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인공지능
기술문명의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인공지능의 출현은 세상을 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빠른 변화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인간의 생활과 문화를 다양하게 바꿔나가고 있는 이 신문물은 지구의 미래와 이 별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의 운명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과학과 문명은 인류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며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런 혜택이 과연 자연과 동물들에게까지 골고루 미쳤는지, 그리고 이제 이 놀라운 기술문명이 지속적으로 인류의 발전을 도울 것인지를 진지하고 냉철하게 성찰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발전을 거듭한 인공지능기술이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 실용화된 것은 최근이지만 벌써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 환경과 관련된 인공지능 분야 역시 도입되고 있다. 야생동물의 활동을 추적하고 기록, 분석하여 생태계를 연구, 관찰하고 축산업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고자 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동물과의 의사소통 연구나 미디어아트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동물 관련 작품 제작까지 활발하다. 인공지능 기술이 동물과 관련 산업 전반에 이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동물권이 향상되고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기술의미래는 동물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까?
야생동물 모니터링
7개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협력해 구축한 ‘와일드라이프 인사이트(Wildlife Insights)’는 이렇게 수집되는 야생동물 이미지들을 통합하는 플랫폼으로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는 카메라 트랩 이미지들을 클라우드에 모아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으로 분석하고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도록 한다. 일단 의미 있는 이미지를 골라내고 한차례 걸러진 이미지는 어떤 동물이 찍혔는지 전 세계에 서식하는 천 여개 종을 기준으로 다시 한번 분류된다. 동물 종뿐 아니라 개체수와 성별 등의 정보도 추출되며 촬영 시간과 위치 등 메타데이터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록해 대규모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야생동물 개체군 변화와 서식지 패턴 등을 파악할 수 있고,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멸종위기종 보호 정책 수립과 서식지 관리가 가능하다.
모니터링을 넘어 야생동물에 대한 좀 더 실질적인 솔루션을 위해 인공지능이 활용된 사례도 있다. 야생동물 밀렵 예방을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 ‘PAWS(Protection Assistant for Wildlife Security)’는 밀렵 위험 지역을 예측하는 모델이다. 야생동물 보호 지역에 대한 기본 정보와 이전 순찰 정보, 과거 밀렵꾼들의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고 게임이론 등을 통합해 밀렵꾼의 행동 모델을 만들어 잠재적인 밀렵 위치를 도출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순찰 경로를 설계하고, 제한된 인력을 전략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 PAWS를 도입한 곳에서 밀렵이 크게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어, 데이터 기반의 예측 모델이 야생동물 보호에 실질적인 기여를 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스마트 축산
동물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은 축산업 분야에서 먼저 발전했다. 각종 센서를 활용해 농장동물과 축사의 상태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련의 방식을 칭하는 것으로 ‘정밀축산(PLF, Precision Livestock Farming)’ 분야가 등장했고, 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보편화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축산’이라는 용어가 더 많이 쓰이는데, 스마트축산이 원격제어에 무게를 두고 확산이 됐다면 PLF는 개별 동물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관리에 좀 더 초점이 있다.
근본적으로 동물을 착취하는 축산업이 동물의 복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펼치는 기술과 정책에 대해 어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런 기술이 농장동물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동물복지 개선’이 PLF의 주요 목표라고 하지만, 동물복지에 초점을 맞춘 PLF 기술이 실제 채택되고 상용화되는 경우는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들은 무엇보다 농장 근로자와 동물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걱정한다. 동물의 상태를 직접 관찰하며 이해하려는 노력은 더 이상 필요 없어지고, 같은 ‘생명’으로 공감하고 유대감을 쌓을 일말의 기회도 모두 사라지게 된다.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존하며 동물을 더욱 도구화, 대상화하는 쪽으로 관점이 강화될 수도 있다. 또 이런 기술 발달에 힘입어 더욱 손쉽고 저렴하게 많은 가축을 사육할 수 있게 되는 것 역시 공장식 축산의 가장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점이다. 농장 규모가 초대형화, 집약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 효율성과 수익성, 노동력 절감이 최우선인 업계의 논리에서 더 나은 동물의 삶을 얘기하는 건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한 일이다.
동물 의사소통 분석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동물 행동과 인지 연구의 지평이 비약적으로 넓어졌다. 동물의 움직임, 표정, 소리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도구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동물의 습성과 소통 방식에 대해 더욱 풍부한 통찰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동물에 대한 연구 대부분은 연구자 개인의 관찰과 기록, 직관에 의존해 왔다. 물론 의미 있는 성과도 많았고, 유의미한 패턴을 포착하려는 시도 자체도 가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한계였다.
