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펫숍은 어떻게 파양견을 팔아 돈을 벌었나
경기도 양평의 한 주택에서 개 1500여 마리의 사체가 발견되는 경악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자택에 거주하는 남성은 몇 년에 걸쳐 개들을 데려다 방치해 굶어죽게 했다. 집 안 구석구석, 마당과 고무통 안에 ‘흔적’만 남은 그 사체들은 그곳이 바로 ‘개들의 지옥’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당시 현장을 발견하고 학대자를 고발한 동물권단체는 그의휴대전화에서 여러 번식업자의 연락처를 발견했다. 그는 ‘1~2만 원씩을 받고 번식업자들에게서 개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번식장 부모견의 생식 능력이 다 하면 어떻게 되는지 추측만 해왔다. 반려견 산업의 어두운 민낯이 충격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애니멀피플은 2019년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반려견 산업의 슬픈 실체’ 기획 보도를 통해 ‘폐견’들의 경로를 추적한 바 있다. 당시 취재진은 경매장 잠입에 성공했으나 개들이 주로 어디로 흘러가는지 정확히 밝혀낼 순 없었다. 그저 헐값에 팔려나가 ‘국물용 개고기’가 된다던가 ‘개소주’가 된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다. 이번 현장은 펫숍의 ‘어린 강아지’를 낳은 부모 개들의 최후를 보여줬다. 개들은 평생을 좁은 철창에 갇혀 억지로 출산을 강요당하다 헐값에 팔려가 아사했다. 번식장의 폐견들은 그 삶만큼 죽음마저 처참했다.
이미지 세탁한 펫숍, 그 교묘한 영업
생명을 사고파는 것이 비윤리적으로 여겨지는 문화가 자리 잡으며 사람들이 펫숍에서 동물을 사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동물생산·판매업은 매년 증가해 2021년 기준 약 2만 개소가 운영 중이다. 한해 최소 12만 마리, 이 업체들을 통해 어린 개 고양이가 팔려나간다.(농림축산식품부 반려동물 생산·수입·판매영업 실적) 물론 실제 거래되는 동물의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보호법이 개정 강화되고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불법, 편법 영업 단속도 매해 강조되는데 이런 데이터가 나오는 이유는 반려문화가 변하는 것과 발맞춰 펫숍도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제 펫숍이란 문패를 버리고 ‘보호소’를 자처한다. 국가가 책임질 수 없는 파양견과 유기견들을 본인들이 ‘안락사 없이’ 보호하겠다고 홍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막연히 ‘펫숍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는 말에는 쉽게 마음을 연다.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와 달리 자본으로 무장한 펫숍은 도심 곳곳에 자리 잡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사정이 생겨 동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동물에게 새 반려인을 찾아주겠다고 하고, 분양이 아닌 입양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반려인을 잃은 동물을 소개한다. 말 그대로라면 이보다 훌륭한 시스템이 없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허울 좋은 이들의 사업 수완은 교묘하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 단계마다 수십에서 수백, 수천에 이르는 돈을 스스로 내게 만든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이런 펫숍에 대한 문제제기, 보도가 꾸준히 이어져 왔음에도 큰 제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의 빈틈을 노려 영업하는 이들의 사업이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2020년 애니멀피플은 신종 펫숍에서 일했던 내부 제보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 제보자가 전한 이들의 영업 전략은 상상을 초월했다.
“파양비는 상황 따라, 사람 따라 부르는 게 값”
‘안락사 없는 요양보호소’를 내세우며 파양된 반려동물을 맡아준다던 대표적 신종 펫샵. 이 업체는 전국 12개 지점을 갖춘 ㄷ업체다. 이 업체는 동물을 맡기는 사람들에게 보호비·치료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돈을 요구하는 한편, 위탁받은 동물을 또다시 돈을 받고 되팔아 왔다. 이곳에서 3년 간 일했던 전직 펫숍 운영자와 직원은 이곳이 동물을 맡기는 사람에게 보호비·치료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의 돈을 요구하는 한편, 위탁받은 동물을 또 다시 돈을 받고 되팔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반 펫숍처럼 번식장에서 태어난 어린 동물들도 판매했다.
