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o Prefer Not to be Photographed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인 21인의 내향인들.
그들이 얘기하는 그들의 생활과 생각, 종종 남들에게 받는 오해에 대한 변명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얘기
배우 이주영 | 싱어송라이터 허회경 | 영화감독 백승화 | 타투이스트 지지 | 만화가 송아람 | 작가 하현
라디오 DJ
김세윤 | 패션모델 마리 | 패션모델 이요셉 | 일러스트레이터 이강훈 | 사진잡지 보스토크 편집장 박지수
동물보호소 소장 김은희 | 패션디자이너 김지연 | 패션디자이너 오유경 | 북디자이너 함지은 | 그래픽 디자이너 이혜연
비건셰프 최원식 허유경 | 플랜트숍 홀리그린 김홍진 | 앤트러사이트 대표 방현주 | 포토그래퍼 블래그 바이락타
21 Introverts from Various Professions, Their 21 inspirational Stories.

함지은 | 북디자이너
나의 내향인 모먼트 일할 때는 외향적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지만, 실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이라 업무 미팅이나 외부 활동이 많았던 날에는 반드시 혼자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화할 때 여러 번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이 있어서, 하고 싶은 말의 타이밍을 놓칠 때마다 ‘정말 내향인 같다’고 느끼고는 한다.
하루 일과 작년에 출판사에서 독립한 이후,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까지 혼자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미팅이나 인쇄 감리 같은 외부 일정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작업을 이어가는 단순하고 간결한 일과를 보낸다. 최근에는 함께 일하는 동료가 생겨서 함께 점심도 먹고 소소한 대화도 나누며 업무 환경에 기분 좋은 변화를 주고 있다.
영감과 아이디어 아이디어는 평소 일상의 곳곳에서 얻는 것 같다. 작업 시간 외에도 영화나 책, 제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좋은 것들을 습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있다가, 필요한 순간 자연스럽게 시각적인 영감이 되는 것 같다.
‘책’이라는 매체 책은 특유의 고요함 덕분에 내향적인 성향과 결이 잘 맞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고요한 가운데 끝없이 넓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 책을 만드는 일도 비슷해서, 정적인 작업 과정을 거쳐 밀도 높은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낸다는 점이 나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와 시각디자인을 전공. 출판사 열린책들의 디자인 팀장을 거쳐, 현재 북디자인 스튜디오 ‘상록’을 운영하고 있다. <2666>과 <개와 고양이 의학 사전>으로 2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BDK)’에 선정됐다. @sangnok.kr

이혜연 | 디자이너
다른 내향인들처럼 나도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면 그저 반갑다. 누군가 만나자고 했을 때 거의 거절을 하지 않고, 또 일단 만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한다. 약속이 없으면 집에만 있는 편이다. 집에 계속 있어도 좀처럼 지루하지 않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자고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반복되는 작업을 할 때에는 옆에 드라마를 틀어놓고 라디오를 듣듯 소리만 들으면서 일을 한다. 여유가 있을 때에는 이런저런 콘텐츠를 많이 본다. 현실이 너무 힘들거나 복잡할 때에는 판타지 콘텐츠 보는 것을 좋아한다. 현실에 있지 않을 법한 다른 세상의 이야기들을 보면 스트레스가 좀 풀린다. 회사 생활을 나름 오래 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을 만나거나 소통하는 일을 그렇게 어려워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 작업을 사람들 앞에서 설명하고 발표하는 건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예전에는 많이 소심했었고 내가 조금 다른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지만 일을 하면서 성격이 바뀌기도 했고, 이제는 내 성향에 꽤 만족하고 있다. 내가 어떻게하면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 할 수 있는지 잘 알게 됐다. 그리고 욕심이 크지 않아서인지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에도 크게 힘들지는 않다.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CJ ENM과 JTBC에서 콘텐츠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함께 일했던 동료 두 명과 디자인
스튜디오 ‘스탠다드도큐멘트’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heymurmur

이주영 | 배우
작년에 처음으로 MBTI 검사에서 ‘E’가 나왔다. 예전에도 ‘I’와 ‘E’의 비중 차이가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I’ 가 60이라면 ‘E’가 40 정도. 지금은 45대 55 정도로 외향적인 성향이 약간 더 드러난 느낌이다. 혼자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친구도 두루두루 많은 편이라 사람들이 ‘I’ 라고 하면 다들 놀라곤 했었다. 특히 내향적인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외향성이 발휘되곤 한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동네 산책하고, 전시나 영화도 보러 가고, 밥 먹고 카페도 가면서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집에서도 잘 노는 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쓰고 있고, 커피를 내려 마시기도 한다. 집에서 숲이 잘 보이는 자리에 흔들의자를 하나 놓았는데 거기가 명당이다. 책 읽고 핸드폰 보고, 글 쓰고, 잠깐 잠들기도 하면서 6시간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적도 있다. 어릴 때에도 혼자서 잘 놀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내 안에 생각을 쌓아두고 또 그 안에서 답을 얻는 스타일이라 맡은 배역의 캐릭터를 고민할 때 도움이 된다. 또 좀처럼 발산을 하지 않고 잘 모아두다 보니 연기를 할 때 더 폭발시킬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연기를 할 때 내향적인 성향이어서 오히려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다.
