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삐딱, 책은 직각
두 개의 서재가 있다. 하나는 집, 다른 하나는 작업실인 스튜디오. 단언컨대 나의 책꽂이에는 옆의 책에 의지하듯 비스듬히 꽂혀있는 책은 한 권도 없다. 비스듬하고 비뚤비뚤, 마치 척추가 뒤틀린 사람처럼 시름시름 비명을 지르고 있는 책들을 숱하게 봐왔지만 내 책꽂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일이다. 사람들은 나를 강박적이라고 얘기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나는 단지 잘못된 관리로 인해 책이 망가지는 것이 싫다.
책은 판형과 무게, 제본 방법이 천차만별이며, 보관 방법에 따라 쉽게 뒤틀어져 상하기 일쑤다. 가장 좋은 건 책을 적당한 습도의 공간에 정확하게 90도 직각으로 꽂아 관리하는 것이다. 책꽂이에 빈 공간이 없도록 너무 빽빽하거나 헐겁지 않게 꽂고, 새로운 책이 들어오면 필요없는 책을 처분하여 항상 100%의 공간을 정확하게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영상에서 작가나 다양한 관련 직종의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을 보여줄 때 책들이 바닥 이곳저곳에 비뚤비뚤 산처럼 쌓여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광경을 보면 입이 마르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들의 책을 대하는 태도나 물건을 다루는 무심한 습관을 비판하는 건 아니다. 단순하게 책의 물리적인 손상과 깎여지는 가치가 안타깝고 아까울 뿐이다.
패션 사진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는 대부분 지하에 위치해 있고 나의 스튜디오도 그렇다. 지하는 항상 습기와의 전쟁터다. 여름 장마철은 특히 지옥이다. 제습기와 에어컨에 환기는 필수이다. 사실 지하에 책꽂이를 설치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되어야 한다. 나도 지금은 거의 모든 책들을 지하에서 구출해서 집으로 옮겨 왔다. 애초에 지하 공간에 책을 내려보내 방치했던 걸 후회하고 있다. 스튜디오 직원들은 책 한 권을 뽑아서 읽고 같은 자리에 그대로 꽂아놔도 “누가 이 책 읽었니?”하고 물어보는 나에게 속으로 경악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토로한다. 책을 봤는지 어쨌는지 굳이 물어보기까지 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까칠하고 삐딱한 실장 밑에서 고생했던 직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오보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책 보관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해졌다. 이제 실물책의 수요는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만든다. 팔리지 않아도, 인기가 없어도 사람들은 책을 만든다. 책이 세상에 나오는 이상 소중하고 귀하게 다뤄졌으면 좋겠다. 책은 그 내용의 메시지만큼 종이를 넘기며 우리가 느끼는 물성에 대한 가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종이를 만지고 페이지를 넘기면 기분이 좋아지는 ‘종이책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세컨드핸드 문화 활성화를 위해 오보이센터에 오픈한 언셀프 파운드 매장에도 오래 가지고 있다가 내놓은 책들이 많다. 사람들은 상당한 연식의 책들 상태가 너무 좋다고 놀란다. 나는 그게 너무 당연한 거라 놀라는 사람들에 더 놀란다. 책은 읽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책꽂이에 곱게 꽂혀 있어야 하는게 자연스럽고 상하거나 낡을 일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책 상태가 좋아서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건 기분 좋은 덤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표지에 나왔던 1994년 『인터뷰』 매거진이 걸레처럼 너덜너덜했다면 그렇게 좋은 가격을 받지도 못했을 거고 사는 사람도 만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소중하게 대하면 내 지갑에도 좋은 일이 생긴다. 책은 수직으로 서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 오보이 편집장 김현성
* 기사 전문은 OhBoy! No.135 ‘BOOK MAKER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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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hBoy! No.135 JUL AUG 2025 BOOK MAKERS 구매하기 |
인간은 삐딱, 책은 직각
두 개의 서재가 있다. 하나는 집, 다른 하나는 작업실인 스튜디오. 단언컨대 나의 책꽂이에는 옆의 책에 의지하듯 비스듬히 꽂혀있는 책은 한 권도 없다. 비스듬하고 비뚤비뚤, 마치 척추가 뒤틀린 사람처럼 시름시름 비명을 지르고 있는 책들을 숱하게 봐왔지만 내 책꽂이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일이다. 사람들은 나를 강박적이라고 얘기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나는 단지 잘못된 관리로 인해 책이 망가지는 것이 싫다.
