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생명공학
인간은 이기적이다. 동물을 위한다고 말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사는 건 아름다운 일이지만 상실의 아픔을 치유한다는 명목으로 하늘로 간 반려동물을 복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복제 과정에서 벌어지는 대리모견들의 고통이나 성공 확률의 문제, 윤리적 문제와는 별개로 사람들은 하늘로 간 반려동물과 복제로 탄생한 동물이 전혀 다른 생명이라는 것을 인식 하면서도 외면하며 스스로를 속인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과학의 발전은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들의 희생과 고통을 바탕으로 이루어 졌다. 그 많은 동물들 중에서 그 희생을 스스로 원한 건 단 한마리도 없다. 평생을 케이지에 갇혀 무수한 실험의 대상이 되었던 동물들이 삶의 마지막을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구조하여 푸른 잔디밭에 첫발을 디뎠을 때의 표정은 감동 그 이상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실험동물의 수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동물도, 어떤 생명도 평생을 철장에 갇혀 실험을 당하고 고통스럽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 누구도 단 한 번뿐인 생명의 운명을 결정하고 가두어 착취할 수 없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동물 복제
1996년, 복제 양 ‘돌리(Dolly)’의 탄생으로 세상은 떠들썩했다. 완전히 성장한 포유류의 체세포에서 개체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생명과학 기술의 진전을 넘어 생명 ‘창조’의 영역에 인간이 한 발 다가섰음을 뜻했다. 이는 복제 기술을 둘러싼 뜨거운 윤리적 논쟁을 촉발했지만, 또 동시에 장기이식이나 희귀 질환 치료 등 의학적 잠재력에 대한 사람들의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복제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소, 돼지, 개, 고양이 등 여러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가 계속되었고, 점차 체세포 복제 기술이 어느 정도 검증된 수준으로 접어들었다.
반려동물 복제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묵인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복제 과정의 공여견들이 겪을 고통은 외면한 채, 돈을 주고 새로운 생명을 ‘주문’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멸종위기종 보존처럼 공익적 명분이 있는 복제는 어떨까. 긍정적인 반응이 상대적으로 우세하긴 하지만, 이 역시 딜레마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멸종위기종을 위해 복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고육지책일 뿐, 서식지 파괴나 기후변화같은 근본 원인을 방치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멸종한 종을 되살려 자연에 되돌리겠다는 발상도 상당히 위험하다.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친다 해도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는 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 듯하다. 이렇게 멸종한 동물을 ‘부활’시키고, 사랑하는 반려견을 ‘영원히’ 함께 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을 손에 쥐고 어떤 생명이든 뜻대로 창조하고 소멸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종 보존’이나 ‘펫로스 증후군 극복’ 같은 대의를 내세우지만, 그 근간에는 생명의 신비를 꿰뚫고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우리 인간이 과학 기술로 자연을 이해할수록 겸허하고 겸손해지기는 커녕 더욱 오만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interview | 유영재 사단법인 비글구조네트워크 상임이사
우리나라에서 사역견 복제가 꽤 많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2005년에 농촌진흥청에서 ‘특수목적견사업’이라는 이름의 국가용역사업으로 시작돼 2017년까지 70여마리의 복제된 사역견이 국방부, 경찰청, 소방청, 관세청 검역본부로 공급됐다. 그것도 아주 아주 비싼 가격에. 비글구조네트워크에서 이 사업에 대해 정보공개 요구와 비난을 이어가고 있을 때인 2019년에 검역탐지견 ‘메이’ 사건이 터졌다. 메이는 공항에서 검역 탐지에 활용되는 비글들을 복제해서 공급하는 특수목적견사업 후속 국가용역사업의 복제견이었다. 제보 확인 결과, 관련 논문의 내용과는 달리 실제로 공급된 거의 모든 복제견이 검역 활동을 수행하기 힘든 질병과 공격성을 지닌 상태였다. 