 책을 만든다.
이번 특집은 그 ‘모호함과 불확실성’을 기꺼이 감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편집자, 디자이너, 기획자, 마케터, 인쇄 전문가, 물론 작가들까지. ‘책 만드는 사람’이라 불리는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책 한 권을 완성하는 하나의 부품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지만, 어떤 직업은 자신이 오롯이 참여한 결과물에 이름 석자조차 남기지 못한다. 치킨 프랜차이즈와 유망 자격증을 알아보는 현실주의 은퇴자들도 많지만 마땅한 것 없으면 출판사나 하나 차릴까 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로맨티스트들 역시 많은 게 한국이다. 1등만이 기억되고 베스트셀러만이 살아남는 나라에서 기어코 책을 만드는 일을 한다는 걸 말릴 수는 없지만 치열하고 불확실한 출판 문화와 열악한 환경속에서 기어코 살아남아 이루는 성취에 대한 희열 역시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이라는 매체를 둘러싼 환경은 점점 더 혹독해지고 있다. 독자는 줄고, 물류비는 오르고, 무분별한 반품과 무관심 속에 수많은 책들이 묻히듯 사라진다. 침체된 경제와 극단적이고 수동적인 소비문화는 책을 ‘좋아하는 것’과 실제로 ‘구매하고 읽는 것’ 사이의 간극을 더 크게 벌리고 있다. 책을 읽는다는 가장 근원적인 행위는 이미 유행을 좇는 SNS 전시용 소품으로 전락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책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은, 어쩌면 책의 미래를 가장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믿는 이들일 것이다. 이번 특집은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실제 작업 환경과 고민, 선택과 실패, 그리고 어쩌면 독자들에게는 무의미하거나 직접 건넬 일이 없었던 이야기들이다. 그 과정에서 이 특집을 읽는 독자들 역시 ‘나에게 책이란 무엇인가’, ‘책을 만드는 건 어떤 일인가’ 같은 질문들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책을 만든다는 건 정말 근사하고 생산적이며 사유를 가능하게 하는 일인 동시에 가장 고되고 소모적이며 비능률적인 일이기도 하다. 굳이 활자와 문학, 인쇄와 출판의 역사와 경향을 통달하지 않더라도 책이 주는 감동과 통찰, 가치와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종종 지치고 탈진하는 그들은 좁은 감옥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좋아하는 책을 만드는 순간만큼 그들의 책상은 마치 마법처럼 가장 자유롭고 신나는 놀이터로 변신할 것이다. | 김현성
* 기사 전문은 OhBoy! No.135 ‘BOOK MAKER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35 JUL AUG 2025
구매하기BOOK MAK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