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ONDHAND CULTURE AB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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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나라 더 다양한 중고거래 문화

중고거래는 더 이상 특별하거나 낯선 문화가 아니다.
여러 국가에서 살며 우리와는 조금 다른 문화를 경험 중인 오보이! 통신원들과 그 지인들이 보내온
중고거래 문화에 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


오보이! 통신원 현지 취재
스톡홀름 안상연 | 런던 최다진 | 브뤼셀 바그베 윤정




안상연 | 스웨덴, 38세, 프리랜서 & 대학원생

중고 거래로 구매한 아이템을 한 가지 소개해 주세요. 자전거. 2022년 초반에 구매하였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대중교통 정기권을 구매하는 대신, 도심 내에서는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다닙니다.

주로 이용하는 중고 앱이나 매장은? 온라인 벼룩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blocket에서 생활 용품이나 가구들을 구매하는 편이고, Arkivet이라는 의류 매장에 옷을 여러 번 판매했습니다.

스웨덴의 중고 거래 문화는 어떤가요? Stadsmission이나 Myrorna 같은 비영리단체에서 운영하는 매장은 전적으로 기부된 물품들로 채워지며, 곳곳에 매장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합니다. 특히 가구나 전자기기, 자전거같은 용품을 구입할 때도, 중고로 원하는 제품이 올라와 있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스웨덴 인구의 75%가 중고 구매 경험이 있다고 하니 얼마나 보편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중고 거래에 대한 인식은 어떤 편인가요? 일상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와 다른 점은, 10대나 20대 초반 친구들이 옷을 살 때 중고 매장도 꼭 들르는 일이 자연스럽다는 점입니다. 스타일리시한 친구들이 중고 매장에서 찾은 보물 같은 아이템을 멋지게 입고 다니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어요. 이런 인식은 학교에서 다루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과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실용적인 교육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중고거래를 통해 소비 문화가 어떻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식은 어떤 걸까요? 오랜만에 한국에 와 보니, 끊임없이 과소비를 조장하는 환경에 휩쓸려 나도 모르게 동조하고 있는 걸 깨닫고 놀랐던 적이 몇 번 있어요. 가격을 낮추는 대신, ‘1+1’ 같은 방식으로 과소비를 부추기는 풍경이 자주 보입니다. 물론 환경을 생각하며 의식적인 소비 습관을 유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나만의 취향과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가령, ‘가죽 재킷이나 모피는 절대 안 사야지’, ‘올겨울에는 아우터 한 벌 이상은 구매하지 않겠어’ 같이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중고 거래는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를 넘어, 좋은 품질의 제품을 아끼고 재사용함으로써 누군가에게 다시 훌륭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북유럽 빈티지 가구나 식기류를 보면, 그들이 얼마나 소중히 사용했는지 알 수 있죠. 싸게 많이 산 물건보다, 내가 신중히 선택한 물건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김민서 | 영국, 29세, 애니메이터

중고 거래로 구매한 아이템을 한 가지 소개해 주세요. 언제 어떻게 구입한 제품인가요? 야마하 전자피아노! 취미로 악기를 연주합니다. 1년 전 eBay에서 발견한 전자 피아노를 구매했는데, 평소부터 갖고 싶던 제품이라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주로 이용하는 중고 앱이나 매장은? 옷과 잡화는 주로 오프라인 빈티지 매장에 가서 구매합니다. Hackney fleamarket 에서 빈티지 가구 구경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영국에서 중고품을 판매 해본 적은 없지만 사용하지 않는 물건, 옷 등을 정리할 때는 동네 Charity shop에 기부를 하는 편이고 이번 연말에는 Vinted라는 앱을 통해 옷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영국의 중고 거래 문화는 어떤가요? 중고 거래는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런던은 빈티지 매장이나 Charity Shop처럼 중고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나 eBay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중고거래도 매우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칸노 나츠요 | 일본, 47, 잡화점 운영

입고 있는 건 제가 최근 10년 동안 산 옷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유럽 빈티지 원피스입니다. 일본의 빈티지 숍에서 구입한 구제 옷인데도, 주문 제작한 것처럼 색도 모양도 사이즈도 모두 저에게 딱 맞아서 특별한 날에 자주 입습니다. 이 옷을 갖고 있던 사람은 분명 나와 같은 체형이었을까?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라고 입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88 서울 올림픽 호돌이 티셔츠나 글라스, 머그, 접시나 인형 등 대부분은 일본의 프리마 사이트나 옥션에서 구입했습니다. 서울 올림픽 때 한국 여행을 가서 산 기념품을 그대로 두고 잊어버린 분들이 많아서, 아주 상태가 좋은 것도 일본에서는 싼 가격에 많이 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국의 컬렉터분들로부터 종종 구매 의뢰 연락이 오곤 합니다.

생활용품이나 잡화는 야후! 옥션이나 메루카리라고 하는 어플을 사용해서 구입합니다. 제가 한국의 빈티지 문구와 태국, 프랑스 잡화를 판매하는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가게가 위치한 고엔지가 일본에서 유명한 빈티지 타운이라, 옷은 고엔지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게 옆도 빈티지 옷 가게여서 일주일에 몇번씩 구경하러 가서 입어보곤 합니다.

일본에는 断捨離(단샤리)라는 말이 있는데 자신의 인생이나 일상생활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버림으로써,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심플한 라이프 스타일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샤리를 할 때에 여러 가지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일본 리사이클 숍에서는 새 제품같이 깨끗하고 충분히 사용할 만한 것이 많이 판매되고 있기도 합니다.

