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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Boy! 118 <LISTEN TO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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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에디터의 글 내용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고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에 대해 독자들과 공유한다는 것도 조심스러웠습니다. 내 기억 속에만 간직하면 될 일이지만 왠지 여기에 글을 써 남겨놓고 싶은 욕심같은 것이 났습니다. 정도와 주제의 차이는 있지만 오보이 편집장 개인의 이런저런 생각을 이 지면에 독자들과 공유해온만큼 모쪼록 여러분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라며 이 글을 적습니다. 2022년 10월 7일, 118호 마감 중에 오보이의 가족중 하나인 뭉치가 하늘로 갔습니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믹스견 유부와 길냥이였던 도로, 구루 동물 가족 중에서 가장 먼저 나에게 온 큰 아들 뭉치는 2012년 누군가에게 사과상자에 넣어져 버려졌던 믹스견입니다. 품종견조차도 입양이 어려운 현실에서 이 아이의 안락사는 피할 수 없는 것이었고 차마 외면할 수 없어 데리고 온 뭉치는 그렇게 10년간 나에게 넘치는 사랑을 주고 살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습니다. 뭉치는 선천적으로 심장이 좋지 않아 평생 약을 먹고 살았지만 한 달 전 갑자기 다리에 생긴 종양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길지 않은 삶을 마쳤습니다. 죽음에 의한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은 슬프고 고통스럽습니다. 매일 아침 내 가슴에 올라와 꼬리를 흔들고 얼굴을 핥으며 나를 깨우던 아이, 살아있던 매순간 나를 한없이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던 아이, 내가 준 사랑보다 몇천배 더 큰 사랑을 끊임없이 주던 아이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지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달리 나를 따르고 집착하며 사랑을 갈구하던 뭉치. 태어난지 6개월여만에 버려졌던 그 외롭고 슬픈 기억이 뭉치를 그렇게 만들었던 것일까요? 항상 나만을 바라보고 자기만 바라보라고 했던 우리 큰 아이. 시간이 흐르고 바쁘게 살다보면 감정은 무뎌지겠지만 뭉치가 나를 바라보던 그 조건 없는 사랑의 표정은 영원히 내 마음 속에 각인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비현실적인 것을 믿지 않습니다. 사후세계나 영혼에 대한 얘기들에 대해서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굳게 믿으며 꼭 사실이었으면 하는 얘기가 딱 하나 있습니다. 내가 죽고 저승에 가면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가 나와서 나를 맞아준다는 얘기, 먼저 하늘로 갔던 반려동물이 나를 반기러 나온다는 얘기. 이 세상 모든 동물들과 약자들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하는 소원과 함께 이 얘기가 사실이기를 바라는 바람이 나의 두가지 소원 중의 하나입니다. 비록 길지 않은 세월이었지만 뭉치가 행복하게 살다가 간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몸은 아니었지만 많이 아프지 않고 편하게 눈을 감은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 오래 살지는 못했지만 태어나길 잘 했다고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많고많은 사람들중에 그래도 나를 만나서 다행이었다고생각해 줬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뭉치가 있어서 너무 행복했던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에서 모든 걱정을 내려놓고 아빠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너 때문에 행복했어 뭉치야.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뭉치야. | 오보이! 편집장 김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