복제견 생산과정에서도 동물학대 등의 불법 실험 혐의가 드러났고, 연구비 횡령까지 밝혀져 용역사업을 진행했던 서울대 이병천 교수를 포함해 그 연구진들이 모두 기소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올해 초 한 유튜버가 반려견 복제 사실을 공개해 논란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무엇보다 윤리적인 이슈가 있다. 한 마리의 복제견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난자를 공여하는 개와 수정 후 이를 임신할 대리모 역할을 할 개가 필요하다. 현재 관련 학계에서는 대리모가 임신에 성공할 확률이 평균 20%로 많이 향상되었다고 자랑하지만 그건 반대로 임신 성공을 위해 최소 5마리의 대리모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이는 성공률이고 실제로 임신 후 문제가 없는 복제견이 탄생할 확률은 이보다 좀 더 떨어진다. 난자를 어떻게 확보하는가도 큰 문제다. 개는 일 년 2회의 배란기를 가지므로 수정에 필요한 난자 채취에 강제로 동원되는 개의 숫자는 상상 이상으로 늘어난다. 난자를 구해도 체세포 이식과정과 전기융합 과정에서도 실패율이 있으므로 실제로 성공한 수정란을 대리모견에 이식하는 과정까지 상당한 숫자의 난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수십 마리 개들이 정기적인 채혈과 호르몬 검사를 겪어야 하고, 난자 채취 과정도 상당한 고통이 수반된다. 지금까지 이러한 행위는 대부분 식용견 농장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즉, 개복제 사업과 연구의 전제 조건에 개농장 같은 집단 사육시설이 있었다는 뜻이다.
반려견 복제가 반려견을 잃은 슬픔,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생각하나? 평생을 반려견들과 함께 했고 많은 개들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어서 자신의 반려견을 복제하려는 의도나 그 마음은 한 인간으로서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특히 자신의 실수로 뜻하지 않게 반려동물을 잃은 경우는 펫로스의 아픔이 더 강하게 다가올 것이다. 당연히 복제된 개가 빈자리를 다시 채우니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그 대가로 다른 생명의 희생이 있었다는 걸 자각한다면 평생 가져야 할 죄책감과 생명감수성에 대한 갈등은 또 어떻게 해소할지 또 다른 고민을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다시 경험을 말하자면, 죽은 테드와 같은 체세포로 태어난 ‘화성’이라는 비글을 6개월간 같이 돌본 적이 있다. 생물학적으로 이 둘은 같은 개이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개였다. 성격은 물론이거니와 육안으로도 확연히 다른 개였다. 골격이나 체구 정도가 비슷했지만 비글이 가진 특유의 무늬도 각각 달랐다. 사람도 성격이나 성향은 사회적 경험을 통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나. 개도 똑같다. 펫로스의 슬픔 때문에 복제해 온 그 개는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먼저 보냈던 그 개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임을 결국 느끼게 될 것이다. 펫로스의 슬픔을 과학의 힘을 빌려 극복하려는 시도는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실험실 배양육
배양육은 살아있는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를 길러내 만드는 고기를 뜻한다. 말 그대로 동물의 살, 진짜 고기지만 이 때문에 죽은 동물은 없는, 기존의 육류 생산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얻어진다. 이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하지만 핵심이자 시작점은 세포 배양 기술이다. 동물 조직체에서 필요한 세포를 분리하고 그 세포가 제대로 성장하고 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아직 먼 미래의 일인 듯 느껴지지만 국내외 여러 푸드테크 기업들이 뛰어들어 하나 둘 성과를 내고 있고, 해외에서는 이미 닭고기를 중심으로 제품화가 시작됐다. 2020년 말 싱가포르가 미국의 ‘잇저스트(Eat Just)’에서 생산하는 배양육 시판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고, 작년에는 미국도 ‘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와 ‘굿 미트(Good Meat)’에 생산을 허가했다. 세계 최초로 배양육을 선보였던 ‘모사미트(Mosa Meat)’의 나라 네덜란드에서는 유럽 최초로 배양육 시식을 허용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갑각류 배양육에 집중하고 있는 ‘셀미트(Cellmeat)’가 독도새우 배양물을 식품 원료로 인정받기 위한 승인 절차에 나섰다. 지난 2월 관계 법령이 개정되었고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선례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수년 안에 배양육이 식탁 위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배양육이 육류 생산으로 야기되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무자비한 도살을 끝낼 수 있는 혁신적인 해법이 될지 앞으로 계속 지켜볼 일이다.