일본은 음식물쓰레기를 타는 쓰레기로 취급하는 몇 안되는 국가로 일반폐기물의 80%를 소각하여 처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각 시 유해 물질이 발생하거나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 폐해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편의점에서 많은 양의 음식이 버려지고 있습니다. 음식에 국한되지 않지만, 많은 선택지 중에서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물건을 여러 개 소유하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질 좋은 제품을 천천히 필요한 수만큼 선택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미셸 원 | 미국, 22세, 대학생

중고 거래로 구매한 아이템을 한 가지 소개해 주세요. 저는 일상에서 여러 중고 물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제가 입은 흰색 재킷은 스페인 마드리드의 Aramayo Vintage에서 구매한 중고 제품이에요. 선글라스와 가방도 중고로 샀고, 바지와 부츠는 DEPOP에서 구입했어요.

주로 이용하는 중고앱이나 매장은? DEPOP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앱이에요. 가격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며, 판매도 정말 간편하거든요. 미국에서는 Goodwill, Buffalo Exchange, Plato’s Closet 같은 체인 매장에서 직접 중고 쇼핑을 하는 것도 정말 좋아해요.

미국의 중고 거래 문화는 어떤가요?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중고 쇼핑이 주류로 자리 잡았어요. 저렴하게 독창성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환영받고 있어요. 패션을 넘어, 중고 쇼핑은 트렌디하면서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로 여겨지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독특한 것이나 빈티지, 혹은 디자이너 제품을 찾으려고 중고 쇼핑을 즐깁니다. 친구들과 함께 중고 매장을 탐방하거나 옷을 교환하는 것들이 재미있는 사회 활동으로도 인식되고 있어요.

중고 거래에 대한 인식은 어떤 편인가요? 특히 젊은 사람들, 창의적인 사람들, 빈티지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중고 거래는 널리 퍼져 있고 심지어 환영받고 있어요. 나이가 있는 세대는 중고를 여전히 필요에 의한 것으로 여길 수 있지만, 요즘에는 지속 가능하고 스타일리시하며 현명한 쇼핑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죠. DEPOP 같은 플랫폼과 큐레이팅된 빈티지 매장은 중고 쇼핑을 현대적이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들었어요.

중고거래를 통해 소비 문화가 어떻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식은 어떤 걸까요? 과잉 소비는 특히 패션 분야에서 막대한 쓰레기와 환경 문제를 야기해요. 패스트 패션은 오염과 쓰레기 매립지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죠. 중고 쇼핑은 의류의 수명을 연장하고 쓰레기를 줄임으로써 이러한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줘요. 소비 문화는 양보다 질을 중시하고, 재사용과 수리, 중고 구매를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해요. 중고 시장을 지원하고 지속 가능성에 대해 사람들을 교육하는 것이 환경 발자국을 줄이는 핵심적인 단계입니다.



샬롯 레이몽 | 벨기에, 37세, 공무원

사회 및 환경 문제로 인해 우리는 소비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구매력은 자연스럽게 여기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더욱 바람직한 소비 관행, 즉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는 가운데 중고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새 제품 구매를 줄임으로써 친환경적 소비를 실천하는 것이죠. 브뤼셀에서는 중고 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지역 상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시에, 아웃도어 장비, 자전거, 익스트림 스포츠처럼 점점 더 세분화된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저는 중고 쇼핑을 할 때 주로 작은 상점들을 이용합니다. 이런 곳에서는 직접 입어보고, 판매자와 대면하며 사람 간의 교감을 느낄 수 있어요. 반면, 온라인 중고 쇼핑은 언제 어디서나 쇼핑할 수 있고, 다양한 제품을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어떤 플랫폼은 구매와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해서 소비자가 자유롭게 판매자 역할도 할 수 있게 합니다.

저는 주로 Vinted나 2ememain.be 같은 사이트를 이용합니다. 가장 많이 사는 것은 책이에요. 특히 품절된 책이나 유명 작가의 책을 사고 팝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도 책을 접할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는 브뤼셀 시내의 Pêle-Mêle에 가서 오래된 책을 권당 1유로에 넘기기도 해요. 자전거 액세서리도 관심 품목입니다. 이런 제품은 새 제품으로 구매했을 때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중고 플랫폼에 거의 새 제품 상태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덕분에 많은 자전거 이용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필요한 아이템을 찾을 수 있죠.

중고 시장은 단순히 물건에 ‘두 번째 삶’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품질 좋은 제품을 낮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또한, 플랫폼의 다양화 덕분에 소비자들은 자신이 딱 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고, 합리적인 시간 내에 배송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 어떤 것도 과하면 좋지않듯 현실적인 문제와 이면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쇼핑에 중독된 사람들이 저렴하고 쉽게 접근 가능한 중고 제품들로 인해 다시 과소비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도 있겠죠. 뭔가를 산다는 행위 자체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올바른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비행태는 환경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Vinted에서는 하루 만에도 수십만 건의 거래가 이루어지며, 베네룩스와 프랑스 전역에서 상품이 배송되죠. 때로는 차량이 완전히 채워지지 않은 상태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구매하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직업 안정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소비자들이 정말로 돈을 절약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아요. 물론 개별 제품의 비용은 낮아졌지만, 구매 빈도가 이전보다 높아지지는 않았을까요? 이 모든 질문들은 우리가 새로운 온라인 중고 플랫폼의 이점을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중고 상점과 온라인 플랫폼이 동일한 시장을 점유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접근 방식도 다르고, 소비자들의 행동 역시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니까요.





OhBoy! No.131 NOV DEC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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