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 영화평론가, 캣대디, 그리고 진지한 우주덕후 김도훈
내가 가장 사랑하는 두 가지를 꼽으라면 동물과 우주다. 사람은 아니다. 사람이 아닌 이유는 독자들도 각각의 이유로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사람은 배신한다.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 우주도 배신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 자리에 우리를 감싸고 존재한다. 나는 콧물 흘리던 꼬맹이 시절부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바이블처럼 갖고 다니며 동네 개들에게 소시지를 주고 놀았던 우주광이자 동물광이다. 일론 머스크가 우주로 뭘 자꾸 쏜다. 뭘 쏘는 김에 화성 극지방 지하에 사는 새로운 동물이라도 좀 발견해 주면 좋겠다. 그렇다고 일론 머스크를 지지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정치 이야기는 머리 아프니 여기까지 하겠다. 동물은 좋아하지만 우주는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이 페이지를 바친다.
우주와 ‘귀여운’ 동물을 동시에 좋아하는 당신을 위한 SF영화 5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2012) 디즈니가 역사상 최고 제작비를 들인 영화 중 하나다. 픽사의 걸작 <니모를 찾아서>와 <월-E>의 앤드류 스탠턴이 처음 연출한 실사 SF영화다. 망했다. 영화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잃은 영화가 됐다. 부당한 일이다. 누구도 극장에서 보지 않은 이 영화는 사실 꽤 재미있다. 게다가 거대한 도마뱀처럼 생긴 주제에 개처럼 구는 반려동물 ‘울라’는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아이들과 함께 보시길 권한다.
<장강 7호>(2008) 주성치가 만들면 뭐든 웃긴다. <장강 7호>는 좀 다르다. 주성치는 중국판 디즈니 영화 같은 걸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가난한 부자가 길 잃은 외계 반려동물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 영화는 웃음보다는 눈물범벅이다. 게다가 뭔가를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 ‘장강 7호’는 너무 귀엽게 디자인을 한 나머지 현실감이 좀 부족한데, 아니, 외계 반려동물이 귀여우면 됐지 내가 뭘 바라고 있는 건가 싶다.
<우주에서 온 고양이>(1978) 그렇다. 세상에는 이런 영화도 존재한다. 디즈니가 1978년에 만든 저예산 SF영화 <우주에서 온 고양이>다. 고양이 행성에서 온 고양이 외계인의 우주선이 지구에 추락하면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디즈니 영화다. 텔레파시로 말을 하는 고양이 외계인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고양이는 외계에서 온 생명체라는 음모이론을 믿게 되고야 만다. 한국에서 찾기 힘든 영화였는데 디즈니 플러스에 있다!

<릴로와 스티치>(2002) 디즈니는 좀처럼 우주로 나아가지 않는다. 예외가 있다면 <릴로와 스티치>다. 말썽꾸러기 반려동물을 외계인으로 형상화시킨 스티치는 디즈니가 지금껏 창조한 가장 근사한 우주 동물의 반열에 올라야 마땅하다. 올해는 실사 영화가 개봉한다. 자꾸 과거 걸작들을 실사화하는 게 마뜩잖긴 하다. 그래도 스티치의 귀여움을 CG로 재창조한 예고편은 꼭 보시길 바란다.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2017) 조지 루카스는 귀여운 동물에 별로 관심이 없다. 메카닉과 괴물을 더 사랑하는 양반이다.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사자마자 나는 예상했다. 굿즈로 상품화할 귀여운 동물이 등장하리라고 말이다. 결국 나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사는 섬의 ‘포그’다. 햄스터에 날개를 붙여놓은 듯한 이 동물은 상업성에 목을 매는 디즈니의 야심작이다. 뭐, 귀여우니 용서한다.

우주와 동물을 좋아하는
당신을 위한 SF 소설 3 + 1
<로캐넌의 세계> 노벨문학상을 받을 최초의 SF 소설가는 누가 될까? 대답은 언제나 여성 작가 어슐러 K. 르 귄이다. 항상 권하는 작품은 <어둠의 왼손>이지만 여기서는 <로캐넌의 세계>가 되어야 한다. 주인공의 탈 것이자 친구같은 존재인 안살리가 등장하는 덕이다. 크고 날개 달린 지적인 고양이를 상상해 보시라. 정교하게 설계된 외계 생태계 속에서 인간과 안살리가 나누는 유대감은 정말이지 문학적으로 아름답다.
<스타타이드 라이징> 데이비드 브린의 이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주인공은 사실 인간이 아니다.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돌고래다. 유전자 조작으로 진화가 촉진된 돌고래들이 우주선도 조종하고 인간과 함께 외계인들과 싸운다는 이야기다. 지능이란 무엇인가. 진화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 곁에 있는 지능 높은 동물들이 진화한다면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그 모든 질문에 대한 극도로 엔터테이닝한 답변이다.
