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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Dyrevernalliansen 방문기

오슬로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건물의 작은 벨을 눌렀다. 조금 외진 곳이라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이 든 순간 단체의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는 리바가 수줍게 웃는 얼굴로 일행을 반겨줬다. 작은 공간이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열기로 가득한 단체의 사무실에서 오보이!와 Dyrevernalliansen는 옛적에 헤어진 동료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기쁜 대화를 시작했다. 

리바가 내어준 비건 쿠키를 앞에 놓고 우리는 양국의 동물 복지 현황과 다양한 동물권 문제에 대해서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얘기를 나눴다. 리바는 변호사 직업을 따로 가지고 있고 단체를 함께 이끄는 그의 남편 역시 다른 직업이 있지만 Dyrevernalliansen의 일을 하고 있다. 리바는 바로 얼마전 한국에서 개식용 종식법이 통과된 기쁘고 벅찬 소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노르웨이에도 반려동물은 물론 농장동물과 다양한 야생동물들에 대한 이슈가 산재해 있었고 Dyrevernallianse는 다른 노르웨이의 동물보호단체들과 마찬가지로 동물들의 행복을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다르고 인상적이다라고 느낀 것은 동물구조와 보호소 운영을 함께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동물보호운동 현실과는 다르게 이들은 작은 사무실을 하나 두고 주로 입법과 캠페인, 여론 조성에 중점적으로 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중요한 과제에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노르웨이의 동물보호운동 환경이 조금 부럽기도 했지만 동물보호단체에 방문해서 고양이 한마리도 만나지 못한 것에 아주 약간의 섭섭함, 우리의 동물보호 운동이 조금 더 체계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동시에 느껴졌다. 동물보호단체, 동물보호소(쉘터)는 엄연히 다른 기능을 하는 다른 주체라는 것이 당연하게 인식되는 것도 우리의 동물권 운동이 한단계 발전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리바는 계속해서 농장동물, 반려동물, 야생동물 등 다양한 동물들의 복지를 위해 단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연어 산업의 어두운 일면, 무지막지하게 쓰여지는 항생제와 각종 약품들, 양식 연어들이 당하는 고통과 그런 최악의 환경에서 살다가 제품이 된 연어를 왜 소비하면 안되는지, 우리의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이지에 대해 얘기했다. 노르웨이 정부가 운영하는 국부펀드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이어졌다. 가히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이 운영되는 국부펀드가 대외적으로는 지구 환경과 노르웨이의 자연을 지키고자 함을 강조하면서 정작 펀드가 투자하는 사업은 국가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가장 후진적이며 자연을 돌보지 않는 중국의 사업체들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고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야기는 점점 길어졌고 궁금한 건 줄지 않았지만 무턱대고 앉아서 그들의 시간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SNS메시지로 보낸 두서없는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해준 리바에게 감사의 인사를 끝으로 기념촬영 후 단체 건물을 나왔다. 항상 어느 나라의 동물보호단체를 가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공통점은 서로를 신뢰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이번 방문 역시 노르웨이 방문 일정 중 가장 마음 따뜻해지고 감사한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다.



‘어떤 동물도 고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비전으로 공장식 축산업과 양식업, 모피산업, 동물실험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동하는 동물보호단체인 Dyrevernalliansen는 ‘동물보호’와 ‘동맹’을 합친 표현으로 2001년 설립 이후 각종 동물 관련 이슈를 정치 의제로 끌어올리고 산업계에 요구사항을 전달하며 노르웨이의 동물복지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에 기여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는 노르웨이의 ‘모피 생산 종식’이다. Dyrevernalliansen는 단체 설립 직후부터 모피 농장의 모니터링하며 참혹한 현실을 알렸고, 여러 패션 브랜드와 유명인, 정치권과 20년 가까이 목소리를 낸 끝에 2019년 모피 목적의 동물 사육을 금지하는 법 제정을 이끌었다. 2023년 초 노르웨이에 남아있던 800여 개의 모피 농장은 모두 문을 닫았고, 현재 모피 수입까지 규제하기 위해 노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선도적이라 평가받는 노르웨이의 ‘동물경찰’ 제도도 이 단체가 주력해 온 부분 중 하나다. 동물경찰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일부 지역의 시범 운영 끝에 2021년 노르웨이 전국으로 확대됐다. Dyrevernalliansen는 그동안 동물 학대에 대한 수사가 소홀히 이뤄지고 처벌 수준 또한 낮다는 점을 꾸준히 짚으며 동물경찰 도입에 앞장섰고, 동물학대가 주요한 사회 문제로 다뤄지도록 애써왔다. 동물경찰의 인력과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남은 과제다. 

최근 Dyrevernalliansen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주제는 양식 어류의 복지 문제다. 노르웨이는 세계 최대 연어 생산국으로 연어를 포함한 어류 양식업이 매우 발달한 나라다. Dyrevernalliansen는 노르웨이에서 매년 막대한 양의 어류가 도살되고 있다는 점뿐 아니라 밀집 사육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각종 질병으로 5마리 중 1마리 꼴이 폐사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친환경’ 양식업이라는 명분 아래 연어의 기생충을 잡아먹는 용도로만 쓰이고 버려지는 ‘청소 물고기’ 사용이 급증하고 있는 점과 높은 사망률 또한 주요 문제로 꼽는다. dyrevern.no




* 기사 전문은 OhBoy! No.126 ‘PURE & CLEAN NORWA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26 JAN FEB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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