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르른 내일의 초상 | 김푸름
김푸름은 마치 그가 참여 한 영화의 주인공처럼
외계인이 되어 막 도착한 별에 내려섰다.
그레타 툰베리보다도 늦게 태어난 아이.
이 소녀의 눈에 지구는 어떻게 보일까?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조용히
낯선 행성을 탐험하는 작은 외계인
뮤지션 김푸름이 바라보는
지구의 오늘 그리고 내일
Photography Kim HyeonSeong | Interview Cho HyeMin | Videography Kim BeomMoo | Wardrobe Vegan Tiger | Camera provided FujiFilm | Model Kim PuReum
영화 <클리어>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어떤 역할이었는지요.
지구에 잠복 중인 인간형 외계인, 푸름 역을 맡았어요. 심형준 감독님과는 <안녕, 할부지>로 인연이 닿았는데요. 그린피스 레인보우 워리어호를 타는 좋은 기회가 있는데, 이걸 배경으로 영화를 찍을 계획이라 하셔서 참여를 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에는 배 타고 여행 간다니까 그냥 신나고 들뜬 마음이 었어요. 그린피스가 어떤 단체인지, 어떤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정확히 몰랐거든요. 시작하기 전에 설명을 듣고 또 특히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란 걸 알게 되니, 플라스틱을 어떻게 우리의 인생에서 지워낼 수 있을지 막막했어요. 그런데 크루 분들의 생활을 엿보니까 그분들은 마치 원래부터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플라스틱의 도움 없이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분들이 마치 앞으로 새로운 지구를 살아갈 신인류처럼 느껴졌어요.
배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배를 탈 때 크루들이 서로 이름을 헷갈리지 않게 이름표를 받아요. 그때 제가 엠프랑 기타를 같이 들고 탔는데, 그 둘에게도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걸 감독님께서 보시고 구상의 발단이 돼서, 이 친구들이 악기와 인간 외형을 넘나드는 외계 존재, 진동으로 서로 소통하는 모습으로 초반 설정을 잡게 됐어요. 즉흥적인 상황에서 진짜 제 모습, 실제로 나오는 제 행동들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긴 것 같아요.
혹시 이전에도 환경 문제에 관심이 좀 있었어요?
잘 모르고 있었어요. 사실 저는 선택적 이기주의자라고 해야 할까요. 제 주변 사람들만 안전하다면 그 너머의 것들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눈앞에 굶주린 길고양이는 안타까워서 밥을 챙겨주지만 길고양이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상황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 하는 거죠. 멀리 볼 줄은 몰랐던 것 같아요.
이기주의라고 표현했지만 안타까움을 느끼고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이타적인 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요? 모든 영향을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거든요. 답이 없잖아요.
예전에는 그걸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안다고 해서 한순간에 바뀌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알게 되면서 적어도 제 스스로 행동을 자각하고 조금 더 조심하게 돼요. 조금씩 고쳐가면서 제 눈이 닿지 않는 곳까지 생각하고 더 살피려 노력하는 중이에요. 서서히 변화하는 첫 발걸음이 아닐까 싶어요. 심형준 감독님 덕분에 그린피스 배에 올라 크루 분들과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안녕, 할부지> OST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요. <어른이 되긴 싫어>라는 곡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사실 저에 대한 곡이기도 해요. 어른을 앞둔 19살, 아홉수에 대한 푸념을 담은 노래인데요. 푸바오가 어른이 되고 번식할 시기가 되어서 중국으로 간다는 얘기를 듣고, 청소년과 성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선을 타고 있는 모습이 저와 닮아 보였어요.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생각했는데 막상 다가오니까 생각보다 너무 무섭더라고요. 어른이 되어서 궁금한 것도, 신기한 것도 없어지면 나는 뭘 즐기면서 살까 막막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느 날 지인분이 ‘어른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제가 아무리 빨리 자라도 세상은 제가 자란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넓어지고, 평생을 살아도 매일매일 신기하고 새로운 게 있을 거라고요. 푸바오도 어른이 되어도 걱정하지 말고 늘 천진난만하게 살라는 뜻을 담아 보았어요.
<안녕>이라는 노래도, 듣고 눈물 흘렸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원래 <청춘 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렀던 노래인데요. 저희 집 고양이 까미를 생각하면서 불렀었어요. 까미가 저랑 동갑이고 심지어 몇 달 저보다 언니예요. 인사를 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속으로 ‘안녕’ 말하고 있는데, 푸바오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그런 마음일 거라 생각했어요. 대상이 누구든 간에 항상 사람 마음속에 그런 존재 하나쯤은 있는 법이니까요.

