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S &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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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의료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의학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어 수많은 질병을 치료하고 고통에서 해방시켰다. 수렵과 채취의 시대를 지나 농경의 시대부터 가축을 키우기 시작한 인류는 본격적인 축산의 시대로 접어들고 반려동물의 개념까지 생겨나면서 수의학 역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과학은 인간을 위한 의료와 수의학 양쪽에 영향을 미쳤고 수의학 역시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수의학은 사람을 위한 의학 발전과 거의 대등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지만 비용과 보편화의 문제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들이는 의료 비용에 비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동물 의료 비용을 생각해서라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문제를 더 신중하게 숙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물은 말을 하지 못한다. 어디가 아픈지 모른다. 수의학은 정확한 의사소통이 불가한 사람과 동물 사이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발전하고 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들, 특히 반려동물의 평균수명도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연장됐다. 더 건강하게, 더 행복하게, 사람의 필요나 결정이 아닌 동물의 입장에서 수의학은 발전해야 한다. 동물을 착취하고 고통을 주는 것도, 병을 고쳐주고 행복한 삶을 주는 것도 온전히 인간의 몫이다.



동물 의료 

interview |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황철용 교수  

수의료 분야에서 첨단 기술이 현재 어느 정도 도입되었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와 거의 유사하다. 최첨단 의료 기술이 거의 다 동물에게도 도입되었다 볼 수 있다. 다만, 사람에 비해 볼륨이 작고 보편화된 정도의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인프라가 많아지고 고도화된다는 것은 좋은 일인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다. 그만큼 균형 있게 가야 한다. 전체 시장이 성장하지만 양극화될 가능성이 크다. 기술 발달과 같이 보편화되는 속도도 같이 빨라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최첨단 기술을 누리는 이들은 굉장히 한정적일 것이다. 여러 치료 방법이 생기면 생길수록 여러 선택지 속에서 보호자들이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보호자에게 ‘후회하지 말라’고 말씀드린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가 놓인 상황에서 선택한 것이 반려동물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이라 믿고 자책하지 말라’고 한다. 앞으로 이 말을 더 드리게 될 것 같다.

양질의 의료 기술이 좀 더 보편화될 수는 없을까?  인공지능 서비스가 한 가지 노력일 수 있다. 지금 피부질환을 진단하는 인공지능 개발 과제에 참여하고 있는데, 두 가지 취지다. 하나는 보호자들이 가정에서 확인하는 용도다. 피부를 사진으로 찍었을 때 이게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지, 병원에 가야 할지 판단할 수 있게 해 준다. 두 번째는 수의사가 사용하는 것인데, 일반 수의사들이 피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을 때 이런 툴을 이용하면 전문의에 준하는 진단을 할 수 있다.

이런 인공지능 서비스가 금방 많아질 것 같다.  진단을 하는 것 자체는 몇 년 안에 의사, 수의사가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고 본다. 우리가 머리 싸매면서 책 보고 논문 찾아봐야 하는 것을 인공지능은 이미 다 알고 있고, 몇 초 안에 진단을 끝낸 다음 치료 옵션, 필요한 약까지 쫙 보여줄 것이다. 그럼 수의사는 무슨 역할을 해야 될 것인가 생각해 보면, 보호자와 소통하고 인간답게 가이드해주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많이 쌓으라고 이야기한다. 보호자와 신뢰감을 쌓을 수 있고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이 있는 수의사가 다른 평가를 받는 때가 올 것이라 본다.



반려동물 건강관리 

interview | 이상휘 빌리스벳 대표  

빌리스벳 브랜드와 주요 제품군을 소개해 달라.  빌리스벳은 반려동물 장내 미생물 분석 서비스를 통해 기능별 프로바이오틱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 제품으로는 강아지와 고양이 장내 미생물 분석 키트와 5가지(면역, 피부건강, 관절&뼈, 다이어트, 뇌건강) 기능별 프로바이오틱스 영양제 그리고 유산균 트릿이 있다. 다음 달에는 포스트바이오틱스를 활용한 노즈워크 간식과 덴탈껌이 출시될 예정이다.

제약회사에서도 관련 제품을 출시하는 등 반려동물 영양제나 보조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반려동물 건강 관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시장의 변화가 느껴지나?  최근 반려동물 시장의 핵심 키워드는 ‘펫휴머니즘’이다. 반려동물이 가족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고, 그러다 보니 건강부터 심리적인 부분까지 케어하는 제품들이 나오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매년 확장하고 있는 ‘펫 페어’에서 시장의 변화를 크게 느끼곤 한다. 과거에는 보호자가 가격과 구매 편리성에 따라 제품을 구매했다면, 이제는 직접 반려동물을 데리고 펫 페어에 방문해서 반려동물의 기호성을 확인하고 그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대부분 사람에게 효능이 확인된 성분으로 반려동물 제품이 개발되는 것 같다. 동물만을 위해 기능성 원료를 연구개발하는 사례는 없나?  대부분 사람과 동물이 비슷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또 사람을 위한 제품들에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있어 그게 일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꼭 사람과 다른 동물에게서 같은 반응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한 가지 예로, 비만에 관여하는 미생물의 경우 사람과 강아지가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또한 과거에는 안타깝게도 동물을 위한 연구라기보다 가축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변화에 맞추어 반려동물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학, 특히 영상의학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 가능성은 이미 많은 서비스를 통해 검증됐다. MRI나 엑스레이 이미지 등 의료영상을 분석해서 질병을 분류하고 위험 수준을 측정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이렇게 말하니 간단한 일인 듯 하지만 사실 의료영상 판독에는 상당한 교육과 훈련, 경험이 필요하다. 사람마다 신체 조건, 병변의 위치나 범위가 모두 제각각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라면 평생을 쏟아도 못 볼 그 수많은 사례를 이미 습득하고 경험한 것과 다름없는 존재가 인공지능인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많은 반려인들이 바라는 것은 아무래도 반려동물의 질병이 커지기 전에 미리 알아차리는 것일 것이다. 인공지능은 그 부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려동물의 생체신호와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기기, 일종의 스마트워치 같은 제품이 여럿 소개되고 있는데, 여기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이상징후를 파악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디바이스의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하네스에 부착하거나 목줄처럼 착용해서 체온과 맥박, 호흡수, 활동량, 자세 등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를 통해 건강 상태가 어떠한지, 통증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분석결과를 보여주고, 다른 동물들의 데이터와 비교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어느 정도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아직 시장이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기술이 보편화된다면 반려동물이 ‘아프다’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반려인들의 간절한 바람이 어느 정도는 이뤄질지도 모르겠다.



* 기사 전문은 OhBoy! No.127 ‘ANIMALS & TECHNOLOGY’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hBoy! No.127 MAR APR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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