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th Annivers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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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작고 단단한 희망을 얘기하자

세상은 문제와 갈등, 걱정거리로 가득한 곳입니다. 전쟁과 분쟁은 지구 어느 곳에선가에서 항상 벌어지고 국가 내에서도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습니다. 과학과 의학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항상 각종 전염병과 각종 질병에 위협 당해왔으며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부조리와 불평등에 시달리다 가난과 굶주림으로 죽어갑니다. 인간은 역사의 시작과 함께 이기심과 탐욕으로 어리석은 선택을 반복해 왔으며 그런 인간의 본성은 고질적인 질병과도 같이 고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슬픈 일은 이 모든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또 하나 의 거대하고 치명적인 위협이 눈앞에 버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별, 단하나밖에 없는 지구가 많이 아프다는 것입니다. 인 류는 계속해서 수많은 문제거리를 스스로 만들며 살아왔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무대 자체가 흔들린 경우는 없었습니다. 끝없는 전쟁과 분쟁, 질병과 갈등 속에서도 끝없이 우리에게 곡식을 줄 것 같았던 땅, 무한대의 자원이 나올 것 같았던 바다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가지 기후 재앙의 형태로 나타나며 인류에게 거대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쟁과 질 병, 각종 갈등과 사회 문제만으로도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했던 인류는 이제 자신의 별까지 망가뜨리면서 자신의 마지막을 목도하고 영원히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실질적인 공포에 직면했습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이런 종말적 시국은 적잖이 당황스럽고 절망적인 일일 겁 니다. 자신의 앞가림 조차도 벅찰 나이에 이 별의 안위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그 심정이 어떨까요. 개인적인 목표와 장래의 희망, 즐거운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기에도 모자랄 때에 눈앞에 기후재앙과 팬데믹이 닥친 현실은 어떤 느낌일까요. 세상이 어떤 곳인지 채 느끼지도 못할 어린 나이에 자신이 태어난 지구의 환경이, 자신이 살아가야 할 별의 미래가 걱정되어 시위를 벌여야 하는 어린 친구들의 처지를 보면 막막하고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한 어린 환경운동가들이 즐기고 싶은 것 생각으로 가득할 나이에 시위 현장을 전전하며 어른들에게 느끼는 분노를 표현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기성세대가 어린 친구들의 어깨에 커다란 짐을 올려놓은 것 같은 생각에 죄책감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오보이!를 창간하고 12년이 흘렀습니다. 113권의 오보이!를 만들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동물권과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12년 전에 비해 많이 성숙하고 유연해 졌습니다. 바뀌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지구의 내일과 동물의 복지를 얘기하는 오보이!의 메시지는 처음 그대로입니다. 바뀌길 바라는 것도 있습니다. 지구를 망치고 동물을 착취하는 우리 인간의 본성입니다.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 그리고 바뀌기를 바라는 것. 그중 에서 바뀌기를 바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바라는 만큼의 변화는 체감되지 않고 상황은 점점 나빠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세상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팬데믹도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기후 재앙 을 생각하면 그리 큰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두워만 보이는 인류의 미래 전망 속에서 동물들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아 보입니다. 사 육동물들은 효율적인 생산과 경제성의 추구라는 교묘하고 악질적인 시스템에 갇혀 고통받고 있고 반려동물들은 거대화 되어버린 산업의 부품으로 전락해 그 이면의 어두운 뒷모습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소비자들에 게 끊임없이 팔려가고 또 버려지고 있습니다. 망가져 가는 지구 환경 속에서 야생동물들의 삶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사람도 동물도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혹은 해야만 하는 일은 너무 많지만 사실 아주 쉽고 명확 한 게 있습니다. 그건 바로 소비를 줄이는 일입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육류와 의류의 소비를 줄이는 건 중요합니다. 인류가 육식을 끊을 수는 없겠지만 육식을 줄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엄청난 것입니다. 소를 키우기 위해 자연을 파괴해 만든 경작지를 다시 숲으로 되돌릴 수 있고 가축들이 내뿜는 메탄가스의 양이 줄어 대기질 개선의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가축 들에게 먹이는 엄청난 양의 곡식을 아끼고 기아 문제를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더 건강해질 수 있고 물론 동물들도 더 행복해지겠죠. 우리는 모든 파괴와 착취, 살육의 과정과 그 결과로 어렵게 식탁에 오른 음식의 40% 를 먹지도 않고 쓰레기로 버리고 마는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을 음식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고 죽이는 행동만큼 존중의 마음 없이 무감각하게 음식을 버리는 행위 역시 잔인하고 어리석은 일입니다.

                       

의류 소비의 절제 역시 중요합니다. 우리가 입는 옷의 40%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플라스틱이 아닌 자연 소재라 하더라도 모든 의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파괴되는 환경을 생각하면 어떤 소재의 옷도 절대로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철마다 유행하는 옷을 사고 또 유행이 지나자마자 버립니다. 우리가 버린 옷의 종착지는 가난한 제3국 이거나 태워져 대기의 질을 나쁘게 합니다. 옷은 필수품이지만 동시에 기호 품입니다. 사람의 허영심을 자극하며 성장하는 의류 산업은 매출 성장을 지속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끝없이 생산하고 소비하고 버리는 과정의 반복을 노골적으로, 혹은 교묘하게 조장하고 있습니다. 의류 산업이 더 거대해 지도록 소비자들이 방관한다면 기후 위기는 더 빠르고 더 치명적으로 인류를 괴롭힐 것입니다.

                       

육식을 절제하고 옷을 사지 말라니 끔찍하고 폭력적인 주장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겁니다. 고작 개인의 실천이 가지고 오는 변화의 크기는 보잘 것 없고 의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것도 잘 압니다. 나 하나에게 그런 어려운 실천의 강요 대신 국가와 기업의 책임이 먼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자기합리화와 책임 회피는 물론이고, 죄책감을 외면함으로써 마치 문제가 나의 일이 아닌 것처럼 행동해도 무방 한 상황이 아닙니다. 현실은 우리 상상 이상으로 심각하고 우리 앞에 직면 해 있습니다. 아무리 미약하고 작은 실천이라도 그 작은 실천의 힘이 모여 서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그간 좋은 변화보다는 그렇지 않은 변화가 더 많았습니다. 지구의 내일은 그리 밝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 실천을 해도 눈에 띄는 효과는 바로 나타나 지 않습니다. 절망적인 미래가 올 가능성이 더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희망적인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그 희망의 대부분은 젊은 세대에게서 발견 했습니다. 과도한 육식의 폐해를 아는 이들, 동물은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보살피고 배려해야 하는 존재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이들, 무분별한 1 회용품 보다는 다회용기 사용과 재활용을 묵묵히 실천하는 이들, 이기심과 갈등 보다는 절제와 절약에 익숙한 젊은이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은 비판적이지만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인류가 만들어놓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천천히, 끈기 있게 그들의 신념을 실천하고 바로 결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앞으로 나갈 거라고 믿습니다.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그래도 응원하고 싶습니다. 난장판의 세상을 물려 줬지만 여러분이 아주 천천히 지구를, 이 별을 다시 살만한 곳으로 만들 거 라고 믿습니다. 오보이!가 함께 하겠습니다. | 오보이! 편집장 김현성

                                                       



* 기사 전문은 OhBoy! No.113 ‘12th Anniversar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13 JUL AUG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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