책은 판형과 무게, 제본 방법이 천차만별이며, 보관 방법에 따라 쉽게 뒤틀어져 상하기 일쑤다. 가장 좋은 건 책을 적당한 습도의 공간에 정확하게 90도 직각으로 꽂아 관리하는 것이다. 책꽂이에 빈 공간이 없도록 너무 빽빽하거나 헐겁지 않게 꽂고, 새로운 책이 들어오면 필요없는 책을 처분하여 항상 100%의 공간을 정확하게 활용해야 한다. 다양한 영상에서 작가나 다양한 관련 직종의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을 보여줄 때 책들이 바닥 이곳저곳에 비뚤비뚤 산처럼 쌓여 스스로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광경을 보면 입이 마르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들의 책을 대하는 태도나 물건을 다루는 무심한 습관을 비판하는 건 아니다. 단순하게 책의 물리적인 손상과 깎여지는 가치가 안타깝고 아까울 뿐이다.
패션 사진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는 대부분 지하에 위치해 있고 나의 스튜디오도 그렇다. 지하는 항상 습기와의 전쟁터다. 여름 장마철은 특히 지옥이다. 제습기와 에어컨에 환기는 필수이다. 사실 지하에 책꽂이를 설치하는 행위 자체가 금지되어야 한다. 나도 지금은 거의 모든 책들을 지하에서 구출해서 집으로 옮겨 왔다. 애초에 지하 공간에 책을 내려보내 방치했던 걸 후회하고 있다. 스튜디오 직원들은 책 한 권을 뽑아서 읽고 같은 자리에 그대로 꽂아놔도 “누가 이 책 읽었니?”하고 물어보는 나에게 속으로 경악했던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토로한다. 책을 봤는지 어쨌는지 굳이 물어보기까지 해야 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까칠하고 삐딱한 실장 밑에서 고생했던 직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오보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책 보관에 대한 집착이 더 심해졌다. 이제 실물책의 수요는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책을 만든다. 팔리지 않아도, 인기가 없어도 사람들은 책을 만든다. 책이 세상에 나오는 이상 소중하고 귀하게 다뤄졌으면 좋겠다. 책은 그 내용의 메시지만큼 종이를 넘기며 우리가 느끼는 물성에 대한 가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종이를 만지고 페이지를 넘기면 기분이 좋아지는 ‘종이책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세컨드핸드 문화 활성화를 위해 오보이센터에 오픈한 언셀프 파운드 매장에도 오래 가지고 있다가 내놓은 책들이 많다. 사람들은 상당한 연식의 책들 상태가 너무 좋다고 놀란다. 나는 그게 너무 당연한 거라 놀라는 사람들에 더 놀란다. 책은 읽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책꽂이에 곱게 꽂혀 있어야 하는게 자연스럽고 상하거나 낡을 일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책 상태가 좋아서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건 기분 좋은 덤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표지에 나왔던 1994년 『인터뷰』 매거진이 걸레처럼 너덜너덜했다면 그렇게 좋은 가격을 받지도 못했을 거고 사는 사람도 만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책을 소중하게 대하면 내 지갑에도 좋은 일이 생긴다. 책은 수직으로 서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 오보이 편집장 김현성
* 기사 전문은 OhBoy! No.135 ‘BOOK MAKER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35 JUL AUG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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