2015년 단편영화 <몸 값>을 통해 배우로 데뷔, 이후 <독전>에서 강렬한 존재감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스 백>, <보건교사 안은영>,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더 에이트 쇼> 등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연기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izoo_young

박지수 | 보스토크 편집장
나의 내향인 모먼트 어딜 가든 주말은 피하려고 한다. 사람이 많으니까. 그리고 중고등학생 때, 학교 가는 길에 그다지 친하지 않은 친구가 앞에 있으면 거리를 두고 천천히 간다든가 하는 정도. 굳이 같이 가봤자 별 할 말이 없으니까.
집에 있는 날 어느 순간부터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니까 별거 안 해도 하루가 간다. 그냥 어영부영 지나가는 시간도 많고, 또 일의 특성상 계속 일이 밀려오는 편이라 주말에도 외부 청탁 원고를 쓴다든가 강의 준비를 한다든가 하며 보낸다. 일단 혼자 있을 때 심심하다고 느끼는 타입은 아니다.
내향인으로서의 고민 사회생활을 하니 외향인처럼 처음 보는 사람들과 좀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한다든가 친밀도를 나누는 게 필요하다고 느끼기는 한다. 그게 그 사람을 평가할 때 좋은 요소가 되기도 하니까.
책, 잡지를 만드는 것, 내향인에게 딱 맞는 일? 현실적으로 완전히 혼자서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다른 분야에 비하면 그렇다. 혼자서 1인 출판이나 독립출판을 할 수 있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게 되지만 그 콘텐츠를 만드는 기초 과정은 독서, 데이터를 읽는 것과 쓰는 일이다. 읽고 쓰는 일은 어쩔 수 없이 혼자서만 해야 되고,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각자 지향하는 바나 가치가 다르겠지만, 내가 한 일에 내 이름이 적히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가령 큰 기업의 한 부서에서 일종의 부속품처럼 일을 하면 내가 하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물을 내는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걸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연봉이 많아도 직급이 높아도 뛰쳐나와서 결국 자기가 혼자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볼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라고 본다. 독립출판은 그런 쪽에 가깝다. 다만 혼자서 시도할 수 있고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은 없다.
사진이라는 개인적인 장르 렌즈 베이스 매체로 크게 영화와 사진이 있는데, 큰 차이점이 있다면 영화는 팀을 이뤄서 하는 반면 사진은 비교적 개인 작업이 많다. 간혹 영화감독님들 중에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혼자서 카메라와 단출하게 떠나는 사진 작업에 만족도가 엄청 높다. 그런 개인적인 성향이 사진가들에게 조금 묻어있기도 하다. 모여 있어도 좀 데면데면한 면도 있고. 더욱이 예전 필름 시절에는 암실이야말로 정말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곳이었다. 대학생 때 흑백 사진 동아리로 사진을 처음 시작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때 암실 작업을 되게 좋아했다. 동아리방에 사람이 많은 게 질려서. 동아리방에 사람이 너무 많다, 너무 텐션이 높다 하면 혼자 슬쩍 암실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이번 <보스토크>의 주제, <자해 그리고 자살> 초창기에는 어떤 주제를 선택할까 많이 고심했는데 언젠가부터는 ‘다음 호에 기회가 있다. 뭐든지 언젠가는 한 번 다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주제 선정에 좀 여유로워졌다. 초반에는 아주 사진적인 주제를 한 번 하면 다음에는 비사진적인 주제를 하는 식으로 신경을 썼고, 그런 측면에서 가벼운 주제를 한 번 하면 그다음에는 좀 무거운 주제를 한다든가 그렇게 균형을 맞추는 편이다. 작년에 계간지로 바꾸면서 네 번 모두를 ‘하루’라는 키워드로 발행을 했는데, 그렇게 무거운 주제는 아니다 보니 올해에 가장 무거운 주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자살과 관련된 주제는 늘 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진 작업이 충분하지 않다 느껴 못하고 있었던 차에, 어느 정도 리서치가 되어 진행을 하게 됐다.
