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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Boy! 114 <My Favotite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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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에는 벽시계가 없었습니다. 그 전에 살던 집에도 벽시계는 없었습니다. 벽시계가 필요하지 않았다기 보다는 필요한지 어떤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불편하지도 않았고 시간이 알고 싶으면 휴대폰을 보면 됐으니까요. 어머니는 집에 올때마다 벽시계 좀 걸고 살라고 채근을 했습니다. “아이구, 너희들은 답답해서 어떻게 사니? 빨리 시계 좀 하나 사서 걸어라.” 나는 듣는둥 마는둥 하며 알았다고만 했습니다. 내가 당장 답답하질 않으니 그냥 그렇게 대답만 하면서 몇 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에도 어머니는 매번 시계좀 걸으라고 잔소리를 하셨고요. 그러다가 어느 날, 벽시계가 생겼습니다. 예쁘고 단순하게 생긴 동그란 벽시계였습니다. 시계가 있으니 시계를 쳐다보게 되더군요. 편리한지는 잘 몰랐지만 어쨌든 시계가 있으니 시간이 알고 싶을 때 벽시계를 보며 살게 됐습니다. 어느날인가 촬영을 위한 소품이 필요해서 벽에 걸려있던 시계를 스튜디오에 들고 나갔다가 촬영을 마치고는 깜박 잊고 시계를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시계가 걸려있던 벽을 쳐다볼때마다 시계가 없으니 답답했습니다. 살면서 벽시게는 필요한 적이 없었는데 벽시계가 있다가 없으니 엄청 아쉬웠습니다. 물건이 없을 때는 그럴 줄 몰랐는데 정작 있다가 없어지니 아쉽고 답답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는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필요한지 어떤지 조차도 모르는 물건을 남들이 다 사니까, 있어야 할 것 같으니까, 없으면 아쉬울 것 같으니까 그냥 사는 게 아닐까요? 물론 품질이 좋고 디자인도 예쁘고 남들도 알아주는 물건을 사면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물건만 적당하게 사서 실용적으로 잘 사용하며 살고 있는 걸까요? 괜히 필요도 없는데 샀다가 후회한 적은 없나요? 물건이라는 건 참 묘합니다. 가지고 싶은 것도 참 많습니다. 뭔가를 산다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입니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뭔가를 사면서 스트레스를 풉니다. 하지만 그렇게 풀린 스트레스가 다시 또 금방 쌓이는 경험 없으신가요? 거꾸로 뭔가를 사지 않고 옛날에 산 물건을 오랫동안 잘 사용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경험을 해본 적은 없으신가요? 우리는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입니다. 우리에게도, 환경에도, 동물들에게도 좋지 않은 일입니다. 지금은 조금 답답하지만 벽시계가 없어도 나는 아마 잘 살 겁니다. | 김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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