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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다니지 않는 고양이들의 도시

길위의 동물들은 고단하다. 먹을 것도 잘 곳도 마땅치 않다. 사람들의 눈치까지 봐야 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어떤 도시는 길 위의 동물들이 상대적으로 편해보인다. 먹을 곳, 쉴 곳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경계하는 눈빛들은 아니다. 고양이들이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살고 있는 도시는 어딜까? 거리의 동물들이 행복한 곳은 어디일까? 다양한 도시의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펴봤다.


도쿄 | 일본
일본 사람들은 유독 고양이를 좋아한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만화나 영화도 많고, 몇 년 전에는 일본의 반려묘 수가 반려견 수를 처음 앞질렀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손 흔드는 고양이 인형 ‘마네키네코’는 고양이에 대한 일본인의 사랑의 상징과 같은 것이다. 고양이의 손짓으로 사찰에 들어갔다가 폭풍우를 피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마네키네코는 돈과 손님, 행운을 불러들인다는 의미가 있다. 덕분에 일본에서 고양이의 삶은 꽤나 여유롭다. 고양이가 거리 곳곳을 한가롭게 거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돌봄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들도 많은 덕에 대부분 고양이들이 영양 상태도 좋고 건강한 편이다. 특히 도쿄 북부에는 길고양이가 많아 ‘고양이 마을’이라는 별칭이 붙은 동네가 있다. 바로 좁은 골목길과 전통 가옥 등 옛 도심의 모습이 남아있는 야나카 지역이다. 상점가에는 고양이를 테마로 한 소품과 간식거리가 가득하고, 마을 골목과 묘지 공원에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들도 여럿 마주칠 수 있다.


산토리니 | 그리스
키클라데스 제도의 크고 작은 섬, 수도 아테네를 포함한 그리스 전역에는 길고양이가 상당히 많다. 대부분은 흰색 털에 검은색이나 황갈색 무늬가 있는 ‘에게해 고양이’라 불리는 토착종인데, 길 위 동물들에게 너그러운 분위기와 비교적 온화한 날씨 덕에 길에서의 삶이 크게 어렵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동물복지에 대한 법제도가 미흡하고, 사회적으로 중성화수술에 대해 거부감이 상당히 높아 번식기에 고양이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또 짧은 생을 마감하는 일이 반복된다. 일례로 산토리니 섬에 5천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의 2~3배 되는 고양이들이 한해 질병과 사고, 굶주림으로 세상을 떠난다고 추산한다. 산토리니같은 관광지의 고양이들은 관광객이 주는 먹이에도 의존을 많이 하기 때문에, 겨울철 관광객이 줄어들면 먹거리가 충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쉽게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봉사 단체 ‘STERILA’는 2016년 산토리니에 자리잡고 지금까지 천마리 이상 TNR을 실시하며 구조와 입양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밖의 여러 동물보호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개체 수 관리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그리스의 고양이들이 더욱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허우통 | 대만
타이베이에서 한시간 정도 열차를 타고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허우통 마을은 사람보다 많은 수의 고양이가 살고 있다. 작은 광산 마을로 한때 번창했지만, 탄광 산업이 쇠퇴하면서 주민들이 빠져나가고 남겨진 고양이들이 늘어나면서 고양이가 마을의 주인이 되었다. 전환점은 2009년 한 사진작가가 고양이 사진을 찍으러 전국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이 지역을 알게 되면서부터 였다.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밥을 챙겨주고 건강검진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지역의 상황을 알리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고양이가 피해를 받지 않도록 고양이가 다가오기 전에 먼저 만지려고 하지 않기, 먹을 것을 너무 많이 주지 않기, 플래시를 터트려 촬영하지 않기 등 고양이를 위한 마을의 규칙을 꼭 지키길 권고한다. 개체 수 관리를 위해 자원봉사자들이 마이크로칩 삽입과 중성화수술, 예방접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200마리 정도의 고양이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탄불 | 터키

‘고양이들의 천국’, ‘Catstanbul’이라 불릴 만큼 이스탄불 거리에는 많은 고양이들이 산다. 고양이들은 낯선 사람에게도 적대감을 표하지 않고 도시 곳곳을 유유히 거닐다 잠을 청하곤 한다. 고양이가 인근 건물이나 상점에 들어오면 쫓아내기는커녕, 기다렸다는 듯 먹을 것과 쉴 곳을 마련해 주는 것도 일상적인 풍경이다. 고양이를 돌보는 것이 자신들의 책임이자 숙명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모습이 된 데에는 한가지 이유만을 꼽기 어렵다. 멀게는 오스만 제국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거대한 항구도시였던 이스탄불에서 고양이는 중요한 문서와 식량을 갉아먹는 쥐를 쫓는 고마운 동물이었다. 이슬람교의 영향도 있다. 창시자 무함마드가 고양이를 지극히 아꼈다고 전해지는데, 자신의 옷 위에 잠은 고양이를 깨우지 않으려 옷을 잘라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현재 이스탄불 시에서는 길고양이가 십만 마리 이상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급식소, 급수대와 함께 중성화수술과 백신접종과 같은 기본적인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기적으로 일정 지역을 돌며 치료가 필요한 고양이를 구조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봉쇄 조치가 내려졌을 때에도 ‘길 위 동물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정부 지침에 따라 시 관계자들이 방호복을 입고 나와 밥을 주며 고양이들을 돌봤다.


로마 | 이탈리아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고대 로마 유적지 사이, 특별한 고양이들의 보금자리가 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장소로 알려져 있는 폼페이우스 극장이 있는 유적지 토레 아르젠티나(Torre Argentina)다. 고양이가 이 곳에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1929년, 도시개발 과정 중 이 곳이 발굴되면 서부터다. 폐허 같지만 그 어느곳 보다 안전했던 유적지를 터전으로 삼은 고양이들은 몇 사람들의 보살핌 속에 살았다. 그러다 수십년이 지난 1993년, 고양이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고 이 곳에 고양이를 유기하는 일이 늘어난다는 문제 속에서 단체 ‘Torre Argentina Cat Sanctuary’가 탄생했다. 이후 지금까지 고양이 돌봄에 필요한 돈을 모금하며, 로마 전역에서 한 해 3~4천 건의 TNR을 실시하는 한편, 길에서 살기 어려운 장애가 있거나 만성 질병이 있는 고양이, 어미에게서 버려진 새끼고양이 등을 보살피며 입양을 보내는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150여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16 'POST PANDEMIC TRAVEL TREND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16 MAY JUN 2022
POST PANDEMIC TRAVEL TR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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