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EARTH & ANIMALS
음악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환경을 얘기하고 동물권을 위해
행동하는 뮤지션들의 이야기
김사월 | 너드커넥션 | 루시드폴 | 박소은 | 배다해 | 백승렬 | 사우스카니발
슬릭 | 와블 | 요조 | 웅산 | 윤보미 | 윤석철 | 윤지영 | 이예준 | 이진아 | 이효리
전범선 | 정욱재 | 조곤 | 조준호 | 폴킴 | 프롬 | 한로로 | 허클베리핀
배다해
생명을 구하는 마음의 소중함
@dahaehaha
강아지를 처음 키우기 시작하면서 동물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정도 많이 들었고, 가족처럼 지냈죠. 그러다 개식용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는데, 너무 충격이었고 그때부터 하나씩 알아 가기
시작했어요. 개식용종식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정책을 내신 분들, 계속
운동을 해 오시던 분들 모두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동물보호운동의 첫걸음을 이제 내디딘 것
같아서요. 동물 복지가 잘 이루어지려면 사라져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번식장과 펫숍, 소싸움, 불법 투견, 고래고기, 꽃마차 같은 것들이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어요. 유예기간이 지나고 완전히 마무리되어야 또
하나씩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동물을 보호하려는 마음,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으로 나름 애써온 지
20여 년이 되었다. 거창한 일을 한 건 아니다. 그저 주변 동물들을
살피고 돌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소소하게 하나씩 하고 있다.
나보다 더 위대하고 대단한 일을 하는 분들 뒤에서 마음과 뜻을 모으고
있다. 사람이 먼저냐 동물이 먼저냐는 이야기는 그만 넣어두었으면
좋겠다. 생명은 모두 똑같이 소중하다. 다른 약한 생명들을 위해 배려하여
적어도 지금보다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그날을 꿈꾼다.
나처럼 노래 말곤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도 하는 이 일들을 조금 더
많은 이와 함께할 수 있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 참 좋겠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우리가 아는 많은 동물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두의 노력 덕분이다. 그저 내 자리에서
작게나마 응원과 힘을 보태고 있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것이다. 물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말이다.” - 에세이 <아이 위시>중에서
TUNE 정욱재
미래를 위한 메시지
@gopddan
2008년부터 작년까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의
‘eARTh’ 캠페인에 자문위원으로 참여를 했어요. 페스티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고자 시작한 것이었는데요.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 공유
서비스로 전환을 하는 게 우선 목표였고 그건 어느 정도 달성이 됐어요.
대행하는 스타트업도 생기고 다른 페스티벌에서도 공유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고요. 남은 몇 가지 숙제가 있는데 하나는 스폰서들이 나눠주는 굿즈예요.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표현하는 페스티벌에서도 아예 없애기는
쉽지 않아요. 다른 하나는 음식물 쓰레기인데요. 업체와 협업해서 음식물
쓰레기가 되도록 덜 나올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비건 음식 브랜드와도 같이 하고 있는데, 그렇게 나은 방향으로
조금씩 톤이 잡혀가고 있다고 봐요. 아무래도 음악 축제에 오시는 분들이
환경이나 동물 쪽에 감수성이 높으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들을 좀 더
소개하는 장으로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환경이나 자연에 대한 관심은 어렸을 때부터 많았어요. 자연과 나름 가까이
있었고, 지금 돌이켜 보면 환경에 대한 감수성도 좀 높은 편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굉장히 강렬했던 경험도 있는데요. 초등학생일 때, 눈이
내리는 인제의 한 자작나무 숲에 혼자 서 있었어요. 조용한 가운데 나뭇가지에 눈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대부분은 시각으로
자연을 보고 평가하지만 청각이나 후각도 되게 중요하거든요. 제가 귀가
예민하기도 하고, 사람 많고 시끄러운 걸 싫어하기도 하고요. 그런 경험
때문인지 자연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굉장히 많이 갖고 있었어요.그러다 음악을 하게 되었고, 오히려 20대에 지식이 얕았을 때에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겁 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있다 보니까 생각이 많아지고 더 정확하게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 가볍게 메시지를 전하기가 점점 쉽지 않아요.