머릿속에 쌓여있는 주제들 연말이 되면 그다음 연도에 할 주제 6~7개 정도를 머릿속에 두고 있는다. 사진 리서치를 해가면서 사진 작업이 풍부한 것들을 먼저 하게 된다. 사진 작업이 충분하지 못하면 좀 뒤로 미루고.
리서치 과정 사진 잡지를 만들기 이전부터도 나도 모르게 습관화돼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들을 모으고 분류하고. 혼자 하던 일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잡지가 나온 이후에도 이래저래 잡다한 일들이 많아서 오히려 리서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진 않다. 리서치하는 건 마냥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월간사진>, , <포토닷>을 거쳐 2018년 편집 동인들과 함께 보스토크 매거진을 창간하고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누군가의 표현물이자 기록물인 글과 사진 사이에서 그 속에 담긴 의도와 마음, 시선을 고민하며 잡지에 쓸 사진과 글을 고르고 다듬는다. @vostok_mag

ZIZI | 타투이스트
낯선 사람과 대화 해야 하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직업이 타투이스트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13년 차라 사람들을 대하는 스킬이 많이 늘긴 했다. 모든 과정을 리드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신뢰를 줘야 하니 목소리 톤이나 행동에서 많이 훈련이 된 것 같다. 예전만큼은 긴장하지 않지만, 익숙해져야 하니 익숙한 척하며 살고 있는 느낌이다. 티를 별로 안 낸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내가 내향적이라는 걸 다 안다. ‘식사’로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꽤 친해진 사람이 아닌 이상 같이 밥 먹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잘 체한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못 먹냐고 걱정할 정도다. 손님들이 가끔 먹을 것을 사 오실 때도 있는데 같이 있을 때 절대 먹지 않는다. 친구를 만나도 말이 많은 친구를 만나면 2시간 이상은 힘들다. 점점 말이 없어지고 표정이 안 좋아진다. 그리곤 지쳐서 집에 돌아온다. 청소를 좋아한다. 약간 강박처럼 집을 깨끗이 하고 공간을 꾸리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쉬는 날엔 청소하고, 소파에서 쉬고, 게임하고, 그림 그리고, 강아지 산책하며 동네 한 바퀴돌고, 거의 똑같이 하루를 보낸다. 내가 보기엔 우리 강아지들도 좀 내향적이다. 강아지들도 어쩔 수 없이 가족의 패턴을 닮는 것 같다.
2014년부터 파리와 뉴욕, 도쿄, 서울 등을 오가며 활동을 하고 있다. 몽환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예술적인 감성을 불어 넣는 작업을 한다. @ziziink

최원식, 허유경 | 비건 식당 ‘바이두부’ 운영
최원식 | 바이두부에는 혼자 오시는 분들도 많다.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어느 정도 환대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도 있다. 자주 오시는 분들은 낯이 익은데,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하거나 아는 척을 하면 부담스러워 할까봐 고민이 된다. 나도 좀 내향적이다 보니 필요한 게 있을지 멀리서 지켜보고 챙겨 드리는 편이다. 반면에 아내이자 같이 바이두부를 운영하는 허세현 사장은 외향적이고 좀 더 밝은 편이라 서로 보완이 된다.
일을 하고 외향인 아내와 지내면서 성향이 좀 바뀌기도 했고, 필요에 따라 외향인 스위치가 켜졌다 꺼지기도 한다. 그래도 스스로 집중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하는 편이다. 혼자 달리기를 하거나, 조조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달리기는 혼자 조용히 할 수 있는 운동이 뭘까 생각을 하다가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단체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찾게 됐다. 그러다 마라톤이라는 목표가 생기고 전문적으로 배워가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과도 어울리게 됐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도 운동을 할 때만큼은 내향적인 성향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
허유경 | 20년 전 슈퍼모델 대회로 모델이 되면서 정말 심하게 다이어트를 했었다. 자잘한 병을 많이 얻었고 폭식하는 습관까지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꾸준히 먹을 수 있는 음식, 지속가능한 식단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을 줄이고 단백질은 올리면서 좋은 식재료로 바꾸어 먹기 시작했다. 지금 바이두부에서 판매하는 샐러드들이 다 내가 만들어 먹던 것들이다.