우리가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고, 나아가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을 통한 동물 의사소통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 ‘지구 종 프로젝트(ESP, Earth Species Project)’는 ‘자연어 처리 분야의 성장이 이제 비인간 동물의 영역으로 확장될 차례’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생물학과 기계학습 등 여러 분야의 파트너들과 함께 동물과의 의사소통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단순 ‘소통’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궁극적인 바람은 지구 생물들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더욱 고취시키는 것,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다. 그들은 우리가 비인간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면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올까? 그저 희망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이런 연구의 성과가 동물을 통제하고 착취하는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가 함께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디어 아트
interview | 데이터/AI/미디어 아티스트 민세희
현재 인공지능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엔비디아(NVIDIA)’ CEO 젠슨 황이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5년 안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이라 얘기했다. 사람들은 일반적인 인간의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고, 더 나아가서 인간보다 뛰어나면서도 우리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길 원한다. 발전 속도를 보면 인간을 닮아가는 것을 넘어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머지않아 나올 것 같다. 'OpenAI'의 'GPT'를 비롯해 언어 생성 모델은 이미 고차원적인 언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앤트로픽’에서 공개한 ‘클로드(Claude) 3’를 사용해 보면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사고를 같이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 런칭한 게 이 정도라면 곧 훨씬 더 정교해질 것이다.
작년에는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이 많이 주목을 받았고 보편화됐다. 창작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깊숙하게 들어온 것 같다. ‘인공지능을 통해 창작이 가능해졌다’라는 것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창작에 대해 그동안 너무 과한 평가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창작을 인간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라 여겼었는데 사실 알고 보면 다 패턴을 기반으로, 학습을 통해 가능한 일이었던 셈이다. 창작에 부여해 온 가치가 다 허상은 아니었을까.
인공지능 기술을 동물에게 좋은 방향으로 쓴다면 어떤 게 가능할까? 예를 들어,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을 보면서 이렇게 쉽게 동물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면 굳이 동물을 괴롭혀 가며 촬영을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을 촬영하는 산업 자체가 아예 없어질 수도 있겠다. 결국 효율성의 문제인데, 모든 기술은 단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고 동물을 촬영하는 것보다 이미지나 비디오를 생성하는 게 더 저렴해진다면 대체가 될 것이다. 또 동물에 대한 경험, 필요한 지식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동물에 대한 학대 사건, 어느 지점에서 얼마나 많이 로드킬이 발생하는지 등 사회적인 이슈를 재현해 볼 수도 있다. 그냥 기사나 데이터를 보고 머릿속에서 상상하게 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모습으로 시각화를 해서 보여주면 훨씬 경각심을 줄 수 있을 테니까. 또 미래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환경 변화에 따라 동물이 어떻게 생존하게 될지 미리 살펴볼 수도 있겠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27 ‘ANIMALS & TECHNOLOG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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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인공지능
기술문명의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가운데 인공지능의 출현은 세상을 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빠른 변화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인간의 생활과 문화를 다양하게 바꿔나가고 있는 이 신문물은 지구의 미래와 이 별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의 운명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과학과 문명은 인류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키며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그런 혜택이 과연 자연과 동물들에게까지 골고루 미쳤는지, 그리고 이제 이 놀라운 기술문명이 지속적으로 인류의 발전을 도울 것인지를 진지하고 냉철하게 성찰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발전을 거듭한 인공지능기술이 우리의 생활 전반에 걸쳐 실용화된 것은 최근이지만 벌써부터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 환경과 관련된 인공지능 분야 역시 도입되고 있다. 야생동물의 활동을 추적하고 기록, 분석하여 생태계를 연구, 관찰하고 축산업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생산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고자 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동물과의 의사소통 연구나 미디어아트 분야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 동물 관련 작품 제작까지 활발하다. 인공지능 기술이 동물과 관련 산업 전반에 이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동물권이 향상되고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기술의미래는 동물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까?
야생동물 모니터링
7개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협력해 구축한 ‘와일드라이프 인사이트(Wildlife Insights)’는 이렇게 수집되는 야생동물 이미지들을 통합하는 플랫폼으로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는 카메라 트랩 이미지들을 클라우드에 모아 인공지능을 통해 자동으로 분석하고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도록 한다. 일단 의미 있는 이미지를 골라내고 한차례 걸러진 이미지는 어떤 동물이 찍혔는지 전 세계에 서식하는 천 여개 종을 기준으로 다시 한번 분류된다. 동물 종뿐 아니라 개체수와 성별 등의 정보도 추출되며 촬영 시간과 위치 등 메타데이터를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록해 대규모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게 한다. 이를 통해 전 지구적 차원에서 야생동물 개체군 변화와 서식지 패턴 등을 파악할 수 있고,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멸종위기종 보호 정책 수립과 서식지 관리가 가능하다.
모니터링을 넘어 야생동물에 대한 좀 더 실질적인 솔루션을 위해 인공지능이 활용된 사례도 있다. 야생동물 밀렵 예방을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 ‘PAWS(Protection Assistant for Wildlife Security)’는 밀렵 위험 지역을 예측하는 모델이다. 야생동물 보호 지역에 대한 기본 정보와 이전 순찰 정보, 과거 밀렵꾼들의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고 게임이론 등을 통합해 밀렵꾼의 행동 모델을 만들어 잠재적인 밀렵 위치를 도출한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순찰 경로를 설계하고, 제한된 인력을 전략적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 PAWS를 도입한 곳에서 밀렵이 크게 감소하는 성과를 거두어, 데이터 기반의 예측 모델이 야생동물 보호에 실질적인 기여를 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스마트 축산
동물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술은 축산업 분야에서 먼저 발전했다. 각종 센서를 활용해 농장동물과 축사의 상태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일련의 방식을 칭하는 것으로 ‘정밀축산(PLF, Precision Livestock Farming)’ 분야가 등장했고, 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보편화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축산’이라는 용어가 더 많이 쓰이는데, 스마트축산이 원격제어에 무게를 두고 확산이 됐다면 PLF는 개별 동물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관리에 좀 더 초점이 있다.