<블라인드사이트> 사실 이걸 소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망설였다.독자 여러분이 즐겨 읽는 소프트 SF가 아니라 그야말로 온갖 과학적 개념이 마구 쏟아지는 하드 SF라 그렇다. 작가 피터 와츠는 갑각류를 닮은 외계 지능체 ‘스크램블러’를 통해 인간이 도저히 의도를 해석할 수 없는 이질적인 생명체와의 교류를 탐구한다. 귀여운 동물은 아니지만, 우주에 그렇게 귀여운 동물이 많을 수는 없다. 하여튼 어려운 책이다. 도전하라.
그리고 <작은 친구들의 행성> 한번 생각해 보시라. 인류가 다른 행성을 개척하는 시대는 결국 오고야 말 것이다. 어떤 행성은 무시무시하고 지능이 낮은 괴물들로 가득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행성은 어럽쇼, 너무너무 귀여운 고양이를 더욱 귀엽게 빚어낸 것 같은 보송보송한 털로 뒤덮인 작은 동물들로 가득할지도 모른다. 이 동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지구에서 엄청난 가격으로 판매되는 광물이라면? 지구 대기업들은 동물들을 모조리 제거하길 원할 것이다. 그게 바로 지금 인도네시아 정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오랑우탄은 똑똑한 동물인가? 지능이 조금 약한 인간인가? 우리 인간은 오랑우탄이 그냥 동물이라고 결정해 버렸다. 그편이 편하기 때문이다. 존 스칼지의 <작은 친구들의 행성>이 바로 그런 이야기다. 고양이 같은 작은 동물 ‘보송이’는 행성 개발의 걸림돌이다. 돈에 눈먼 인간들에게 보송이는 그냥 동물일 뿐이다. 그러나 주인공 잭은 그들이 나름의 언어 체계까지 가진 지능적인 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첫 보송이가 살해당하자 변호사 출신인 잭은 거대 기업에 맞서 법정 싸움을 시작한다. 그에게는 보송이가 지성체라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거대 기업은 보송이가 그저 귀여운 동물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해야만 한다. <작은 친구들의 행성>을 보기 위해서는 SF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는 필요하지 않다. 동물권과 인권에 대한 관심만 있으면 충분하다. 나는 당신이 SF 장르의 탈을 쓴 가장 멋진 동물권에 대한 이 우화를 꼭 보시길 바란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당신 옆에 있는 보송보송한 지구 보송이를 껴안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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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영화평론가, 캣대디, 그리고 진지한 우주덕후 김도훈
내가 가장 사랑하는 두 가지를 꼽으라면 동물과 우주다. 사람은 아니다. 사람이 아닌 이유는 독자들도 각각의 이유로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사람은 배신한다.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 우주도 배신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 자리에 우리를 감싸고 존재한다. 나는 콧물 흘리던 꼬맹이 시절부터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바이블처럼 갖고 다니며 동네 개들에게 소시지를 주고 놀았던 우주광이자 동물광이다. 일론 머스크가 우주로 뭘 자꾸 쏜다. 뭘 쏘는 김에 화성 극지방 지하에 사는 새로운 동물이라도 좀 발견해 주면 좋겠다. 그렇다고 일론 머스크를 지지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정치 이야기는 머리 아프니 여기까지 하겠다. 동물은 좋아하지만 우주는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이 페이지를 바친다.
우주와 ‘귀여운’ 동물을 동시에 좋아하는 당신을 위한 SF영화 5
<존 카터 : 바숨 전쟁의 서막>(2012) 디즈니가 역사상 최고 제작비를 들인 영화 중 하나다. 픽사의 걸작 <니모를 찾아서>와 <월-E>의 앤드류 스탠턴이 처음 연출한 실사 SF영화다. 망했다. 영화 역사상 가장 돈을 많이 잃은 영화가 됐다. 부당한 일이다. 누구도 극장에서 보지 않은 이 영화는 사실 꽤 재미있다. 게다가 거대한 도마뱀처럼 생긴 주제에 개처럼 구는 반려동물 ‘울라’는 사랑스럽기 짝이 없다. 아이들과 함께 보시길 권한다.
<장강 7호>(2008) 주성치가 만들면 뭐든 웃긴다. <장강 7호>는 좀 다르다. 주성치는 중국판 디즈니 영화 같은 걸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가난한 부자가 길 잃은 외계 반려동물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 영화는 웃음보다는 눈물범벅이다. 게다가 뭔가를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 ‘장강 7호’는 너무 귀엽게 디자인을 한 나머지 현실감이 좀 부족한데, 아니, 외계 반려동물이 귀여우면 됐지 내가 뭘 바라고 있는 건가 싶다.
<우주에서 온 고양이>(1978) 그렇다. 세상에는 이런 영화도 존재한다. 디즈니가 1978년에 만든 저예산 SF영화 <우주에서 온 고양이>다. 고양이 행성에서 온 고양이 외계인의 우주선이 지구에 추락하면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디즈니 영화다. 텔레파시로 말을 하는 고양이 외계인을 보고 있노라면 사실 고양이는 외계에서 온 생명체라는 음모이론을 믿게 되고야 만다. 한국에서 찾기 힘든 영화였는데 디즈니 플러스에 있다!