나는 완벽한 비건은 아니다. 시중에 인기 있는 동물성 음식도 먹어 보면서 어떻게 채식으로 바꾸어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 유행하는 것을 따라 해보려고 한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고 성공하지 못할 때도 있다. 사람들에게 ‘여러분들이 건강해져야 지구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지구를 위해 달리 다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지구를 이루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내 건강을 위해, 내 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챙기다 보면 지구도 자연스럽게 건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방촌에 위치한 ‘바이두부’는 식물성 재료로 샐러드볼과 샌드위치, 베이커리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비건 식당이다. 두부를 주요 재료로 활용해 누구나 친숙하고 부담 없이 비건을 경험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bytofu_hbc

하현 | 작가
나의 내향인 모먼트 약속이나 사회적 활동을 해야 되는 자리에 갔다 오면 충전하는 데에 남들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이틀 연속 약속도 잡고 하던데, 그러면 나는 4일 가량 힘들다. 나는 이걸 ‘3배의 법칙’이라고 한다. 사람을 3시간 만났으면 9시간은 혼자 있어야 다시 에너지가 채워진다. 이건 모든 내향인들의 공통적인 특성이 아닐까.
집에서의 시간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뭔가를 했을 때 결과물이 눈앞에 나타나는 게 좋다. 채소 만지는 걸 좋아해서 일부러 손질되지 않은 걸 사와서 다듬는다. 베이킹도 좋아하고, 식물 가꾸는 것도 좋아한다. 전형적인 내향인 취미인 것 같다. 청소도 좋아한다.
바쁜 일상 이직한 지 11개월이 됐다. 일주일에 5번 9시간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퇴근 후에는 강의를 듣는다. 건강한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올해 식품영양학과로 편입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가져갈 도시락을 준비하면 잘 시간이 된다. 쉬는 날엔 집에 있는 걸 제일 좋아한다. 나가봤자 가까운 도서관, 마트에 가는 정도. 약속은 진짜 가끔 잡는다. 제일 친한 친구도 2년 동안 안 만났다.
글 쓰는 일의 의미 지금 출간 계약을 안 하고 있는 상황인데 글은 계속 쓰고 있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나로 살아있다는 감각을 글을 쓰는 행위에서 얻는 것 같다. 항상 인생에 시기마다 몰두하게 되는 주제가 있다. 한때는 내 안의 내향성에 대한 것이었고, 마트에서 일 할 때에는 노동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요즘 가장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에 대해 탐구하고 글을 쓰게 된다.
요즘 몰두하는 주제 건강검진을 했는데 이상이 발견되어서 쉬는 날마다 큰 병원에 다녔었다. 또 엄마 수술 얘기도 나와서 같이 병원을 다니다 보니 아픈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들에게 듣는 한마디 한마디가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좀 막연하지만, 지금까지 다녀봤던 병원에 대한 에세이를 써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다.
<어쩌다 마트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우연히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작가 일과 병행하기에 적합해서 계속하게 됐었다. 그 긴 과정을 마무리하며 책을 쓰게 됐다. 사람들의 일하는 얘기에 관심이 많아서 나의 얘기도 세상에 나왔으면 했다. 내향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들 하지만, 일회성 만남에 강한 내향인들이 있다. 나는 계속 볼 사람이 아니면 사회적인 탈을 잘 쓰는 편이라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에너지가 더 소모되는 느낌이지만, 집까지 일을 싸들고 오지 않아도 되니 나를 계속 작가로 살 수 있게 했다.
내향인으로서의 고민 지금은 정말 좋고 만족스러운데, ‘노인이 되었을 때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보호자도 있고 가족도 있고 사회적인 울타리가 있는데, 나는 나의 성격을 너무 존중하느라 계속 이렇게 혼자 살며 나이를 들어간다면 그때도 괜찮을까. 그렇다고 해서 지금 가기 싫은 모임에 나가고, 하고 싶지 않은 연애를 하고, 떠밀려서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지금 내린 답은, ‘내향인으로 살지만 느슨한 관계를 많이 만들어 두자’는 것이다. 그게 나의 안전망이 되지 않을까.
<달의 조각>을 시작으로 섬세하고 다정한 글을 남기고 있는 에세이스트. ‘실내형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14년 간의 노동의 기록 <어쩌다 마트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등 일곱 권의 책을 썼다. @2your_moon
* 기사 전문은 OhBoy! No.139 ‘i WILL SURVIV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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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hBoy! No.139 MAR APR 2026 i WILL SURVIVE 구매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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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인 21인의 내향인들.