동물 대체 시험
인류 역사에서 의학과 과학 발전에 동물실험이 기여해 왔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심각한 동물윤리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외면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일단 실험에 쓰이는 동물들은 단순 시료 취급을 받으며 ‘생산’된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선천적 질병을 가진 채로 태어나기도 하고, 실험을 위해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거나 신체 일부에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독성 시험에 동원되면 각종 물질로 고통을 겪고 심한 경우 죽는다. 물론 바로 죽지 않더라도 실험이 끝난 후 거의 대부분은 안락사가 될 운명이다. 심한 경우에는 안락사를 위한 가스나 약품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산채로 목이 잘려 죽기도 한다. 태어나자마자 좁은 곳에 갇혀 본능을 억압받는 것부터, 실험 과정에서 겪는 동물들의 삶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동물실험의 비효율성도 지적되는 문제 중 하나다. 동물과 인간 사이의 생리학적 차이로 인해 동물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으며 이에 보다 정확하고 또 윤리적인 실험 방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며 여러 동물대체시험법이 개발되는 중이다. 아직 동물실험의 규모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이지만, 각종 기술 발달과 더불어 성장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 동물윤리 문제 해소라는 사회적 요구와 과학기술의 발전이 맞물려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27 ‘ANIMALS & TECHNOLOG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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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생명공학
인간은 이기적이다. 동물을 위한다고 말 하지만 결국은 자신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사는 건 아름다운 일이지만 상실의 아픔을 치유한다는 명목으로 하늘로 간 반려동물을 복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복제 과정에서 벌어지는 대리모견들의 고통이나 성공 확률의 문제, 윤리적 문제와는 별개로 사람들은 하늘로 간 반려동물과 복제로 탄생한 동물이 전혀 다른 생명이라는 것을 인식 하면서도 외면하며 스스로를 속인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과학의 발전은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들의 희생과 고통을 바탕으로 이루어 졌다. 그 많은 동물들 중에서 그 희생을 스스로 원한 건 단 한마리도 없다. 평생을 케이지에 갇혀 무수한 실험의 대상이 되었던 동물들이 삶의 마지막을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구조하여 푸른 잔디밭에 첫발을 디뎠을 때의 표정은 감동 그 이상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실험동물의 수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동물도, 어떤 생명도 평생을 철장에 갇혀 실험을 당하고 고통스럽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 누구도 단 한 번뿐인 생명의 운명을 결정하고 가두어 착취할 수 없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동물 복제
1996년, 복제 양 ‘돌리(Dolly)’의 탄생으로 세상은 떠들썩했다. 완전히 성장한 포유류의 체세포에서 개체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은 생명과학 기술의 진전을 넘어 생명 ‘창조’의 영역에 인간이 한 발 다가섰음을 뜻했다. 이는 복제 기술을 둘러싼 뜨거운 윤리적 논쟁을 촉발했지만, 또 동시에 장기이식이나 희귀 질환 치료 등 의학적 잠재력에 대한 사람들의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복제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 소, 돼지, 개, 고양이 등 여러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가 계속되었고, 점차 체세포 복제 기술이 어느 정도 검증된 수준으로 접어들었다.