<릴로와 스티치>(2002) 디즈니는 좀처럼 우주로 나아가지 않는다. 예외가 있다면 <릴로와 스티치>다. 말썽꾸러기 반려동물을 외계인으로 형상화시킨 스티치는 디즈니가 지금껏 창조한 가장 근사한 우주 동물의 반열에 올라야 마땅하다. 올해는 실사 영화가 개봉한다. 자꾸 과거 걸작들을 실사화하는 게 마뜩잖긴 하다. 그래도 스티치의 귀여움을 CG로 재창조한 예고편은 꼭 보시길 바란다.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2017) 조지 루카스는 귀여운 동물에 별로 관심이 없다. 메카닉과 괴물을 더 사랑하는 양반이다. 디즈니가 루카스 필름을 사자마자 나는 예상했다. 굿즈로 상품화할 귀여운 동물이 등장하리라고 말이다. 결국 나의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사는 섬의 ‘포그’다. 햄스터에 날개를 붙여놓은 듯한 이 동물은 상업성에 목을 매는 디즈니의 야심작이다. 뭐, 귀여우니 용서한다.
우주와 동물을 좋아하는 당신을 위한 SF 소설 3 + 1
<로캐넌의 세계> 노벨문학상을 받을 최초의 SF 소설가는 누가 될까? 대답은 언제나 여성 작가 어슐러 K. 르 귄이다. 항상 권하는 작품은 <어둠의 왼손>이지만 여기서는 <로캐넌의 세계>가 되어야 한다. 주인공의 탈 것이자 친구같은 존재인 안살리가 등장하는 덕이다. 크고 날개 달린 지적인 고양이를 상상해 보시라. 정교하게 설계된 외계 생태계 속에서 인간과 안살리가 나누는 유대감은 정말이지 문학적으로 아름답다.
<스타타이드 라이징> 데이비드 브린의 이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주인공은 사실 인간이 아니다.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돌고래다. 유전자 조작으로 진화가 촉진된 돌고래들이 우주선도 조종하고 인간과 함께 외계인들과 싸운다는 이야기다. 지능이란 무엇인가. 진화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 곁에 있는 지능 높은 동물들이 진화한다면 어떤 존재가 될 것인가. 그 모든 질문에 대한 극도로 엔터테이닝한 답변이다.
<블라인드사이트> 사실 이걸 소개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망설였다.독자 여러분이 즐겨 읽는 소프트 SF가 아니라 그야말로 온갖 과학적 개념이 마구 쏟아지는 하드 SF라 그렇다. 작가 피터 와츠는 갑각류를 닮은 외계 지능체 ‘스크램블러’를 통해 인간이 도저히 의도를 해석할 수 없는 이질적인 생명체와의 교류를 탐구한다. 귀여운 동물은 아니지만, 우주에 그렇게 귀여운 동물이 많을 수는 없다. 하여튼 어려운 책이다. 도전하라.
그리고 <작은 친구들의 행성> 한번 생각해 보시라. 인류가 다른 행성을 개척하는 시대는 결국 오고야 말 것이다. 어떤 행성은 무시무시하고 지능이 낮은 괴물들로 가득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행성은 어럽쇼, 너무너무 귀여운 고양이를 더욱 귀엽게 빚어낸 것 같은 보송보송한 털로 뒤덮인 작은 동물들로 가득할지도 모른다. 이 동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 지구에서 엄청난 가격으로 판매되는 광물이라면? 지구 대기업들은 동물들을 모조리 제거하길 원할 것이다. 그게 바로 지금 인도네시아 정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오랑우탄은 똑똑한 동물인가? 지능이 조금 약한 인간인가? 우리 인간은 오랑우탄이 그냥 동물이라고 결정해 버렸다. 그편이 편하기 때문이다. 존 스칼지의 <작은 친구들의 행성>이 바로 그런 이야기다. 고양이 같은 작은 동물 ‘보송이’는 행성 개발의 걸림돌이다. 돈에 눈먼 인간들에게 보송이는 그냥 동물일 뿐이다. 그러나 주인공 잭은 그들이 나름의 언어 체계까지 가진 지능적인 생명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첫 보송이가 살해당하자 변호사 출신인 잭은 거대 기업에 맞서 법정 싸움을 시작한다. 그에게는 보송이가 지성체라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거대 기업은 보송이가 그저 귀여운 동물에 불과하다는 걸 증명해야만 한다. <작은 친구들의 행성>을 보기 위해서는 SF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는 필요하지 않다. 동물권과 인권에 대한 관심만 있으면 충분하다. 나는 당신이 SF 장르의 탈을 쓴 가장 멋진 동물권에 대한 이 우화를 꼭 보시길 바란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당신 옆에 있는 보송보송한 지구 보송이를 껴안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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