루시드폴
외면하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
@institute.for.silence
반려견에 대한 노래 <문수의 비밀>, <약속할게>를 소개해 주세요. 어떤 노래인지, 그리고
노래의 주인공들에 대해서도요. <문수의 비밀>은 제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입양한 강아지 ‘문수’를 주인공으로 한 노래입니다. 지금 문수는 부산 할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약속할게>는 지금 저와 살고 있는 강아지이자, 문수의 하나뿐인 동생 ‘보현’을 주인공으로 만든 노래이고요. <문수의 비밀>은 말 그대로 주인공 ‘문수’가 아주 어릴 때 겪은 여러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입니다. <약속할게>는 보현에게 제가 약속하고 싶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은 노래인데요. 노래로 만들어 두고 나니 정말 더 약속을 잘 지키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보현과 함께 한 앨범 <너와 나>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고, 더불어
요즘 새롭게 생각하시는 관련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너와 나>는 저에게 몹시 각별한 앨범입니다. 당시 한 출판사로부터 보현의 사진으로 사진집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저는 사진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할 것 같아 아예 보현을 주제로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했고, 책과 음반이 하나의 앨범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앨범에 실린 거의 모든 곡이 보현 혹은 반려견과 관련된 노래인데요. 특히나 <산책갈까?> 나 <두근 두근> 같은 곡은, 노래에 실린 리듬과 심지어 악기 소리까지 보현이 내는 소리로 만들었어요. 보현의 소리에서 DNA를 뽑아내, 노래에 남겨두고 싶었다고 할까요. 그 외에도 우리가 함께 한 여러 장소에서 소리를 녹음해와서 음악에 썼고요. 무엇보다 <콜라비 콘체르토>는 보현 작곡, 루시드폴 편곡이기도 합니다. 보현이 콜라비를 먹는 소리를 제가 다듬어서 만든 곡이거든요. 요즘 가끔 보현에게도 묻곤 합니다. 이제 신곡 발표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요. 보현은 <육회비빔밥>이란 신곡을 만들고 싶다나...요.
이예준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yejoon.e
그동안 깊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반려동물들이 저에게 주는
위로와 무조건적인 사랑이 정말 크다는 걸 최근 들어 느끼고 있어요.
밖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든 일을 겪어도 집에 딱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을 다 잊게 될 만큼이요. 그래서 예전에는 ‘벨라’까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반려견을 더 이상 못 키우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잘
보내줄 수만 있다면 쉬지 않고 돌보는 게 저에게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요.
유기묘 쉼터에 후원을 한 걸로 칭찬을 참 많이 받았어요. 좀
쑥스럽더라고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또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거든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제가 그 돈을 쓸 때 가치보다 쉼터에서 쓰일 때의
가치가 몇 배는 더 클 것 같아서 고민이 많이 되지 않았어요. 그냥 제가
조금 더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고양이와의 인연은 10년이 넘었어요. 작업실에서 밥을 챙겨주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요. 임신을 했다가 어느 날 홀쭉해져서 왔더라고요.
새끼를 낳았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얼마 후 그 고양이가
로드킬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렇다면 새끼들은 어디에 있을까
주변을 찾아 헤맸죠. 나흘 째 되던 날 새끼 5마리를 발견해서
데려왔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다음날 다시 갔더니 한 마리가 더
있더라고요. 모든 게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다시 가보지 않았다면
덩그러니 있다가 굶어 죽었을 텐데, 제 촉에 감사하면서 6마리가 입양
갈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초유를 먹이면서 키웠어요. 그때부터 제
인생에 고양이가 꼬이기 시작했어요. 언젠가는 저희 집 앞에 새끼
고양이가 동네 떠나가라 울고 있어서 가 봤더니, 탯줄도 안 끊어진
새끼가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정말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 갈 길을
잘 가는 가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모든 사람이 다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고, 제가 그렇게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를 가졌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허클베리핀
금성처럼 뜨거워지는 지구
@band__huckleberryfinn
환경 문제에 관한 곡 <금성>, <비처럼>을 소개해 주세요. 2022년에 발표한 정규 7집 앨범에 처음으로 환경을 주제로 다룬 노래가 포함되어 있는데, <금성>과 <비처럼>이 그것입니다. <금성>은 지구 온난화 문제, 기후위기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언제부터인지 뉴스에서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자연재해가 벌어지는 것을 보게 되면서 노래로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990년대에도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때에도 더 늦기 전에 지구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도 막연한 관심만 있었는데 우연히 지금은 돌아가신 영국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인터뷰를 읽다가 한 문장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호킹 박사는 ‘만일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지구의 표면 온도가 금성처럼 수백 도에 달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는 그 말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금성의 가사에 나오는 ‘지금 타고 있어. 지구는 금성처럼 타고 있어. 우리는 길을 걷고 있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어’라는 후렴 가사를 쓰게 됐습니다. 그리고 제가 충격을 받았듯이 다른 분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면 많은 사람들이 지금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특히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고 나만 잘살면 되는 그런 세상은 없다는 것을, 지구도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도 다 긴밀히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로 ‘우리는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모두가 연결됐어. 지금 이 순간들이 너와 나와의 마지막이 아니라 말을 해줘’라는 가사를 쓰게 됐습니다.