반려동물 복제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묵인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복제 과정의 공여견들이 겪을 고통은 외면한 채, 돈을 주고 새로운 생명을 ‘주문’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멸종위기종 보존처럼 공익적 명분이 있는 복제는 어떨까. 긍정적인 반응이 상대적으로 우세하긴 하지만, 이 역시 딜레마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멸종위기종을 위해 복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고육지책일 뿐, 서식지 파괴나 기후변화같은 근본 원인을 방치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멸종한 종을 되살려 자연에 되돌리겠다는 발상도 상당히 위험하다.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거친다 해도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우리는 신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진 듯하다. 이렇게 멸종한 동물을 ‘부활’시키고, 사랑하는 반려견을 ‘영원히’ 함께 할 수 있게 해 주는 기술을 손에 쥐고 어떤 생명이든 뜻대로 창조하고 소멸시킬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종 보존’이나 ‘펫로스 증후군 극복’ 같은 대의를 내세우지만, 그 근간에는 생명의 신비를 꿰뚫고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우리 인간이 과학 기술로 자연을 이해할수록 겸허하고 겸손해지기는 커녕 더욱 오만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interview | 유영재 사단법인 비글구조네트워크 상임이사
우리나라에서 사역견 복제가 꽤 많이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2005년에 농촌진흥청에서 ‘특수목적견사업’이라는 이름의 국가용역사업으로 시작돼 2017년까지 70여마리의 복제된 사역견이 국방부, 경찰청, 소방청, 관세청 검역본부로 공급됐다. 그것도 아주 아주 비싼 가격에. 비글구조네트워크에서 이 사업에 대해 정보공개 요구와 비난을 이어가고 있을 때인 2019년에 검역탐지견 ‘메이’ 사건이 터졌다. 메이는 공항에서 검역 탐지에 활용되는 비글들을 복제해서 공급하는 특수목적견사업 후속 국가용역사업의 복제견이었다. 제보 확인 결과, 관련 논문의 내용과는 달리 실제로 공급된 거의 모든 복제견이 검역 활동을 수행하기 힘든 질병과 공격성을 지닌 상태였다. 복제견 생산과정에서도 동물학대 등의 불법 실험 혐의가 드러났고, 연구비 횡령까지 밝혀져 용역사업을 진행했던 서울대 이병천 교수를 포함해 그 연구진들이 모두 기소되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올해 초 한 유튜버가 반려견 복제 사실을 공개해 논란이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무엇보다 윤리적인 이슈가 있다. 한 마리의 복제견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난자를 공여하는 개와 수정 후 이를 임신할 대리모 역할을 할 개가 필요하다. 현재 관련 학계에서는 대리모가 임신에 성공할 확률이 평균 20%로 많이 향상되었다고 자랑하지만 그건 반대로 임신 성공을 위해 최소 5마리의 대리모견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또 이는 성공률이고 실제로 임신 후 문제가 없는 복제견이 탄생할 확률은 이보다 좀 더 떨어진다. 난자를 어떻게 확보하는가도 큰 문제다. 개는 일 년 2회의 배란기를 가지므로 수정에 필요한 난자 채취에 강제로 동원되는 개의 숫자는 상상 이상으로 늘어난다. 난자를 구해도 체세포 이식과정과 전기융합 과정에서도 실패율이 있으므로 실제로 성공한 수정란을 대리모견에 이식하는 과정까지 상당한 숫자의 난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수십 마리 개들이 정기적인 채혈과 호르몬 검사를 겪어야 하고, 난자 채취 과정도 상당한 고통이 수반된다. 지금까지 이러한 행위는 대부분 식용견 농장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즉, 개복제 사업과 연구의 전제 조건에 개농장 같은 집단 사육시설이 있었다는 뜻이다.