제보자 ㄱ씨는 ‘보호소’ 이미지가 펫숍의 성공 요인이었다고 강조했다. ㄱ씨는 2017년부터 ㄷ업체에서 일하며 최근 폐업한 지점 2곳을 운영했는데, 하루 평균 1~3마리 일주일에 10~20마리의 파양동물이 자신이 관리하는 지점에 맡겨졌다고 했다. 전체 지점으로 치면 매월 200~300마리가 맡겨지는 셈이다. ㄱ씨의 말을 종합하면, ㄷ업체는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된 파양인이나 구조동물의 보호를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동물을 위탁받으며 입소비용을 청구했다. 비용은 최소 30~40만 원에서 시작됐지만 평균은 수백만 원이었고, 많게는 2000만 원까지비용이 오르기도 했다. 몸무게와 나이, 질병·장애 유무를 따져 산정한 ‘파양책정기준비’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ㄱ씨는 “상황에 따라,사람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었다”고 말했다. | 애니멀피플 김지숙
* 기사 전문은 OhBoy! No.121 ‘LAST HOME LAST HOP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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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펫숍은 어떻게 파양견을 팔아 돈을 벌었나
경기도 양평의 한 주택에서 개 1500여 마리의 사체가 발견되는 경악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자택에 거주하는 남성은 몇 년에 걸쳐 개들을 데려다 방치해 굶어죽게 했다. 집 안 구석구석, 마당과 고무통 안에 ‘흔적’만 남은 그 사체들은 그곳이 바로 ‘개들의 지옥’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당시 현장을 발견하고 학대자를 고발한 동물권단체는 그의휴대전화에서 여러 번식업자의 연락처를 발견했다. 그는 ‘1~2만 원씩을 받고 번식업자들에게서 개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는 번식장 부모견의 생식 능력이 다 하면 어떻게 되는지 추측만 해왔다. 반려견 산업의 어두운 민낯이 충격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애니멀피플은 2019년 ‘사지마 팔지마 버리지마: 반려견 산업의 슬픈 실체’ 기획 보도를 통해 ‘폐견’들의 경로를 추적한 바 있다. 당시 취재진은 경매장 잠입에 성공했으나 개들이 주로 어디로 흘러가는지 정확히 밝혀낼 순 없었다. 그저 헐값에 팔려나가 ‘국물용 개고기’가 된다던가 ‘개소주’가 된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들었을 뿐이다. 이번 현장은 펫숍의 ‘어린 강아지’를 낳은 부모 개들의 최후를 보여줬다. 개들은 평생을 좁은 철창에 갇혀 억지로 출산을 강요당하다 헐값에 팔려가 아사했다. 번식장의 폐견들은 그 삶만큼 죽음마저 처참했다.
이미지 세탁한 펫숍, 그 교묘한 영업
생명을 사고파는 것이 비윤리적으로 여겨지는 문화가 자리 잡으며 사람들이 펫숍에서 동물을 사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실제로 동물생산·판매업은 매년 증가해 2021년 기준 약 2만 개소가 운영 중이다. 한해 최소 12만 마리, 이 업체들을 통해 어린 개 고양이가 팔려나간다.(농림축산식품부 반려동물 생산·수입·판매영업 실적) 물론 실제 거래되는 동물의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보호법이 개정 강화되고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불법, 편법 영업 단속도 매해 강조되는데 이런 데이터가 나오는 이유는 반려문화가 변하는 것과 발맞춰 펫숍도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제 펫숍이란 문패를 버리고 ‘보호소’를 자처한다. 국가가 책임질 수 없는 파양견과 유기견들을 본인들이 ‘안락사 없이’ 보호하겠다고 홍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막연히 ‘펫숍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는 말에는 쉽게 마음을 연다.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소와 달리 자본으로 무장한 펫숍은 도심 곳곳에 자리 잡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사정이 생겨 동물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동물에게 새 반려인을 찾아주겠다고 하고, 분양이 아닌 입양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반려인을 잃은 동물을 소개한다. 말 그대로라면 이보다 훌륭한 시스템이 없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 허울 좋은 이들의 사업 수완은 교묘하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용해 단계마다 수십에서 수백, 수천에 이르는 돈을 스스로 내게 만든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이런 펫숍에 대한 문제제기, 보도가 꾸준히 이어져 왔음에도 큰 제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의 빈틈을 노려 영업하는 이들의 사업이 불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2020년 애니멀피플은 신종 펫숍에서 일했던 내부 제보자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 제보자가 전한 이들의 영업 전략은 상상을 초월했다.
“파양비는 상황 따라, 사람 따라 부르는 게 값”
‘안락사 없는 요양보호소’를 내세우며 파양된 반려동물을 맡아준다던 대표적 신종 펫샵. 이 업체는 전국 12개 지점을 갖춘 ㄷ업체다. 이 업체는 동물을 맡기는 사람들에게 보호비·치료비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돈을 요구하는 한편, 위탁받은 동물을 또다시 돈을 받고 되팔아 왔다. 이곳에서 3년 간 일했던 전직 펫숍 운영자와 직원은 이곳이 동물을 맡기는 사람에게 보호비·치료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의 돈을 요구하는 한편, 위탁받은 동물을 또 다시 돈을 받고 되팔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반 펫숍처럼 번식장에서 태어난 어린 동물들도 판매했다.
제보자 ㄱ씨는 ‘보호소’ 이미지가 펫숍의 성공 요인이었다고 강조했다. ㄱ씨는 2017년부터 ㄷ업체에서 일하며 최근 폐업한 지점 2곳을 운영했는데, 하루 평균 1~3마리 일주일에 10~20마리의 파양동물이 자신이 관리하는 지점에 맡겨졌다고 했다. 전체 지점으로 치면 매월 200~300마리가 맡겨지는 셈이다. ㄱ씨의 말을 종합하면, ㄷ업체는 동물을 키우지 못하게 된 파양인이나 구조동물의 보호를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동물을 위탁받으며 입소비용을 청구했다. 비용은 최소 30~40만 원에서 시작됐지만 평균은 수백만 원이었고, 많게는 2000만 원까지비용이 오르기도 했다. 몸무게와 나이, 질병·장애 유무를 따져 산정한 ‘파양책정기준비’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ㄱ씨는 “상황에 따라,사람에 따라 부르는 게 값이었다”고 말했다. | 애니멀피플 김지숙
* 기사 전문은 OhBoy! No.121 ‘LAST HOME LAST HOPE’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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