<비처럼>은 기후위기 문제를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만들게 된 노래입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미세 먼지나 대기오염
같은 단어가 생소했어요. 비를 맞고 다니는 것도 거리낌이 없었죠.
그런데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숨을 쉬는 것도 공기청정기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마스크 착용도
일상화가 됐습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개발, 경제, 부와 같은 것들만
바라보고 달려온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구가 인간이 어떤 짓을
해도 무조건 받아주기만 할 거라는 믿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저부터도 많은 반성을 하게 됐고
생활 속에서 쓰레기 줍기나 분리수거등 작은 실천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
하고 있습니다. 저희 다른 멤버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어서 작업실에서도
분리수거는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노래 <비처럼>은 오래전 학창 시절에
소나기를 맞고 흠뻑 젖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느꼈던 뜻밖의 상쾌함과
그날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들었던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소재로 앞서 말했던 대기오염에 관해 가사를 썼습니다. ‘이제는 숨 쉬기
위해 많은 게 필요해졌어. 이 모두 우리의 끝없는 욕망이 만든 것’이라는
가사를 쓰게 된 것도 그날 비를 맞으면서도 대기에 오염물질이 그렇게
많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모두가 집에 하나씩 두고 있는
공기청정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게 언제부터 필요했나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고, 공기라도 깨끗한 사회, 그래서 모두 차별없이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들게 된 노래입니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29 ‘MUSICIANS ACT’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 OhBoy! No.129 JUL AUG 2024 MUSICIANS ACT 구매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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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
환경을 얘기하고 동물권을 위해
행동하는 뮤지션들의 이야기
김사월 | 너드커넥션 | 루시드폴 | 박소은 | 배다해 | 백승렬 | 사우스카니발
슬릭 | 와블 | 요조 | 웅산 | 윤보미 | 윤석철 | 윤지영 | 이예준 | 이진아 | 이효리
전범선 | 정욱재 | 조곤 | 조준호 | 폴킴 | 프롬 | 한로로 | 허클베리핀
배다해
생명을 구하는 마음의 소중함
@dahaehaha
강아지를 처음 키우기 시작하면서 동물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정도 많이 들었고, 가족처럼 지냈죠. 그러다 개식용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는데, 너무 충격이었고 그때부터 하나씩 알아 가기 시작했어요. 개식용종식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정책을 내신 분들, 계속 운동을 해 오시던 분들 모두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동물보호운동의 첫걸음을 이제 내디딘 것 같아서요. 동물 복지가 잘 이루어지려면 사라져야 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번식장과 펫숍, 소싸움, 불법 투견, 고래고기, 꽃마차 같은 것들이요. 아직 갈 길이 너무 멀어요. 유예기간이 지나고 완전히 마무리되어야 또 하나씩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동물을 보호하려는 마음,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으로 나름 애써온 지 20여 년이 되었다. 거창한 일을 한 건 아니다. 그저 주변 동물들을 살피고 돌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소소하게 하나씩 하고 있다. 나보다 더 위대하고 대단한 일을 하는 분들 뒤에서 마음과 뜻을 모으고 있다. 사람이 먼저냐 동물이 먼저냐는 이야기는 그만 넣어두었으면 좋겠다. 생명은 모두 똑같이 소중하다. 다른 약한 생명들을 위해 배려하여 적어도 지금보다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그날을 꿈꾼다. 나처럼 노래 말곤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도 하는 이 일들을 조금 더 많은 이와 함께할 수 있다면, 그런 날이 온다면 참 좋겠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우리가 아는 많은 동물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두의 노력 덕분이다. 그저 내 자리에서 작게나마 응원과 힘을 보태고 있는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것이다. 물론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말이다.” - 에세이 <아이 위시>중에서
TUNE 정욱재
미래를 위한 메시지
@gopddan