그들이 얘기하는 그들의 생활과 생각, 종종 남들에게 받는 오해에 대한 변명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얘기
배우 이주영 | 싱어송라이터 허회경 | 영화감독 백승화 | 타투이스트 지지 | 만화가 송아람 | 작가 하현
라디오 DJ 김세윤 | 패션모델 마리 | 패션모델 이요셉 | 일러스트레이터 이강훈 | 사진잡지 보스토크 편집장 박지수
동물보호소 소장 김은희 | 패션디자이너 김지연 | 패션디자이너 오유경 | 북디자이너 함지은 | 그래픽 디자이너 이혜연
비건셰프 최원식 허유경 | 플랜트숍 홀리그린 김홍진 | 앤트러사이트 대표 방현주 | 포토그래퍼 블래그 바이락타
21 Introverts from Various Professions, Their 21 inspirational Stories.
함지은 | 북디자이너
나의 내향인 모먼트 일할 때는 외향적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지만, 실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이라 업무 미팅이나 외부 활동이 많았던 날에는 반드시 혼자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화할 때 여러 번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이 있어서, 하고 싶은 말의 타이밍을 놓칠 때마다 ‘정말 내향인 같다’고 느끼고는 한다.
하루 일과 작년에 출판사에서 독립한 이후,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까지 혼자 사무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미팅이나 인쇄 감리 같은 외부 일정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작업을 이어가는 단순하고 간결한 일과를 보낸다. 최근에는 함께 일하는 동료가 생겨서 함께 점심도 먹고 소소한 대화도 나누며 업무 환경에 기분 좋은 변화를 주고 있다.
영감과 아이디어 아이디어는 평소 일상의 곳곳에서 얻는 것 같다. 작업 시간 외에도 영화나 책, 제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좋은 것들을 습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있다가, 필요한 순간 자연스럽게 시각적인 영감이 되는 것 같다.
‘책’이라는 매체 책은 특유의 고요함 덕분에 내향적인 성향과 결이 잘 맞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고요한 가운데 끝없이 넓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다. 책을 만드는 일도 비슷해서, 정적인 작업 과정을 거쳐 밀도 높은 결과물을 세상에 내보낸다는 점이 나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와 시각디자인을 전공. 출판사 열린책들의 디자인 팀장을 거쳐, 현재 북디자인 스튜디오 ‘상록’을 운영하고 있다. <2666>과 <개와 고양이 의학 사전>으로 2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BBDK)’에 선정됐다. @sangnok.kr
이혜연 | 디자이너
다른 내향인들처럼 나도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면 그저 반갑다. 누군가 만나자고 했을 때 거의 거절을 하지 않고, 또 일단 만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긴 한다. 약속이 없으면 집에만 있는 편이다. 집에 계속 있어도 좀처럼 지루하지 않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자고 먹는 시간을 제외하곤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반복되는 작업을 할 때에는 옆에 드라마를 틀어놓고 라디오를 듣듯 소리만 들으면서 일을 한다. 여유가 있을 때에는 이런저런 콘텐츠를 많이 본다. 현실이 너무 힘들거나 복잡할 때에는 판타지 콘텐츠 보는 것을 좋아한다. 현실에 있지 않을 법한 다른 세상의 이야기들을 보면 스트레스가 좀 풀린다. 회사 생활을 나름 오래 해서 그런지 다른 사람들을 만나거나 소통하는 일을 그렇게 어려워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 작업을 사람들 앞에서 설명하고 발표하는 건 정말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예전에는 많이 소심했었고 내가 조금 다른 모습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었지만 일을 하면서 성격이 바뀌기도 했고, 이제는 내 성향에 꽤 만족하고 있다. 내가 어떻게하면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 할 수 있는지 잘 알게 됐다. 그리고 욕심이 크지 않아서인지 일이 잘 되지 않았을 때에도 크게 힘들지는 않다.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법을 배운 것 같다.
CJ ENM과 JTBC에서 콘텐츠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함께 일했던 동료 두 명과 디자인 스튜디오 ‘스탠다드도큐멘트’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heymurmur
이주영 | 배우
작년에 처음으로 MBTI 검사에서 ‘E’가 나왔다. 예전에도 ‘I’와 ‘E’의 비중 차이가 크지는 않았던 것 같다. ‘I’ 가 60이라면 ‘E’가 40 정도. 지금은 45대 55 정도로 외향적인 성향이 약간 더 드러난 느낌이다. 혼자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친구도 두루두루 많은 편이라 사람들이 ‘I’ 라고 하면 다들 놀라곤 했었다. 특히 내향적인 친구들 사이에 있으면 외향성이 발휘되곤 한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동네 산책하고, 전시나 영화도 보러 가고, 밥 먹고 카페도 가면서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집에서도 잘 노는 편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일기를 쓰고 있고, 커피를 내려 마시기도 한다. 집에서 숲이 잘 보이는 자리에 흔들의자를 하나 놓았는데 거기가 명당이다. 책 읽고 핸드폰 보고, 글 쓰고, 잠깐 잠들기도 하면서 6시간 동안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적도 있다. 어릴 때에도 혼자서 잘 놀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내 안에 생각을 쌓아두고 또 그 안에서 답을 얻는 스타일이라 맡은 배역의 캐릭터를 고민할 때 도움이 된다. 또 좀처럼 발산을 하지 않고 잘 모아두다 보니 연기를 할 때 더 폭발시킬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연기를 할 때 내향적인 성향이어서 오히려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다.