반려견 복제가 반려견을 잃은 슬픔, 펫로스 증후군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생각하나? 평생을 반려견들과 함께 했고 많은 개들을 떠나보낸 경험이 있어서 자신의 반려견을 복제하려는 의도나 그 마음은 한 인간으로서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특히 자신의 실수로 뜻하지 않게 반려동물을 잃은 경우는 펫로스의 아픔이 더 강하게 다가올 것이다. 당연히 복제된 개가 빈자리를 다시 채우니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그 대가로 다른 생명의 희생이 있었다는 걸 자각한다면 평생 가져야 할 죄책감과 생명감수성에 대한 갈등은 또 어떻게 해소할지 또 다른 고민을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다시 경험을 말하자면, 죽은 테드와 같은 체세포로 태어난 ‘화성’이라는 비글을 6개월간 같이 돌본 적이 있다. 생물학적으로 이 둘은 같은 개이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개였다. 성격은 물론이거니와 육안으로도 확연히 다른 개였다. 골격이나 체구 정도가 비슷했지만 비글이 가진 특유의 무늬도 각각 달랐다. 사람도 성격이나 성향은 사회적 경험을 통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후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나. 개도 똑같다. 펫로스의 슬픔 때문에 복제해 온 그 개는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먼저 보냈던 그 개와는 완전히 다른 존재임을 결국 느끼게 될 것이다. 펫로스의 슬픔을 과학의 힘을 빌려 극복하려는 시도는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자기 합리화일 뿐이다.
실험실 배양육
배양육은 살아있는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를 길러내 만드는 고기를 뜻한다. 말 그대로 동물의 살, 진짜 고기지만 이 때문에 죽은 동물은 없는, 기존의 육류 생산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얻어진다. 이에는 여러 가지 기술이 필요하지만 핵심이자 시작점은 세포 배양 기술이다. 동물 조직체에서 필요한 세포를 분리하고 그 세포가 제대로 성장하고 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요구된다.
아직 먼 미래의 일인 듯 느껴지지만 국내외 여러 푸드테크 기업들이 뛰어들어 하나 둘 성과를 내고 있고, 해외에서는 이미 닭고기를 중심으로 제품화가 시작됐다. 2020년 말 싱가포르가 미국의 ‘잇저스트(Eat Just)’에서 생산하는 배양육 시판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고, 작년에는 미국도 ‘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와 ‘굿 미트(Good Meat)’에 생산을 허가했다. 세계 최초로 배양육을 선보였던 ‘모사미트(Mosa Meat)’의 나라 네덜란드에서는 유럽 최초로 배양육 시식을 허용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갑각류 배양육에 집중하고 있는 ‘셀미트(Cellmeat)’가 독도새우 배양물을 식품 원료로 인정받기 위한 승인 절차에 나섰다. 지난 2월 관계 법령이 개정되었고 올해 안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이 선례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수년 안에 배양육이 식탁 위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배양육이 육류 생산으로 야기되는 탄소배출을 줄이고 무자비한 도살을 끝낼 수 있는 혁신적인 해법이 될지 앞으로 계속 지켜볼 일이다.
동물 대체 시험
인류 역사에서 의학과 과학 발전에 동물실험이 기여해 왔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심각한 동물윤리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 또한 외면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일단 실험에 쓰이는 동물들은 단순 시료 취급을 받으며 ‘생산’된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선천적 질병을 가진 채로 태어나기도 하고, 실험을 위해 바이러스에 감염시키거나 신체 일부에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독성 시험에 동원되면 각종 물질로 고통을 겪고 심한 경우 죽는다. 물론 바로 죽지 않더라도 실험이 끝난 후 거의 대부분은 안락사가 될 운명이다. 심한 경우에는 안락사를 위한 가스나 약품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산채로 목이 잘려 죽기도 한다. 태어나자마자 좁은 곳에 갇혀 본능을 억압받는 것부터, 실험 과정에서 겪는 동물들의 삶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
동물실험의 비효율성도 지적되는 문제 중 하나다. 동물과 인간 사이의 생리학적 차이로 인해 동물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으며 이에 보다 정확하고 또 윤리적인 실험 방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며 여러 동물대체시험법이 개발되는 중이다. 아직 동물실험의 규모에 비하면 미비한 수준이지만, 각종 기술 발달과 더불어 성장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동물실험을 완전히 대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다. 동물윤리 문제 해소라는 사회적 요구와 과학기술의 발전이 맞물려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27 ‘ANIMALS & TECHNOLOG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27 MAR AP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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