2008년부터 작년까지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의 ‘eARTh’ 캠페인에 자문위원으로 참여를 했어요. 페스티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고자 시작한 것이었는데요.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 공유 서비스로 전환을 하는 게 우선 목표였고 그건 어느 정도 달성이 됐어요. 대행하는 스타트업도 생기고 다른 페스티벌에서도 공유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고요. 남은 몇 가지 숙제가 있는데 하나는 스폰서들이 나눠주는 굿즈예요.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표현하는 페스티벌에서도 아예 없애기는 쉽지 않아요. 다른 하나는 음식물 쓰레기인데요. 업체와 협업해서 음식물 쓰레기가 되도록 덜 나올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비건 음식 브랜드와도 같이 하고 있는데, 그렇게 나은 방향으로 조금씩 톤이 잡혀가고 있다고 봐요. 아무래도 음악 축제에 오시는 분들이 환경이나 동물 쪽에 감수성이 높으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들을 좀 더 소개하는 장으로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환경이나 자연에 대한 관심은 어렸을 때부터 많았어요. 자연과 나름 가까이 있었고, 지금 돌이켜 보면 환경에 대한 감수성도 좀 높은 편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굉장히 강렬했던 경험도 있는데요. 초등학생일 때, 눈이 내리는 인제의 한 자작나무 숲에 혼자 서 있었어요. 조용한 가운데 나뭇가지에 눈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대부분은 시각으로 자연을 보고 평가하지만 청각이나 후각도 되게 중요하거든요. 제가 귀가 예민하기도 하고, 사람 많고 시끄러운 걸 싫어하기도 하고요. 그런 경험 때문인지 자연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굉장히 많이 갖고 있었어요.그러다 음악을 하게 되었고, 오히려 20대에 지식이 얕았을 때에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겁 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있다 보니까 생각이 많아지고 더 정확하게 얘기해야 할 것 같아서, 가볍게 메시지를 전하기가 점점 쉽지 않아요.
루시드폴
외면하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
@institute.for.silence
반려견에 대한 노래 <문수의 비밀>, <약속할게>를 소개해 주세요. 어떤 노래인지, 그리고 노래의 주인공들에 대해서도요. <문수의 비밀>은 제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입양한 강아지 ‘문수’를 주인공으로 한 노래입니다. 지금 문수는 부산 할머니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약속할게>는 지금 저와 살고 있는 강아지이자, 문수의 하나뿐인 동생 ‘보현’을 주인공으로 만든 노래이고요. <문수의 비밀>은 말 그대로 주인공 ‘문수’가 아주 어릴 때 겪은 여러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입니다. <약속할게>는 보현에게 제가 약속하고 싶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은 노래인데요. 노래로 만들어 두고 나니 정말 더 약속을 잘 지키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보현과 함께 한 앨범 <너와 나>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리고, 더불어 요즘 새롭게 생각하시는 관련 프로젝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너와 나>는 저에게 몹시 각별한 앨범입니다. 당시 한 출판사로부터 보현의 사진으로 사진집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저는 사진만으로는 어딘가 부족할 것 같아 아예 보현을 주제로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했고, 책과 음반이 하나의 앨범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앨범에 실린 거의 모든 곡이 보현 혹은 반려견과 관련된 노래인데요. 특히나 <산책갈까?> 나 <두근 두근> 같은 곡은, 노래에 실린 리듬과 심지어 악기 소리까지 보현이 내는 소리로 만들었어요. 보현의 소리에서 DNA를 뽑아내, 노래에 남겨두고 싶었다고 할까요. 그 외에도 우리가 함께 한 여러 장소에서 소리를 녹음해와서 음악에 썼고요. 무엇보다 <콜라비 콘체르토>는 보현 작곡, 루시드폴 편곡이기도 합니다. 보현이 콜라비를 먹는 소리를 제가 다듬어서 만든 곡이거든요. 요즘 가끔 보현에게도 묻곤 합니다. 이제 신곡 발표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요. 보현은 <육회비빔밥>이란 신곡을 만들고 싶다나...요.
이예준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yejoon.e
그동안 깊게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반려동물들이 저에게 주는 위로와 무조건적인 사랑이 정말 크다는 걸 최근 들어 느끼고 있어요. 밖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든 일을 겪어도 집에 딱 들어가는 순간 모든 것을 다 잊게 될 만큼이요. 그래서 예전에는 ‘벨라’까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반려견을 더 이상 못 키우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잘 보내줄 수만 있다면 쉬지 않고 돌보는 게 저에게도 좋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요.
