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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을 만나볼수 있습니다.

OhBoy! 126 <PURE & CLEAN NORWAY>

오보이!를 만들고 또 살아가면서 떨칠 수 없는 가장 큰 고민은 절대로 해결할 수 없고 또 정답도 없는 것이어서 그저 그렇게 그 고민을 고스란히 떠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고민은 ‘내가 전력을 다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에 관한 것입니다. 동물을 위해 살기로 벌써부터 결심했지만 조금 더 들어가서 어떻게, 어떤 일에 집중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면 그 답을 찾지 못하고 끝없는 갈등과 방황에 빠지곤 합니다. 사실 이 고민에 대한 결론은 수 년 전에 내렸고 나름의 결론대로 더 정진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시의 결론은 훗날에 고통받고 도움이 필요한 동물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물론 지금 당장 고통 받고 착취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동물들을 구하는 일이 시급하지만 더 멀리 보고 그렇게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에 온힘을 다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나 말고도 동물을 돕는 분들이 많으니 나는 조금 다른 일을 하자는 것. 왜냐하면 내 능력과 시간에는 분명 한계가 있고 그렇게 제한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에도 분명 한계가 존재할 테니까요. 동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태산만큼이나 많은데 내 능력은 모래 한줌어치도 안되니까요. 그건 아주 명확하고 단순해 보이는 고민이었고 당연히 답을 내는 것도 쉬웠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오보이!를 만들고 고민은 사라질 줄 알았지만 그건 아주 큰 착각이었습니다. 개식용 종식 운동을 하고, 번식장에서 아이들을 구하고, 유기된 반려동물들을 돌보고,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길냥이들에게 밥과 물을 주는 모든 분들을 볼때마다 현장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나 자신에 대한 혼란과 자책이 커졌고 허울 좋은 결심과 계획은 너무 많은 현안들을 마주할 용기가 없는 것에 대한 핑계이자 자기합리화는 아닌지, 명색이 동물권을 위한 일을 한다는 사람이 정작 내 마음이 다치고 아픈 일은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속이는 일은 아닌지 고민은 점점더 커져 갔습니다. 지금 이 순간 현장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나처럼 그렇게 이상적이고 꿈같은 세상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 건 아니겠지요. 지금 당장 동물을 구조하고 길냥이 밥을 주고 보호소 봉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도움이 필요한 동물이 없는 세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당연히 아니겠지요. 그들도 내가 바라는 세상, 내가 꿈꾸는 이상향을 똑같이 꿈꾸지만 당장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동물들의 눈빛을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겠지요.

어쩌면 나는 현실을 외면하고 마음이 괴로운 일을 하지 않겠다는 비겁한 생각을 허울 좋은 포장으로 나 자신과 사람들을 속여왔는지도 모릅니다. 동물을 위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든 어떤 일을 하든 모두 같은 목표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통받는 동물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 학대 당하는 동물을 단 하나라도 줄이는 것, 궁극적으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 하지만 여러분처럼 현장에 나가서 뛰고 마음에 상처를 받고 자신을 갈아 넣으면서 한마리의 동물을 위해, 하나의 생명을 위해 노력하고 애쓰는 사람들의 헌신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잘 알면서도 당장 눈앞의 문제를 외면하고 조금이라도 내 마음이 덜 괴로운 일만 해온 나 자신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오보이!를 만들고 동물권을 얘기하고 어린 친구들이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을 하며 내가 한 결심을 잘 지키고 있다며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지만 그래도 동시에 지금 이 순간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도 열심히 찾아서 하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내가 조금 괴롭고 내 마음이 조금 아프더라도 그건 별일 아니라는 걸 계속 되뇌면서 외면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다시 결심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해주세요. 오보이!를 응원해 주세요. | 김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