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 & ME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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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와 고양이가 바꾸는 세상




16년 동안 오보이를 만들며 수없이 많은 동물과 사람들을 만났다. 구조 현장, 보호소, 동물권단체, 인터뷰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마주한 풍경이 있다. 동물권을 생각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동물보호단체 대표도, 보호소 소장도, 봉사자와 기부자도 모두 여성이었다. 가뭄에 콩나듯 만나게 되는 남성을 볼 때마다 뭔가 좀 낯설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남성은 동물권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자주 빠져 있었고, 때로는 무관심하거나 냉소적이었으며, 어떤 경우에는 논의 자체를 불편해하거나 심지어 이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조롱과 공격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왜 그럴까. 돌봄과 공감, 약한 존재를 향한 책임이 언제부터 소위 ‘남성다움’과 어울리지 않는 것이 되었을까. 동물을 사랑하고 자연을 이야기하는 태도가 왜 유난히 설명을 요구받고, 때로는 어이없게도 일종의 수치심의 대상이 되었을까.

이번 기획은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남자와 고양이’특집은 남성을 변호하기 위한 기획도, 동물을 사랑하는 남자를 특별한 존재로 포장하기 위한 화보도 아니다. 이 특집은 고양이라는 존재 앞에서 드러나는 남자의 또다른 모습을 기록하고자 한다. 종종 삶에 서투르고 감정을 나타내길 두려워 하며,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끝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아가는 ‘남자’라는 족속과 통제되지 않고, 부름에 응답하지 않으며, 필요할 때만 곁을 허락하는 ‘고양이’라는 존재의 만남을 통해 알게 되는 감정과 책임, 그리고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입양이라는 선택 이후의 시간, 끝없는 돌봄과 책임의 무게,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현실적인 얼굴을 담고자 했다. 이 특집에 등장하는 남자들은 모두 다르다. 직업도, 성격도, 고양이를 만나게 된 계기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들은 고양이를 통해 삶의 우선순위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조금씩 바꾸고 조정해 왔다는 점이다. 이 변화는 거창하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도 않다.

진지하게 묻고 싶다. 동물을 보살피고 사랑하는 일은 특정 성별의 몫이어야 하는가. 자연과 약자를 생각하는 태도는 일일이 설명되고 정당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 동물을 사랑하고 학대 당하는 생명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들의 슬픔을 덜어주기 위해 어렵지만 다양한 실천을 하는 건 항상 여성의 몫이어야 하나. 우리는 어떤 모습의 어른이 되고 싶은가. 사실 이것은 비단 고양이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남자들의 얘기를 통해 우리가 동물을, 약자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기획된 특집이다. ‘남자와 고양이’는 귀엽고 다정한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결국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하고자 한다. 이 작은 관계들이 쌓여 더 넓은 인식의 변화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동물권, 약자를 생각하는 마음에 대한 수많은 갈등과 이견, 산적한 문제들이 한명이라도 더 많은 남성들에 의해 수용되고 논의되며 풀리고 해결되어 ‘고양이’들과 모든 동물들, 가장 낮은 곳에서 버티어내고 있는 존재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란다. | 편집장 김현성



* 기사 전문은 OhBoy! No.138 ‘MEN & MEOW’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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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Boy! No.138 JAN FEB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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