몇 달 전에 나온 정규앨범 <‘푸르스름’ 언플러그드> 얘기를 해볼게요. 먼저 전반적인 소개를 먼저 해 주세요.
‘언플러그드’라는 제목처럼 어쿠스틱 사운드에 초점을 두고 만든 앨범이에요. 디지털적인 소리가 최대한 들어가지 않도록 튜닝 같은 것도 거의 안 하고, 악기에서 나오는 작은 소리들 까지 잡아내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기타라고 하면, 현의 소리도 있지만 손가락이 줄에 닿는 그 삐걱거리는 소리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조금 더 활용해 보려고 했어요.
기타를 중심으로 곡마다 다른 악기가 하나씩 얹어져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악기 구성이 심플하지만 원하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곡마다 딱 맞는 악기가 뭘지 고민을 많이 하셨겠구나 생각했어요.
맞아요. 제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가 <가죽>인데요. 곡의 기괴한 느낌을 기타로만 살리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플루트 연주자 박기훈 님께서 맡아주셨는데 플루트 소리가 높고 청아해서 쓰기가 조금 애매했어요.
너무 아름다운 건 어울리지 않다, 그렇다고 소리를 변형하면 어쿠스틱과
결이 맞지 않은데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리코더를 떠올리게 됐어요.
어렸을 때 많이 접할 수 있는 흔한 악기면서, 잘못 불면 그만큼 또 기괴한
소리가 나기 쉽지 않잖아요. 연주자님께서 잘못 부는 듯한 느낌을 살려
주시면서도 현란하게 연주를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녹음을 하면서도 뭔가 신비로운 경험이었어요.

* 기사 전문은 OhBoy! No.132 ‘FIND YOUR UNSELF’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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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hBoy! No.132 JAN FEB 2025 FIND YOUR UNSELF 구매하기 |
푸르른 내일의 초상 | 김푸름
김푸름은 마치 그가 참여 한 영화의 주인공처럼 외계인이 되어 막 도착한 별에 내려섰다.
그레타 툰베리보다도 늦게 태어난 아이. 이 소녀의 눈에 지구는 어떻게 보일까?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조용히 낯선 행성을 탐험하는 작은 외계인 뮤지션 김푸름이 바라보는 지구의 오늘 그리고 내일
Photography Kim HyeonSeong | Interview Cho HyeMin | Videography Kim BeomMoo | Wardrobe Vegan Tiger | Camera provided FujiFilm | Model Kim PuReum
영화 <클리어>에 어떻게 출연하게 됐는지, 어떤 역할이었는지요.
지구에 잠복 중인 인간형 외계인, 푸름 역을 맡았어요. 심형준 감독님과는 <안녕, 할부지>로 인연이 닿았는데요. 그린피스 레인보우 워리어호를 타는 좋은 기회가 있는데, 이걸 배경으로 영화를 찍을 계획이라 하셔서 참여를 하게 됐어요. 사실 처음에는 배 타고 여행 간다니까 그냥 신나고 들뜬 마음이 었어요. 그린피스가 어떤 단체인지, 어떤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는지 정확히 몰랐거든요. 시작하기 전에 설명을 듣고 또 특히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란 걸 알게 되니, 플라스틱을 어떻게 우리의 인생에서 지워낼 수 있을지 막막했어요. 그런데 크루 분들의 생활을 엿보니까 그분들은 마치 원래부터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플라스틱의 도움 없이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그분들이 마치 앞으로 새로운 지구를 살아갈 신인류처럼 느껴졌어요.
배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없었나요?
배를 탈 때 크루들이 서로 이름을 헷갈리지 않게 이름표를 받아요. 그때 제가 엠프랑 기타를 같이 들고 탔는데, 그 둘에게도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걸 감독님께서 보시고 구상의 발단이 돼서, 이 친구들이 악기와 인간 외형을 넘나드는 외계 존재, 진동으로 서로 소통하는 모습으로 초반 설정을 잡게 됐어요. 즉흥적인 상황에서 진짜 제 모습, 실제로 나오는 제 행동들이 카메라에 그대로 담긴 것 같아요.
혹시 이전에도 환경 문제에 관심이 좀 있었어요?