2015년 단편영화 <몸 값>을 통해 배우로 데뷔, 이후 <독전>에서 강렬한 존재감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스 백>, <보건교사 안은영>,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더 에이트 쇼> 등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연기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izoo_young
박지수 | 보스토크 편집장
나의 내향인 모먼트 어딜 가든 주말은 피하려고 한다. 사람이 많으니까. 그리고 중고등학생 때, 학교 가는 길에 그다지 친하지 않은 친구가 앞에 있으면 거리를 두고 천천히 간다든가 하는 정도. 굳이 같이 가봤자 별 할 말이 없으니까.
집에 있는 날 어느 순간부터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니까 별거 안 해도 하루가 간다. 그냥 어영부영 지나가는 시간도 많고, 또 일의 특성상 계속 일이 밀려오는 편이라 주말에도 외부 청탁 원고를 쓴다든가 강의 준비를 한다든가 하며 보낸다. 일단 혼자 있을 때 심심하다고 느끼는 타입은 아니다.
내향인으로서의 고민 사회생활을 하니 외향인처럼 처음 보는 사람들과 좀 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한다든가 친밀도를 나누는 게 필요하다고 느끼기는 한다. 그게 그 사람을 평가할 때 좋은 요소가 되기도 하니까.
책, 잡지를 만드는 것, 내향인에게 딱 맞는 일? 현실적으로 완전히 혼자서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다른 분야에 비하면 그렇다. 혼자서 1인 출판이나 독립출판을 할 수 있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게 되지만 그 콘텐츠를 만드는 기초 과정은 독서, 데이터를 읽는 것과 쓰는 일이다. 읽고 쓰는 일은 어쩔 수 없이 혼자서만 해야 되고,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각자 지향하는 바나 가치가 다르겠지만, 내가 한 일에 내 이름이 적히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가령 큰 기업의 한 부서에서 일종의 부속품처럼 일을 하면 내가 하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물을 내는지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 걸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연봉이 많아도 직급이 높아도 뛰쳐나와서 결국 자기가 혼자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볼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라고 본다. 독립출판은 그런 쪽에 가깝다. 다만 혼자서 시도할 수 있고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은 없다.
사진이라는 개인적인 장르 렌즈 베이스 매체로 크게 영화와 사진이 있는데, 큰 차이점이 있다면 영화는 팀을 이뤄서 하는 반면 사진은 비교적 개인 작업이 많다. 간혹 영화감독님들 중에 사진 찍는 것을 취미로 삼는 경우가 있는데, 혼자서 카메라와 단출하게 떠나는 사진 작업에 만족도가 엄청 높다. 그런 개인적인 성향이 사진가들에게 조금 묻어있기도 하다. 모여 있어도 좀 데면데면한 면도 있고. 더욱이 예전 필름 시절에는 암실이야말로 정말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곳이었다. 대학생 때 흑백 사진 동아리로 사진을 처음 시작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때 암실 작업을 되게 좋아했다. 동아리방에 사람이 많은 게 질려서. 동아리방에 사람이 너무 많다, 너무 텐션이 높다 하면 혼자 슬쩍 암실에 들어갔던 기억이 있다.
이번 <보스토크>의 주제, <자해 그리고 자살> 초창기에는 어떤 주제를 선택할까 많이 고심했는데 언젠가부터는 ‘다음 호에 기회가 있다. 뭐든지 언젠가는 한 번 다룰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주제 선정에 좀 여유로워졌다. 초반에는 아주 사진적인 주제를 한 번 하면 다음에는 비사진적인 주제를 하는 식으로 신경을 썼고, 그런 측면에서 가벼운 주제를 한 번 하면 그다음에는 좀 무거운 주제를 한다든가 그렇게 균형을 맞추는 편이다. 작년에 계간지로 바꾸면서 네 번 모두를 ‘하루’라는 키워드로 발행을 했는데, 그렇게 무거운 주제는 아니다 보니 올해에 가장 무거운 주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자살과 관련된 주제는 늘 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진 작업이 충분하지 않다 느껴 못하고 있었던 차에, 어느 정도 리서치가 되어 진행을 하게 됐다.