근본적으로 동물을 착취하는 축산업이 동물의 복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펼치는 기술과 정책에 대해 어떤 전문가들은 오히려 이런 기술이 농장동물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동물복지 개선’이 PLF의 주요 목표라고 하지만, 동물복지에 초점을 맞춘 PLF 기술이 실제 채택되고 상용화되는 경우는 없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들은 무엇보다 농장 근로자와 동물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걱정한다. 동물의 상태를 직접 관찰하며 이해하려는 노력은 더 이상 필요 없어지고, 같은 ‘생명’으로 공감하고 유대감을 쌓을 일말의 기회도 모두 사라지게 된다.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존하며 동물을 더욱 도구화, 대상화하는 쪽으로 관점이 강화될 수도 있다. 또 이런 기술 발달에 힘입어 더욱 손쉽고 저렴하게 많은 가축을 사육할 수 있게 되는 것 역시 공장식 축산의 가장 근본적이고 심각한 문제점이다. 농장 규모가 초대형화, 집약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 효율성과 수익성, 노동력 절감이 최우선인 업계의 논리에서 더 나은 동물의 삶을 얘기하는 건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한 일이다.
동물 의사소통 분석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동물 행동과 인지 연구의 지평이 비약적으로 넓어졌다. 동물의 움직임, 표정, 소리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도구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동물의 습성과 소통 방식에 대해 더욱 풍부한 통찰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동물에 대한 연구 대부분은 연구자 개인의 관찰과 기록, 직관에 의존해 왔다. 물론 의미 있는 성과도 많았고, 유의미한 패턴을 포착하려는 시도 자체도 가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무시할 수 없는 한계였다.
우리가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고, 나아가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인공지능을 통한 동물 의사소통 연구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 ‘지구 종 프로젝트(ESP, Earth Species Project)’는 ‘자연어 처리 분야의 성장이 이제 비인간 동물의 영역으로 확장될 차례’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생물학과 기계학습 등 여러 분야의 파트너들과 함께 동물과의 의사소통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목표는 단순 ‘소통’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의 궁극적인 바람은 지구 생물들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더욱 고취시키는 것,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다. 그들은 우리가 비인간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게 된다면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과연 그들이 꿈꾸는 세상이 올까? 그저 희망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이런 연구의 성과가 동물을 통제하고 착취하는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가 함께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디어 아트
interview | 데이터/AI/미디어 아티스트 민세희
현재 인공지능 발전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엔비디아(NVIDIA)’ CEO 젠슨 황이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5년 안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것’이라 얘기했다. 사람들은 일반적인 인간의 사고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고, 더 나아가서 인간보다 뛰어나면서도 우리 인간이 컨트롤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만들길 원한다. 발전 속도를 보면 인간을 닮아가는 것을 넘어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머지않아 나올 것 같다. 'OpenAI'의 'GPT'를 비롯해 언어 생성 모델은 이미 고차원적인 언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앤트로픽’에서 공개한 ‘클로드(Claude) 3’를 사용해 보면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사고를 같이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 런칭한 게 이 정도라면 곧 훨씬 더 정교해질 것이다.
작년에는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이 많이 주목을 받았고 보편화됐다. 창작의 영역까지 인공지능이 깊숙하게 들어온 것 같다. ‘인공지능을 통해 창작이 가능해졌다’라는 것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창작에 대해 그동안 너무 과한 평가를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창작을 인간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능력이라 여겼었는데 사실 알고 보면 다 패턴을 기반으로, 학습을 통해 가능한 일이었던 셈이다. 창작에 부여해 온 가치가 다 허상은 아니었을까.
인공지능 기술을 동물에게 좋은 방향으로 쓴다면 어떤 게 가능할까? 예를 들어,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을 보면서 이렇게 쉽게 동물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면 굳이 동물을 괴롭혀 가며 촬영을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을 촬영하는 산업 자체가 아예 없어질 수도 있겠다. 결국 효율성의 문제인데, 모든 기술은 단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고 동물을 촬영하는 것보다 이미지나 비디오를 생성하는 게 더 저렴해진다면 대체가 될 것이다. 또 동물에 대한 경험, 필요한 지식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동물에 대한 학대 사건, 어느 지점에서 얼마나 많이 로드킬이 발생하는지 등 사회적인 이슈를 재현해 볼 수도 있다. 그냥 기사나 데이터를 보고 머릿속에서 상상하게 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모습으로 시각화를 해서 보여주면 훨씬 경각심을 줄 수 있을 테니까. 또 미래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환경 변화에 따라 동물이 어떻게 생존하게 될지 미리 살펴볼 수도 있겠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27 ‘ANIMALS & TECHNOLOG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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