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죄부를 받던 기업들이 책임감을 요구받기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해 세워진 기업이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를 위한 사업을 전개한다는 걸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예전의 사회는 조금 더 단순했다. 회사는 돈을 벌기만 하면 됐다. 많이 벌수록 좋은 회사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환경 문제가 대두됐다.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 돈이 많으면 많은 것이 해결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별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또 다른 얘기다. 모두가 ESG를 얘기한다. 큰 기업들은 모두 앞장서서 고질적인 지구 환경 문제를 뚝딱 해결이라도 할 듯 자신만만한 모습들이다. 선진국들이, 큰 기업들이, 힘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다 망쳐놓고 이제 와서 마치 무슨 해결사처럼 떠벌린다. 얄밉기도 하다. 하지만 시치미 떼고 계속 돈만 벌겠다고는 하지 않아서 그래도 다행이다.
재미 없는 글
독자들이 이번 특집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전에 이 글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과 길고 재미없어 보이는 글이니 그냥 지나쳤으면 하는 마음, 특집에 소개된 기업의 관계자들이 이 글을 꼭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과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자사와 크게 관계된 내용도 아닌 것 같으니 읽지 않고 무시하기를 바라는 복잡한 심경으로 글을 쓴다. 이번 특집은 오보이!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고민과 영원히 풀리지 않는 딜레마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아프고 가려운 곳을 건드리는 모순적이며 자기비판적인 기획으로, 단순히 기업의 ESG사업을 소개하고 응원하고자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의도가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면 과연 이번 기획에 자신들의 기업과 브랜드가 소개된 것을 좋아해야 할 일인지 어떤지 조금은 헷갈리고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는 각 기업의 담당자들에게 미리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이번 특집의 제목이 ‘굿컴퍼니’가 아닌 ‘베터컴퍼니’라는 것으로부터 독자와 기업들이 기획의 의도와 오보이!의 생각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상식적이라면 ‘good’과 ‘company’는 도저히 어울리거나 함께 놓이기 어려운 단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어온 실제의 경험들과 영화 등의 다양한 미디어에서 종종 기업들이 거대한 음모를 펼치는 악당으로 묘사되는 걸 봐오면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차치하더라도 ‘좋은 기업’이란 그렇게 친숙한 표현이 아니다. 좋은 회사라는 건 누구에게 좋은 회사라는 건가? 수익률을 경신하고 주가를 올려 주주를 기쁘게 하는 ‘좋은 회사’는 우리에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지구 환경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볼 때 좋은 회사라는 개념은 부자연스럽고 부적합하기만 한 표현일 것이다. 애초에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업에게 수익이나 매출과는 무관한 환경이나 동물권의 개념들은 오히려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뿐이다. ESG다 뭐다 해서 모든 기업들이 변죽을 울리고 있는 지금, 진정으로 지구의 내일을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회사를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기업은 기업 구성원과 주주들에게는 어쩌면 존재해서는 안될 환상의 동물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바랄 걸 바라야지.
고백
오보이도 기업, 브랜드들과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진행하면서 항상 비슷한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기업은 자선사업체나 환경단체도 아니며 당연히 수익을 추구하고 매출을 올리는 것이 지상과제인 집단이다. 그건 천하의 파타고니아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관점으로 브랜드와의 협업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같이 할 수 있는가 아닌가의 선이 불분명해 지는 지점이 항상 존재하는데 그 지점에 근접할수록 오보이의 고민은 깊어진다. 환경과 동물권을 얘기하는 잡지로서 모피 브랜드나 공장식 축산 업체와 협업을 할 수 없다. 이건 오히려 아주 명확하고 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업의 정체성은 바뀌지 않는 것이고 어떤 부분에서든 기업행위가 환경을 해치고 동물권을 침해하는 지점은 발견되기 마련이다.
표지 일러스트 작업에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업들 중에 더 나은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좋은 회사, 나은 회사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 끝에 환경보다는 이익을 우선하는 많은 회사들 사이에서 옥상에 나무를 심는 하나의 회사를 표현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른 회사보다는 나아 보이는 회사, 하지만 콘크리트 정글의 한 복판에서 작은 나무 한그루를 심는 행위가 망가진 지구를 되돌리는 것에 어떤 영향과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도록 만드는 표지라면 이번 특집의 취지와 의미가 그런대로 기업과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김현성
* 기사 전문은 OhBoy! No.120 ‘A BETTER COMPAN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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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죄부를 받던 기업들이 책임감을 요구받기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해 세워진 기업이 환경을 생각하고 사회를 위한 사업을 전개한다는 걸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예전의 사회는 조금 더 단순했다. 회사는 돈을 벌기만 하면 됐다. 많이 벌수록 좋은 회사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환경 문제가 대두됐다.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 돈이 많으면 많은 것이 해결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별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또 다른 얘기다. 모두가 ESG를 얘기한다. 큰 기업들은 모두 앞장서서 고질적인 지구 환경 문제를 뚝딱 해결이라도 할 듯 자신만만한 모습들이다. 선진국들이, 큰 기업들이, 힘 있는 사람들이, 자기들이 다 망쳐놓고 이제 와서 마치 무슨 해결사처럼 떠벌린다. 얄밉기도 하다. 하지만 시치미 떼고 계속 돈만 벌겠다고는 하지 않아서 그래도 다행이다.
