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열대야 37일… 기상 관측 시작 이후 최다’, ‘열돔에 습기 퍼붓는 태풍, 한반도 더 뜨거워진다’, ‘남은 일생에서 올여름은 가장 신선한 여름’, ‘역대급 폭염에 기후위기 체감… 이제 바꿔야 하지 않나요’, ‘이제 견딜만한 여름은 없다...2030년대부턴 매년 폭염’… 지난 며칠간의 기사 제목들입니다. 날씨나 기후 관련해서 희망적인 기사는 더이상 찾기 어렵습니다. 요즘 구름 사진을 자주 찍습니다. 찍어봤자 쓸데도 없지만 예쁘고 드라마틱한 구름들이 자주 보여서 휴대폰을 자주 꺼내들게 됩니다. 하늘은 예쁘지만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비가 내려도 예전의 느낌과는 다릅니다. 동남아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스콜성 폭우가 여기저기에서 게릴라처럼 쏟아지곤 합니다. ‘올여름이 우리의 남은 일생에서 가장 선선한 여름’이라는 경고는 섬뜩함을 넘어 절망적이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은 더우면 에어컨을 켜게 되고 에어컨을 켜면 기후변화가 가속된다는 명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시대를 이미 지나 우리는 기후재앙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개인의 실천을 스스로 폄하하거나 우리보다 더 크게 기후변화에 대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국가를 비난하며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합리화도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개인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의미가 없다고 해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됩니다. 국가들의 비전과 대책이 실망스럽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길 위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길냥이와 유기견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푹푹 찌는 축사에서 고통받는 동물들,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서서히 죽어가는 야생의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우리를 위해서, 그들을 위해서라도 행동을 하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인류와 경제 시스템의 맨꼭대기에서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우주개발은 막연하고 의미없게만 느껴집니다. 제2의 지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김현성
‘서울 열대야 37일… 기상 관측 시작 이후 최다’, ‘열돔에 습기 퍼붓는 태풍, 한반도 더 뜨거워진다’, ‘남은 일생에서 올여름은 가장 신선한 여름’, ‘역대급 폭염에 기후위기 체감… 이제 바꿔야 하지 않나요’, ‘이제 견딜만한 여름은 없다...2030년대부턴 매년 폭염’… 지난 며칠간의 기사 제목들입니다. 날씨나 기후 관련해서 희망적인 기사는 더이상 찾기 어렵습니다. 요즘 구름 사진을 자주 찍습니다. 찍어봤자 쓸데도 없지만 예쁘고 드라마틱한 구름들이 자주 보여서 휴대폰을 자주 꺼내들게 됩니다. 하늘은 예쁘지만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비가 내려도 예전의 느낌과는 다릅니다. 동남아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스콜성 폭우가 여기저기에서 게릴라처럼 쏟아지곤 합니다. ‘올여름이 우리의 남은 일생에서 가장 선선한 여름’이라는 경고는 섬뜩함을 넘어 절망적이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은 더우면 에어컨을 켜게 되고 에어컨을 켜면 기후변화가 가속된다는 명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시대를 이미 지나 우리는 기후재앙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개인의 실천을 스스로 폄하하거나 우리보다 더 크게 기후변화에 대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국가를 비난하며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합리화도 멈췄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개인의 힘은 미약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다고 의미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의미가 없다고 해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됩니다. 국가들의 비전과 대책이 실망스럽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합니다. 길 위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길냥이와 유기견들,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푹푹 찌는 축사에서 고통받는 동물들,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서서히 죽어가는 야생의 친구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 우리를 위해서, 그들을 위해서라도 행동을 하고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인류와 경제 시스템의 맨꼭대기에서 그들에 의한, 그들을 위한 우주개발은 막연하고 의미없게만 느껴집니다. 제2의 지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김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