유기묘 쉼터에 후원을 한 걸로 칭찬을 참 많이 받았어요. 좀 쑥스럽더라고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또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거든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제가 그 돈을 쓸 때 가치보다 쉼터에서 쓰일 때의 가치가 몇 배는 더 클 것 같아서 고민이 많이 되지 않았어요. 그냥 제가 조금 더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고양이와의 인연은 10년이 넘었어요. 작업실에서 밥을 챙겨주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는데요. 임신을 했다가 어느 날 홀쭉해져서 왔더라고요. 새끼를 낳았겠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얼마 후 그 고양이가 로드킬을 당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렇다면 새끼들은 어디에 있을까 주변을 찾아 헤맸죠. 나흘 째 되던 날 새끼 5마리를 발견해서 데려왔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다음날 다시 갔더니 한 마리가 더 있더라고요. 모든 게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내가 다시 가보지 않았다면 덩그러니 있다가 굶어 죽었을 텐데, 제 촉에 감사하면서 6마리가 입양 갈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초유를 먹이면서 키웠어요. 그때부터 제 인생에 고양이가 꼬이기 시작했어요. 언젠가는 저희 집 앞에 새끼 고양이가 동네 떠나가라 울고 있어서 가 봤더니, 탯줄도 안 끊어진 새끼가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정말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 갈 길을 잘 가는 가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모든 사람이 다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고, 제가 그렇게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를 가졌다는 게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허클베리핀
금성처럼 뜨거워지는 지구
@band__huckleberryfinn
환경 문제에 관한 곡 <금성>, <비처럼>을 소개해 주세요. 2022년에 발표한 정규 7집 앨범에 처음으로 환경을 주제로 다룬 노래가 포함되어 있는데, <금성>과 <비처럼>이 그것입니다. <금성>은 지구 온난화 문제, 기후위기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언제부터인지 뉴스에서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자연재해가 벌어지는 것을 보게 되면서 노래로 다루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990년대에도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고, 그때에도 더 늦기 전에 지구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도 막연한 관심만 있었는데 우연히 지금은 돌아가신 영국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인터뷰를 읽다가 한 문장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호킹 박사는 ‘만일 지구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지구의 표면 온도가 금성처럼 수백 도에 달할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는 그 말이 과장처럼 들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금성의 가사에 나오는 ‘지금 타고 있어. 지구는 금성처럼 타고 있어. 우리는 길을 걷고 있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어’라는 후렴 가사를 쓰게 됐습니다. 그리고 제가 충격을 받았듯이 다른 분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면 많은 사람들이 지금처럼 행동하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특히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고 나만 잘살면 되는 그런 세상은 없다는 것을, 지구도 지구 위의 모든 생명체도 다 긴밀히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로 ‘우리는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모두가 연결됐어. 지금 이 순간들이 너와 나와의 마지막이 아니라 말을 해줘’라는 가사를 쓰게 됐습니다.
<비처럼>은 기후위기 문제를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하게 표현하고 싶어서 만들게 된 노래입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미세 먼지나 대기오염 같은 단어가 생소했어요. 비를 맞고 다니는 것도 거리낌이 없었죠. 그런데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숨을 쉬는 것도 공기청정기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마스크 착용도 일상화가 됐습니다. 이런 것들이 모두 개발, 경제, 부와 같은 것들만 바라보고 달려온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구가 인간이 어떤 짓을 해도 무조건 받아주기만 할 거라는 믿는 것이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지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저부터도 많은 반성을 하게 됐고 생활 속에서 쓰레기 줍기나 분리수거등 작은 실천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 하고 있습니다. 저희 다른 멤버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어서 작업실에서도 분리수거는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노래 <비처럼>은 오래전 학창 시절에 소나기를 맞고 흠뻑 젖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느꼈던 뜻밖의 상쾌함과 그날 버스정류장에서 우연히 들었던 김현식의 ‘비처럼 음악처럼’을 소재로 앞서 말했던 대기오염에 관해 가사를 썼습니다. ‘이제는 숨 쉬기 위해 많은 게 필요해졌어. 이 모두 우리의 끝없는 욕망이 만든 것’이라는 가사를 쓰게 된 것도 그날 비를 맞으면서도 대기에 오염물질이 그렇게 많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모두가 집에 하나씩 두고 있는 공기청정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이게 언제부터 필요했나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고, 공기라도 깨끗한 사회, 그래서 모두 차별없이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들게 된 노래입니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29 ‘MUSICIANS ACT’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29 JUL AUG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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