재미 없는 글
독자들이 이번 특집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기 전에 이 글을 읽었으면 하는 마음과 길고 재미없어 보이는 글이니 그냥 지나쳤으면 하는 마음, 특집에 소개된 기업의 관계자들이 이 글을 꼭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과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자사와 크게 관계된 내용도 아닌 것 같으니 읽지 않고 무시하기를 바라는 복잡한 심경으로 글을 쓴다. 이번 특집은 오보이!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고민과 영원히 풀리지 않는 딜레마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 아프고 가려운 곳을 건드리는 모순적이며 자기비판적인 기획으로, 단순히 기업의 ESG사업을 소개하고 응원하고자 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의도가 있다는 걸 인식하게 된다면 과연 이번 기획에 자신들의 기업과 브랜드가 소개된 것을 좋아해야 할 일인지 어떤지 조금은 헷갈리고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지도 모르는 각 기업의 담당자들에게 미리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이번 특집의 제목이 ‘굿컴퍼니’가 아닌 ‘베터컴퍼니’라는 것으로부터 독자와 기업들이 기획의 의도와 오보이!의 생각을 파악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상식적이라면 ‘good’과 ‘company’는 도저히 어울리거나 함께 놓이기 어려운 단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겪어온 실제의 경험들과 영화 등의 다양한 미디어에서 종종 기업들이 거대한 음모를 펼치는 악당으로 묘사되는 걸 봐오면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차치하더라도 ‘좋은 기업’이란 그렇게 친숙한 표현이 아니다. 좋은 회사라는 건 누구에게 좋은 회사라는 건가? 수익률을 경신하고 주가를 올려 주주를 기쁘게 하는 ‘좋은 회사’는 우리에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지구 환경과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볼 때 좋은 회사라는 개념은 부자연스럽고 부적합하기만 한 표현일 것이다. 애초에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기업에게 수익이나 매출과는 무관한 환경이나 동물권의 개념들은 오히려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뿐이다. ESG다 뭐다 해서 모든 기업들이 변죽을 울리고 있는 지금, 진정으로 지구의 내일을 위해 기업을 운영하는 회사를 찾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기업은 기업 구성원과 주주들에게는 어쩌면 존재해서는 안될 환상의 동물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바랄 걸 바라야지.
고백
오보이도 기업, 브랜드들과 다양한 형태의 협업을 진행하면서 항상 비슷한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기업은 자선사업체나 환경단체도 아니며 당연히 수익을 추구하고 매출을 올리는 것이 지상과제인 집단이다. 그건 천하의 파타고니아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관점으로 브랜드와의 협업 진행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같이 할 수 있는가 아닌가의 선이 불분명해 지는 지점이 항상 존재하는데 그 지점에 근접할수록 오보이의 고민은 깊어진다. 환경과 동물권을 얘기하는 잡지로서 모피 브랜드나 공장식 축산 업체와 협업을 할 수 없다. 이건 오히려 아주 명확하고 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기업의 정체성은 바뀌지 않는 것이고 어떤 부분에서든 기업행위가 환경을 해치고 동물권을 침해하는 지점은 발견되기 마련이다.
표지 일러스트 작업에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업들 중에 더 나은 회사는 어떤 회사일까? 좋은 회사, 나은 회사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하는 고민 끝에 환경보다는 이익을 우선하는 많은 회사들 사이에서 옥상에 나무를 심는 하나의 회사를 표현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다른 회사보다는 나아 보이는 회사, 하지만 콘크리트 정글의 한 복판에서 작은 나무 한그루를 심는 행위가 망가진 지구를 되돌리는 것에 어떤 영향과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도록 만드는 표지라면 이번 특집의 취지와 의미가 그런대로 기업과 독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 김현성
* 기사 전문은 OhBoy! No.120 ‘A BETTER COMPAN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20 JAN FEB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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