머릿속에 쌓여있는 주제들 연말이 되면 그다음 연도에 할 주제 6~7개 정도를 머릿속에 두고 있는다. 사진 리서치를 해가면서 사진 작업이 풍부한 것들을 먼저 하게 된다. 사진 작업이 충분하지 못하면 좀 뒤로 미루고.
리서치 과정 사진 잡지를 만들기 이전부터도 나도 모르게 습관화돼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들을 모으고 분류하고. 혼자 하던 일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잡지가 나온 이후에도 이래저래 잡다한 일들이 많아서 오히려 리서치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하진 않다. 리서치하는 건 마냥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월간사진>, , <포토닷>을 거쳐 2018년 편집 동인들과 함께 보스토크 매거진을 창간하고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누군가의 표현물이자 기록물인 글과 사진 사이에서 그 속에 담긴 의도와 마음, 시선을 고민하며 잡지에 쓸 사진과 글을 고르고 다듬는다. @vostok_mag
ZIZI | 타투이스트
낯선 사람과 대화 해야 하는 상황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직업이 타투이스트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13년 차라 사람들을 대하는 스킬이 많이 늘긴 했다. 모든 과정을 리드해야 하고 사람들에게 신뢰를 줘야 하니 목소리 톤이나 행동에서 많이 훈련이 된 것 같다. 예전만큼은 긴장하지 않지만, 익숙해져야 하니 익숙한 척하며 살고 있는 느낌이다. 티를 별로 안 낸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내가 내향적이라는 걸 다 안다. ‘식사’로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꽤 친해진 사람이 아닌 이상 같이 밥 먹는 것 자체가 불편하고, 잘 체한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못 먹냐고 걱정할 정도다. 손님들이 가끔 먹을 것을 사 오실 때도 있는데 같이 있을 때 절대 먹지 않는다. 친구를 만나도 말이 많은 친구를 만나면 2시간 이상은 힘들다. 점점 말이 없어지고 표정이 안 좋아진다. 그리곤 지쳐서 집에 돌아온다. 청소를 좋아한다. 약간 강박처럼 집을 깨끗이 하고 공간을 꾸리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쉬는 날엔 청소하고, 소파에서 쉬고, 게임하고, 그림 그리고, 강아지 산책하며 동네 한 바퀴돌고, 거의 똑같이 하루를 보낸다. 내가 보기엔 우리 강아지들도 좀 내향적이다. 강아지들도 어쩔 수 없이 가족의 패턴을 닮는 것 같다.
2014년부터 파리와 뉴욕, 도쿄, 서울 등을 오가며 활동을 하고 있다. 몽환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로 예술적인 감성을 불어 넣는 작업을 한다. @ziziink
최원식, 허유경 | 비건 식당 ‘바이두부’ 운영
최원식 | 바이두부에는 혼자 오시는 분들도 많다.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어느 정도 환대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도 있다. 자주 오시는 분들은 낯이 익은데, 너무 반갑게 인사를 하거나 아는 척을 하면 부담스러워 할까봐 고민이 된다. 나도 좀 내향적이다 보니 필요한 게 있을지 멀리서 지켜보고 챙겨 드리는 편이다. 반면에 아내이자 같이 바이두부를 운영하는 허세현 사장은 외향적이고 좀 더 밝은 편이라 서로 보완이 된다.
일을 하고 외향인 아내와 지내면서 성향이 좀 바뀌기도 했고, 필요에 따라 외향인 스위치가 켜졌다 꺼지기도 한다. 그래도 스스로 집중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하는 편이다. 혼자 달리기를 하거나, 조조영화를 보러 가기도 한다. 달리기는 혼자 조용히 할 수 있는 운동이 뭘까 생각을 하다가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단체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다 보니 자연스레 찾게 됐다. 그러다 마라톤이라는 목표가 생기고 전문적으로 배워가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과도 어울리게 됐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도 운동을 할 때만큼은 내향적인 성향이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것 같다.
허유경 | 20년 전 슈퍼모델 대회로 모델이 되면서 정말 심하게 다이어트를 했었다. 자잘한 병을 많이 얻었고 폭식하는 습관까지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꾸준히 먹을 수 있는 음식, 지속가능한 식단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당을 줄이고 단백질은 올리면서 좋은 식재료로 바꾸어 먹기 시작했다. 지금 바이두부에서 판매하는 샐러드들이 다 내가 만들어 먹던 것들이다.