잘 모르고 있었어요. 사실 저는 선택적 이기주의자라고 해야 할까요. 제 주변 사람들만 안전하다면 그 너머의 것들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눈앞에 굶주린 길고양이는 안타까워서 밥을 챙겨주지만 길고양이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상황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 하는 거죠. 멀리 볼 줄은 몰랐던 것 같아요.
이기주의라고 표현했지만 안타까움을 느끼고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이타적인 마음이 있는 게 아닐까요? 모든 영향을 종합적으로 생각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거든요. 답이 없잖아요.
예전에는 그걸 자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안다고 해서 한순간에 바뀌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알게 되면서 적어도 제 스스로 행동을 자각하고 조금 더 조심하게 돼요. 조금씩 고쳐가면서 제 눈이 닿지 않는 곳까지 생각하고 더 살피려 노력하는 중이에요. 서서히 변화하는 첫 발걸음이 아닐까 싶어요. 심형준 감독님 덕분에 그린피스 배에 올라 크루 분들과 대화하고 교류할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안녕, 할부지> OST 이야기도 하고 싶은데요. <어른이 되긴 싫어>라는 곡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사실 저에 대한 곡이기도 해요. 어른을 앞둔 19살, 아홉수에 대한 푸념을 담은 노래인데요. 푸바오가 어른이 되고 번식할 시기가 되어서 중국으로 간다는 얘기를 듣고, 청소년과 성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선을 타고 있는 모습이 저와 닮아 보였어요.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 생각했는데 막상 다가오니까 생각보다 너무 무섭더라고요. 어른이 되어서 궁금한 것도, 신기한 것도 없어지면 나는 뭘 즐기면서 살까 막막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어느 날 지인분이 ‘어른이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제가 아무리 빨리 자라도 세상은 제가 자란 속도보다 훨씬 더 빠르게 넓어지고, 평생을 살아도 매일매일 신기하고 새로운 게 있을 거라고요. 푸바오도 어른이 되어도 걱정하지 말고 늘 천진난만하게 살라는 뜻을 담아 보았어요.
<안녕>이라는 노래도, 듣고 눈물 흘렸다는 사람들이 많아요.
원래 <청춘 스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불렀던 노래인데요. 저희 집 고양이 까미를 생각하면서 불렀었어요. 까미가 저랑 동갑이고 심지어 몇 달 저보다 언니예요. 인사를 할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속으로 ‘안녕’ 말하고 있는데, 푸바오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그런 마음일 거라 생각했어요. 대상이 누구든 간에 항상 사람 마음속에 그런 존재 하나쯤은 있는 법이니까요.
몇 달 전에 나온 정규앨범 <‘푸르스름’ 언플러그드> 얘기를 해볼게요. 먼저 전반적인 소개를 먼저 해 주세요.
‘언플러그드’라는 제목처럼 어쿠스틱 사운드에 초점을 두고 만든 앨범이에요. 디지털적인 소리가 최대한 들어가지 않도록 튜닝 같은 것도 거의 안 하고, 악기에서 나오는 작은 소리들 까지 잡아내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 기타라고 하면, 현의 소리도 있지만 손가락이 줄에 닿는 그 삐걱거리는 소리도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조금 더 활용해 보려고 했어요.
기타를 중심으로 곡마다 다른 악기가 하나씩 얹어져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악기 구성이 심플하지만 원하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곡마다 딱 맞는 악기가 뭘지 고민을 많이 하셨겠구나 생각했어요.
맞아요. 제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가 <가죽>인데요. 곡의 기괴한 느낌을 기타로만 살리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플루트 연주자 박기훈 님께서 맡아주셨는데 플루트 소리가 높고 청아해서 쓰기가 조금 애매했어요. 너무 아름다운 건 어울리지 않다, 그렇다고 소리를 변형하면 어쿠스틱과 결이 맞지 않은데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리코더를 떠올리게 됐어요. 어렸을 때 많이 접할 수 있는 흔한 악기면서, 잘못 불면 그만큼 또 기괴한 소리가 나기 쉽지 않잖아요. 연주자님께서 잘못 부는 듯한 느낌을 살려 주시면서도 현란하게 연주를 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녹음을 하면서도 뭔가 신비로운 경험이었어요.
* 기사 전문은 OhBoy! No.132 ‘FIND YOUR UNSELF’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32 JAN FEB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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