나는 완벽한 비건은 아니다. 시중에 인기 있는 동물성 음식도 먹어 보면서 어떻게 채식으로 바꾸어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 유행하는 것을 따라 해보려고 한다. 물론 시행착오도 많고 성공하지 못할 때도 있다. 사람들에게 ‘여러분들이 건강해져야 지구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지구를 위해 달리 다른 노력을 하지 않더라도, 지구를 이루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내 건강을 위해, 내 몸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챙기다 보면 지구도 자연스럽게 건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방촌에 위치한 ‘바이두부’는 식물성 재료로 샐러드볼과 샌드위치, 베이커리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는 비건 식당이다. 두부를 주요 재료로 활용해 누구나 친숙하고 부담 없이 비건을 경험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bytofu_hbc
하현 | 작가
나의 내향인 모먼트 약속이나 사회적 활동을 해야 되는 자리에 갔다 오면 충전하는 데에 남들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이틀 연속 약속도 잡고 하던데, 그러면 나는 4일 가량 힘들다. 나는 이걸 ‘3배의 법칙’이라고 한다. 사람을 3시간 만났으면 9시간은 혼자 있어야 다시 에너지가 채워진다. 이건 모든 내향인들의 공통적인 특성이 아닐까.
집에서의 시간 요리하는 걸 좋아한다. 뭔가를 했을 때 결과물이 눈앞에 나타나는 게 좋다. 채소 만지는 걸 좋아해서 일부러 손질되지 않은 걸 사와서 다듬는다. 베이킹도 좋아하고, 식물 가꾸는 것도 좋아한다. 전형적인 내향인 취미인 것 같다. 청소도 좋아한다.
바쁜 일상 이직한 지 11개월이 됐다. 일주일에 5번 9시간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살고, 퇴근 후에는 강의를 듣는다. 건강한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올해 식품영양학과로 편입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가져갈 도시락을 준비하면 잘 시간이 된다. 쉬는 날엔 집에 있는 걸 제일 좋아한다. 나가봤자 가까운 도서관, 마트에 가는 정도. 약속은 진짜 가끔 잡는다. 제일 친한 친구도 2년 동안 안 만났다.
글 쓰는 일의 의미 지금 출간 계약을 안 하고 있는 상황인데 글은 계속 쓰고 있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나로 살아있다는 감각을 글을 쓰는 행위에서 얻는 것 같다. 항상 인생에 시기마다 몰두하게 되는 주제가 있다. 한때는 내 안의 내향성에 대한 것이었고, 마트에서 일 할 때에는 노동에 대한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요즘 가장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에 대해 탐구하고 글을 쓰게 된다.
요즘 몰두하는 주제 건강검진을 했는데 이상이 발견되어서 쉬는 날마다 큰 병원에 다녔었다. 또 엄마 수술 얘기도 나와서 같이 병원을 다니다 보니 아픈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들에게 듣는 한마디 한마디가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좀 막연하지만, 지금까지 다녀봤던 병원에 대한 에세이를 써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다.
<어쩌다 마트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우연히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작가 일과 병행하기에 적합해서 계속하게 됐었다. 그 긴 과정을 마무리하며 책을 쓰게 됐다. 사람들의 일하는 얘기에 관심이 많아서 나의 얘기도 세상에 나왔으면 했다. 내향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들 하지만, 일회성 만남에 강한 내향인들이 있다. 나는 계속 볼 사람이 아니면 사회적인 탈을 잘 쓰는 편이라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보다는 에너지가 더 소모되는 느낌이지만, 집까지 일을 싸들고 오지 않아도 되니 나를 계속 작가로 살 수 있게 했다.
내향인으로서의 고민 지금은 정말 좋고 만족스러운데, ‘노인이 되었을 때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들은 보호자도 있고 가족도 있고 사회적인 울타리가 있는데, 나는 나의 성격을 너무 존중하느라 계속 이렇게 혼자 살며 나이를 들어간다면 그때도 괜찮을까. 그렇다고 해서 지금 가기 싫은 모임에 나가고, 하고 싶지 않은 연애를 하고, 떠밀려서 결혼을 하고 싶지는 않다. 일단 지금 내린 답은, ‘내향인으로 살지만 느슨한 관계를 많이 만들어 두자’는 것이다. 그게 나의 안전망이 되지 않을까.
<달의 조각>을 시작으로 섬세하고 다정한 글을 남기고 있는 에세이스트. ‘실내형 인간’의 이야기를 담은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14년 간의 노동의 기록 <어쩌다 마트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등 일곱 권의 책을 썼다. @2your_moon
* 기사 전문은 OhBoy! No.139 ‘i WILL SURVIV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39 MAR APR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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